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따라 내 맘대로 여행] (46) 거창 금원산 얼음축제

누군가 마법을 부린 것이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유유히 흐르던 계곡물이 어떻게 얼음꽃이 되어 한낮 햇살에도 그 차디찬 기운을 그대로 품고 있을까.

나무 밑기둥부터 감싸 올라간 얼음은 세상을 얼려버린 듯하지만 생명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흐르던 물조차 순간 멈추게 한 서슬 퍼런 기운에도 연둣빛 나뭇잎은 싱그러움을 뽐내고 있다.

자연과 어우러진 서부 경남권 유일한 겨울축제라 해도 과언이 아닌 금원산 얼음축제(거창군 위천면 금원산길 412) 현장을 찾았다. 올해로 8회째를 맞이한 금원산 얼음축제는 오는 23일까지 한 달여간 휴양림 일대에서 펼쳐진다.

주차를 하고 입구에 서면 가장 먼저 황금 원숭이 동상이 반긴다. 금원(金猿)의 한자를 풀면 황금 원숭이다. 저 옛날 이 산속에 금빛 나는 원숭이가 날뛰므로 한 도사가 바위 속에 가두었다는 전설에 따라 금원산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거창 금원산 얼음축제 현장. 계곡과 폭포가 그대로 얼어붙어 마치 얼음나라에 온 듯하다. 축제를 찾은 사람들이 신나게 썰매를 타고 있다.

황금 원숭이를 뒤로하고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디면 '뽀드득뽀드득' 발소리와 얼음장 밑으로 유유히 흐르는 계곡물 소리가 겨울왕국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맑은 계곡물 위에도, 높다란 산 절벽에도 설원의 장관이 펼쳐진다. 하얀 눈과 투명한 얼음에 세상이 얼었다. 쉬 보기 어려운 풍경이다. 제멋대로 얼어버렸을진대 촘촘히 작품 같다.

먼저 반기는 것은 80m 길이의 얼음 미끄럼틀(봅슬레이)과 즐거운 비명이다. 눈썰매를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 주최 측에서 마련해 놓은 눈썰매를 하나 집어들고 성큼성큼 미끄럼틀 앞에 섰다. 내려다보니 아득하다.

어느 순간 가속이 붙으니 절로 비명이 나온다. 빨개진 볼과 거칠어진 숨소리가 어느새 동심의 세계로 이끈다. 지치지 않는 건 아이들뿐이다. 몇 번을 오르고 내려오지만 상기된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눈썰매장은 어릴 적 추억 속으로 안내한다. 썰매를 지쳐도 좀처럼 앞으로 나가지 않더니 곧 탄력을 받는다.

겨울왕국 속 얼음왕국 세상도 볼거리가 풍성하다. 얼음조각전을 수놓은 에펠탑, 뽀로로, 남대문과 이글루, 얼음동굴 등이 얼음에 갇힌 듯한 세상에서 한참 동안 추억을 남긴다.

겨울왕국을 경험했다면 언 몸을 노곤하게 녹일 수 있는 가조온천(거창군 가조면 일부리 1237)을 찾아가보자. 1987년 온천지역으로 고시해 현재는 백두산 천지온천만 영업하고 있는데, 수온은 26.5℃이고, 강알칼리성(pH 9.7)으로 물이 매끄럽기로 유명하다.

얼음축제 입장료는 어른 1000원 학생 600원, 주차료는 경차 1500원 소·중형차 3000원이다. 문의 055-254-3971~6.

다보탑, 에펠탑, 뽀로로, 남대문을 옮겨온 얼음조각전.

◇찾아가는 길

△거창 IC에서 가는 길 = 거창 IC→검문소(직진)→교육청 사거리(좌회전)→김천사거리(직진)→졸부사거리(좌회전)→마리 삼거리(우회전)→장풍삼거리(좌회전)→좌회전(4.45km)→매표소.

△지곡 IC에서 가는 길 = 지곡 IC(좌회전)→안의 금천사거리(직진)→교복 삼거리(직진)→마리 삼거리(좌회전)→장풍삼거리(좌회전)→좌회전(4.45km)→ 매표소.

△버스 이용 시 = 거창고속(시외)버스터미널→1.2㎞(도보 18분)→서흥여객(시내)터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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