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지역 공연기획사 수익창출·관객동원 어려움…지자체·기업 인식전환 시급

지역에서 공연을 기획하고 무대에 올린다는 것.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만만치 않은 도전이다.

특히 의욕적으로 뛰어든 신생 기획사엔 너무 높은 벽이라는 목소리가 많다. 지자체 등이 진행 중인 각종 지원사업에 응모조차 어렵다. 지역민들의 낮은 관심도 야속하기만 하다.

지난해 10월 26일 창원 용호동 용지어울림동산에서는 제1회 창원인디뮤직페스타가 열렸다. 창원지역 젊은 인디 음악인들이 모인 자리였다.

거리 공연의 연장이었다. 관객들은 어울림동산에 돗자리를 깔고 앉았다. 가을 소풍이라도 온 듯 즐거운 표정이 역력했다.

12월 13일엔 창원대 종합교육관 대강당에서 '와줘서 겁나 땡큐'란 이름의 공연이 펼쳐졌다. '청춘을 위로한다'는 깃발을 내걸고 5·7월에 이어 세 번째 판을 벌였다.'와줘서 겁나 땡큐'는 창원에 소재한 공연기획사 SKPLAN이 무료로 진행하는 공연이다.

'와줘서 겁나 땡큐' 공연에서 연주하고 있는 인디밴드 슈가볼. 지난해 7월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에서 펼쳐진 공연 장면이다. /SKPLAN

그렇다면 이 공연들을 올해도 볼 수 있을까. 대답은 '글쎄'다.

창원인디뮤직페스타를 기획한 배민(34) (유)풀뿌리문화공동체 예종 기획팀장, '와줘서 겁나 땡큐'를 기획한 김형태(34) SKPLAN 대표는 계속 공연을 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마냥 긍정적일 순 없다. 지속적인 공연을 위해선 '수익'이 절실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들이다.

두 행사 모두 적자를 면치 못했다. '와줘서 겁나 땡큐'의 경우 첫 번째 공연에서만 1200만 원 적자를 봤다. 7·12월 공연도 적자 폭은 줄였지만 힘든 건 마찬가지였다.

◇신생 기획사 지원책 없을까

배민 씨는 지역 인디 밴드 '없는 살림에' 보컬이다. 소극장과 길거리에서 공연하던 경험이 공연 기획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유)풀뿌리문화공동체 예종은 그렇게 탄생했다. 전문적으로 문화 기획 일을 하기 위해선 '틀'을 갖추는 것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창원여성회·경남청년회·경남청년희망센터 등 시민단체도 힘을 합쳐 지난 2012년 12월 법인으로 거듭났다. 2013년 4월엔 예비사회적기업 인증도 받았다.

그저 좋아서 하던 공연과는 달랐다. 어느 때보다 '수익'이 강조될 수밖에 없었다. 전문성 결여도 발목을 잡았다. 결성 초기엔 지자체 등의 지원사업 공모에 집중했다. 하지만 해당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다. 지원하는 쪽에서 요구하는 대로 공연을 기획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자문을 해보기도 했다. 사회적기업 경영 컨설팅 지원을 활용했다. 하지만 대다수 컨설팅이 '제조' 기업에 쏠려 있었다. '문화' 관련 컨설팅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지자체나 기업 행사 입찰은 신생 기획사에 올려보기조차 힘든 거대한 '벽'이었다. '실적'이 부족한 신생 기획사에 일을 맡기길 주저했다. 배민 씨 말이다.

"신생 기획사는 자격 요건부터 막힙니다. 시도조차 힘들어요. 애써 지원해도 떨어지기 일쑤죠. 지자체가 진행하는 대규모 행사들은 대부분 타 지역 대형 기획사가 가져갑니다. 지역 기획사의 어려움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는 거죠."

창원인디뮤직페스타는 그런 악조건에서 기획한 공연이었다. 경남민예총과 함께 주최하고 경상남도 후원을 받았다.

