사하라사막 여행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음 여행지인 페즈로 이동했다. 간단히 짐을 풀고 저녁을 먹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시간이 늦어서 그런지 괜찮은 식당은 찾을 수 없어 호객인 손에 이끌려 평소 선호하지 않는 관광객들이 찾는 식당에 들어갔다. 함께 간 언니는 치즈오믈렛, 나는 모로코 전통음식인 타진을 시켰다.

옆 테이블엔 라틴 내음이 물씬 풍기는 중년커플이 자리했다. 남자는 퍽 유쾌하면서도 성격이 보통이 아닌 것 같았다. 와인을 시킬 수 있다고 해서 들어왔는데 와인이 방금 다 떨어졌다는 소리를 듣고 몹시 화가 나 있었다. 호객 행위에 속아 넘어 갔다며 분을 삭이지 못하고 종업원과 실랑이를 벌였다.

그 와중에 우리 요리가 나왔다. 한창 먹고 있는데 언니가 뭔가 이상한 것을 감지했다. 치즈오믈렛에 치즈가 없는 것이다.

곧바로 종업원을 불러 치즈가 빠진 것 같다고 했다. 종업원이 확인 후 치즈를 가져다줬다. 우리는 낱개로 포장된 치즈 몇 조각이 든 접시를 받자마자 어안이 벙벙하고 황당해 동시에 웃음보가 터졌다.

그렇다. 요리를 새로 해준다든지, 아니면 먹고 있는 오믈렛을 가져가 그 안이든 밖이든 치즈를 넣어 다시 조리를 해주리라는 기대가 빗나간 것이다. 옆 테이블 손님처럼 화를 낼 수도 있었으나 웃어넘기기로 했다. 아니 오히려 이 상황이 즐거웠다. 치즈가 담긴 접시를 볼 때마다 웃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쉼없이 깔깔대는 우리에게, 메뉴 선택을 고민하고 있던 옆 테이블 커플의 남자가 먹고 있는 게 무엇인지 물어왔다. 언니는 웃으며 치즈오믈렛인데 이걸 시키면 오믈렛과 치즈가 따로 나온다고 참고하라고 했다. 남자는 오믈렛이 맛있어 보였는지 종업원에게 치즈오믈렛을 주문했다. 반드시 치즈는 안에 넣어서 요리된 상태로 나와야지 저런 식으로 나오면 안된다고 신신당부도 했다.

우리는 그렇게 치즈오믈렛으로 친해졌고 아예 테이블까지 붙여버렸다. 남자는 포르투갈에서 저널리스트로 일하는 마리오스였고 여자는 음식 서비스업(캐터링)을 하는 알리시아임이었다.

마리오스는 취재 차 2002년 한일월드컵을 포함해 몇 번 한국에 방문한 적이 있다고 했다. 함께 여행하는 언니는 평소 캐터링 일에 굉장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에 알리시아임과 신나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날은 마리오스의 생일이었고 생일 축하를 하기 위해 찾아 들어온 곳이 우리가 식사한 식당이었다. 그가 왜 그토록 화났는지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우리는 시간이 늦도록 이런저런 이야기꽃을 피우다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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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처를 주고받았고, 마리오스는 포르투갈에 오면 무료 숙소를 제공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치즈오믈렛으로 시작된 우리의 인연은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포르투갈이나 한국에서 다시 이어질 것만 같다. 

/김신형(김해시 장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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