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 없어 불편·사회자 돌출 발언 눈살…박 교육감 소개 안해 갈등 표출 추측도

경남도가 도내 주요 인사를 초청해 처음으로 신년인사회를 열었지만 미숙한 행사 준비로 극소수 참석자만 기분이 좋고, 나머지는 기분 나빴던 행사가 되고 말았다.

지난 2일 오후 2시 경남도청 본관 4층 대강당은 도 주관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인사들로 꽉 찼다. 경남도 집계로는 500여 명이 참석했다. 홍준표 도지사와 김윤근 도의회 의장, 박종훈 교육감을 비롯해 국회의원과 도의원, 도 단위 기관장, 시장·군수, 종교계, 경제계, 학계, 언론계, 시민사회단체 주요 인사들이었다.

참석자들이 서로 덕담을 주고받으며 인사를 나누고 행사가 시작됐을 때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좋았다. 그러나 홍준표 지사의 신년사와 김윤근 도의회 의장의 축사가 끝난 뒤부터 문제가 생겼다. 행사장에 설치된 스크린을 통해 참석자를 소개하는 순서에서 국회의원과 도의원만 개별 이름이 자막으로 게시되고, 나머지 인사들은 개별 이름이 게시되지 않고 뭉뚱그려 소개됐다.

다음은 각계 대표 인사의 덕담이 이어졌다. 도내 국회의원 중 최다선인 이주영 국회의원이 첫 번째로 마이크를 잡았으며, 두 번째로 강병중 넥센타이어 회장에게 마이크가 넘어갔다. 이어서 권순기 경상대 총장, 구옥희 해군사관학교장, 백승엽 경남지방경찰청장, 정규인 재경도민회장이 마이크를 잡고 덕담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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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는 참석 인사들이 수십 개 원탁 테이블을 중심으로 둘러선 채로 진행됐다. 행사 시작부터 각계 대표자들 덕담이 모두 끝나기까지 약 50분이나 됐고, 행사 내내 서 있어야 하는 참석자들은 힘들어했다. 또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이 몰리면서 실내 온도가 급격히 올라가 짜증을 더했다.

사회자의 돌출 발언이 행사 분위기를 망치기도 했다. 이날 행사 사회는 KNN의 남녀 아나운서가 맡았다. 사회자는 강병중 회장의 덕담에 앞서 강 회장을 도내 대표적 기업인으로 소개했다. 덕담이 끝난 뒤에는 강 회장이 KNN 회장임을 강조하고서 KNN을 자랑하는 멘트를 했다. 마치 KNN 내부 행사 또는 KNN 자체 방송프로그램에서나 나올 법한 멘트여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강 회장의 대표성도 애매했다. 경제계에서는 최충경 경남상공회의소협의회장이 참석했고, 언론계에서는 도내에 본사를 둔 언론사 대표들이 여러 명 참석했다. 경남도가 이들을 제치고 부산이 본사인 KNN 강 회장에게 마이크를 준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또 경남도는 이날 박종훈 교육감이 참석했음에도 전혀 소개를 하지 않았고, 마이크를 잡고 인사를 할 기회를 주지도 않았다. 심지어는 사회자 멘트나 스크린 자막으로도 소개가 없었다. 박 교육감은 행사 끝 부분, 단상에서 여럿이 함께 축하 떡을 자르는 데에만 자리가 마련됐다. 통상 도내 행사에서 도교육감은 도 단위 선출직 기관장으로서 도지사, 도의회 의장과 같이 예우해왔다. 이 때문에 무상급식 예산 지원 중단으로 불거진 갈등을 표출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다.

경남도 관계자는 "참석자 소개는 진행요원에게 명단을 넘겨주었는데 실수로 그렇게 됐고, 문제가 된 사회자 멘트는 시나리오에 없는 내용인데 사회자가 돌발적으로 그렇게 한 것이어서 손을 쓸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박 교육감 예우와 관련해서는 "애초 초청장을 보냈는데 내부 행사 때문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했다가 행사 당일 점심 무렵에야 참석하겠다고 통보해왔다. 그전에 이미 덕담을 하실 분 등을 정해놓았기 때문에 어찌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경남도가 처음으로 연 신년인사회는 전반적으로 행사 장소가 좁았던 점, 장소보다 너무 많은 인사를 초청한 점, 행사 준비와 진행이 미숙한 점 등으로 극소수 몇 명을 위해 나머지는 모두 들러리가 된 낙제점 행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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