초기 단계에서 기획단을 따로 모집하는 등 나름 품을 들였지만 결과는 '적자'였다. '투자'라며 애써 웃어 보지만 아쉬움을 감출 수는 없다.

배 씨는 1차적 실패 원인을 자신의 부족함에서 찾았다.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역 문화공연이 아래로부터 활성화하려면 지자체·기업 등의 인식 변화가 절실하다는 호소도 했다.

"지역 토종 기업이나 문화로 먹고 사는 청년들에 대한 지원이 더 필요합니다. 단지 예산 지원만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이들이 자생력을 키울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해야 합니다. 조금만 관심을 두면 어떤 지원이 실질적으로 필요한지 보입니다."

10월 26일 열린 제1회 창원인디뮤직페스타 모습. /여기, 스테이지 블로그

◇시민 문화향유권 요구해야

김형태 SKPAN 대표는 한 지역 기업에 공연 후원금을 받으러 갔다가 불쾌한 경험을 했다.

"후원금 지원을 약속받고 일어서려는데 대표가 다른 기업에도 직접 연락해 후원금을 받아주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더니 휴대전화를 꺼내 전화를 거시더라고요. 스피커폰으로 통화를 하셔서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는지 다 들을 수 있었습니다. 돈 남겨 먹으려고 하는 것들일 텐데 이번만 지원하고 다음부터는 주지 말라는 얘길 하시더라고요. 그게 지역에서 열리는 '공연'을 바라보는 시선입니다."

김 씨 입장에선 수익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공연을 포기하는 것이 맞다. '와줘서 겁나 땡큐' 5·7월 공연에서만 1500만 원 가까이 적자를 봤다.

공연은 지역에서 보기 힘든 인디밴드를 한자리에 모으기 위해 마련했다. 앞서 두 차례 공연은 창동상인회 도움을 받아 창원 마산합포구 창동에서 열었다.

발을 넓혀 지역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렇게 지난 12월 창원대 종합교육관 대강당에서 세 번째 공연을 진행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완벽한 '실패'였다.

"3회 공연에서 관객이 확 줄었습니다. 이전 공연보다 200명 가까이 줄었더군요. 저렴한 출연료에도 공연 취지를 이해하고 찾아온 뮤지션들에게 너무 미안했습니다."

그는 2시간 30분짜리 공연 영상을 열 번 이상 보면서 실패 원인을 찾으려 애썼다. 공연 질은 나쁘지 않았다.

"공연 1주일 전까지 후원 업체 확정이 안 됩니다. 후원하기로 했다가 맘을 바꾸는 분도 계시고, 확답을 주지 않는 분도 있어서죠. 그러다보니 홍보용 포스터도 쉽게 인쇄할 수가 없습니다. 자연스레 홍보하기가 어려워지죠."

지금까지 공연은 지인을 통해 알게 된 사람들의 후원으로 간신히 진행할 수 있었다. 매 공연 같은 사람에게 후원을 요청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자연스레 지자체 행정에 대한 아쉬운 소리가 나온다.

"다른 지역 기획사들이 경남을 뭐라고 부르는지 아십니까? '문화 불모지'라고 해요. 공연 문화에 대한 관심이 없다는 것이죠. 지자체도 사업체입니다. 수지타산을 따져야죠. 그렇다면 지금처럼 지원해선 안 됩니다. 같은 예산으로 더 좋은 공연을 할 수 있는 기획사는 없는지 관심 있게 살펴야 합니다."

김 대표는 무엇보다 지역민의 관심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관객만 많아진다면 공연이 훨씬 쉬워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지역에서 열리는 공연 행사 대부분이 지원 예산을 받아 진행됩니다. 지역민이 낸 세금으로 이뤄진다는 뜻이죠. 문화향유권을 당당히 요구해야 해요. 그래야만 질 낮은 공연에 들어가는 예산이 좋은 공연에 쓰일 수 있습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