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협조 난관…시민여론·정치력 승부

"쉽지는 않습니다. 정부는 절대 쉽게 받아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우리 스스로 투쟁하고 쟁취해야 합니다."

광역시 승격 로드맵을 자신 있게 밝히던 안상수 창원시장도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당위성과 의지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창원 시민의 역량을 총결집해야 한다는 호소는 더 쉽고 빠른 길이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행정적인 뒷받침이 없다면 기댈 언덕은 정치력이다. 안 시장이 광역시 승격 연도별 계획을 발표하면서 중앙정치 경험과 연륜, 인맥을 함께 내세운 이유다.

◇창원시만 절실? = 정부 뒷받침은 기대할 수 없는 분위기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2단계 행정체제 개편, 즉 도를 폐지하고 시군 통합을 추진하는 방식이 오히려 창원시 입맛에 맞다. 현재 정부는 도를 그대로 유지하고 시군 통합은 권고사항으로 두고 있다. 지난해 12월 정부가 발표한 '지방자치발전 종합계획' 또한 창원시 눈높이에 못 미친다.

인구 50만 이상은 '특례시', 100만 이상은 '특정시'로 대도시 명칭을 부여하는 정도가 종합계획에 담긴 '대도시 특례제도 개선안'이다.

안 시장은 "특정시는 아무 의미 없는 내용"이라며 "권리는 중앙 정부가 다 가지고 자치단체 권리는 매우 미흡한 특정시에 전혀 미련을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남도가 관내 가장 규모가 큰 기초자치단체를 곱게 보낼 리도 없다. 이미 홍준표 지사는 공개적으로 창원시 광역시 승격에 대해 반대 뜻을 밝혔다. 그렇다면, 도의회 협조를 얻기도 만만찮다. 울산시 광역시 승격 과정을 보면 도의회도 주요 의사결정 주체다. 도의회는 지난 1996년 9월 울산시가 제출한 '광역시 승격 건의서'를 처리하는데, 가결 당일에만 네 차례 정회가 있었다.

당장 움직이는 쪽은 창원시뿐이다. 광역시 승격 4단계 내용은 △시민 여론 조성 △정치력 집중 등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정치력을 집중할 곳은 '광역시 승격 건의안'을 처리할 시의회와 도의회, '창원광역시 승격 법률안'을 발의할 국회다. 승부수를 던지는 시점은 2017년 대선이다. 인구 50만~100만 명에 해당하는 5개 대도시와 연계해 19대 대통령 선거 공약에 밀어넣는 게 바로 3단계 계획이다. 대선 공약 힘을 빌린다는 것 역시 일반적인 방법으로 광역시 승격이 만만찮다는 방증이다.

◇광역시 승격 과정 = 울산시 광역시 승격 과정과 큰 얼개는 비슷하다. 시의회와 도의회 동의를 얻고 국회 의결을 거쳐 법률을 제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시의회는 둘째 치고 광역시 승격에 거부감이 있는 도의회를 설득하는 게 큰 고비다.

안 시장은 "부산·울산 사례에서 보듯 지자체 승격 이후 경남에 악영향은 별로 없다"며 "오히려 도내 다른 지역이 함께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창원시를 시작으로 진주·김해·양산도 광역시 승격을 기대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의회를 설득할 기본 논리다.

울산과 가장 큰 차이는 법률 발의 주체다. 1996년 제정한 '울산광역시 설치 등에 관한 법률'을 발의한 주체는 정부였다. 하지만, 현재 창원시는 정부 발의를 기대하기 어려울뿐더러 정부가 나서더라도 단기간에 추진할 수는 없다. 결국, 국회의원 발의 쪽으로 기운다.

'창원광역시 승격 법률안'을 국회가 처리한다면 큰 걸림돌은 없다. 다만, 법안 발의 과정에서 거쳐야 할 정부와 협의 과정이 만만찮을 듯하다. 분위기를 조성해 법안 틀을 만들고 대선 공약과 연계해 동력을 얻는다는 게 기본 전략이라고 보면 된다.

◇광역시 승격 효과 = 안 시장은 "울산은 광역시 승격 이후 5년 만에 지역 내 총생산이 1.5배 늘고 수출은 4배 이상 증가했다"며 "독립적인 재원과 권한을 바탕으로 시대 변화에 빠르게 대응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단 창원시는 광역시 승격 이후 기본적으로 세수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남도로 들어가는 세금을 창원시 수입으로 잡고 도비 보조금, 재정보전금, 징수교부금 등을 빼면 연평균 1200억 원 정도다. 또 각종 국책사업과 정부기관 유치 과정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눈에 띄는 변화는 행정 구조다. 창원·마산·진해구청장이 선출직으로 전환되는데, 창원시는 예산과 인사를 서로 보완하면서 상생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광역시 테두리 안에서 지역 갈등은 자연스럽게 완화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안 시장은 "광역시 승격이 단기간에 이뤄질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임기 이후에도 계속 추진할 과제이고 시작해야 한다면 지금이 적기"라고 강조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