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지원·봉사 프로그램 많아…지역 역사·문화 교육 지원 보람

지역에서 장학회를 운영하는 한 인사에게서 들은 얘기다. "올해 10년째인데 갈수록 힘이 빠져요. 기금 내시는 분들도 썩 내켜하지 않고요." 이유를 물었더니 이랬다. "요즘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이잖아요. 고등학교도 시골서는 거의 돈 들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60만원 안팎 줘봐야 말만 장학금이지 그냥 용돈일 뿐이니까요."

의무교육 확대로 돈이 없어 공부하지 못하는 경우는 크게 줄었다 했다. 지역에서 어지간히 공부를 하는 아이들은 집안이 대부분 먹고살만해 장학금이 아쉬운 실정은 아니라 했다. 또 여기저기 여러 명목으로 주어지는 장학금이 적지 않아 중복도 잦다고 했다. 좋은 생각으로 장학회를 만들고 뜻있는 이들로부터 돈을 모아 장학금을 주는데 그 돈이 장학보다는 아이들 일상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쓰이니 맥이 빠진다는 것이다.

이런 장학금이 옛날에는 효과도 보람도 있었지만 지금도 과연 그럴까. 소득수준이 많이 오르면서 크게 보면 돈이 없어 배우지 못하는 시대는 이미 아니기 때문이다. 교육하고 공부하는 목표가 좋은 시험 성적이 아니라 바람직한 인격 구현이라는 데 생각이 이르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인지 조금만 둘러봐도 장학사업이 장학금을 주는 데서 벗어나 여러 영역에서 다양하게 벌어지고 있음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저마다 문제의식을 달리하면서 그 해결책으로 여러 장학사업을 펼치는 것이다.

전국 규모 장학재단들을 보면 견문을 넓히고 세상물정도 익히라는 취지로 여행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있고 사회에서 받은 도움을 환원하도록 봉사 프로그램을 내놓은 데도 있다. 또 학생한테 혜택을 주는 데서 나아가 그 멘토나 선생님의 자질·수준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 것도 있다.

물론 지역 장학재단(장학회)이 전국 규모 장학재단을 따라할 필요는 없다. 문제 또는 문제의식이 같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지역 교육이 서울이나 수도권으로 유학가는 아이가 적어서 문제인 것은 아니다. 공부 잘하는 아이가 적어서 문제인 것도 아니다. 자기가 나고 자란 고장을 알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주어지지 않는 데 문제가 있다.

옛날에는 부모형제나 이웃·친지가 작으나마 그런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많은 경우 그렇지 않다. 학교도 학원도 수능시험에 집중하느라 지역은 가르치지 않는다. 이러니 아이들은 자기 고장을 '별것 없다'며 비하·무시하기 일쑤다. 군 단위 지역은 아이들 대부분이 늦어도 고등학교를 마치면 바깥으로 나가는데, 돌아오는 경우는 좀처럼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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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장학사업은 어떨까? 자기 고장 역사·문화·생태·인물을 체험·탐방하는 프로그램을 지역 모든 아이들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군 단위 지역은 초등학교가 한 학년이 400명을 넘는 경우가 드물고 고등학교는 한 학년이 800명이 되기 어렵다. 따라서 한 해에 40인승 버스로 열 차례만 해도 족하다. 특정 학년(이를테면 초등학교 5학년)을 정해 해마다 돌리면 된다. 특정 개인 몇몇이 아닌 지역 아이 모두를 장학 대상으로 삼는 보람도 누릴 수 있다. 게다가 필요한 돈도 그리 많지 않다.

출판국장 소임을 맡고 있습니다. 도서 제작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관장합니다. 학교와 현장을 찾아 진행하는 문화사업(공연··이벤트 제외)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환경전문기자로서 생태·역사 부문 취재도 합니다. 전화는 010-2926-3543입니다. 고맙습니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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