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6년 일본을 방문한 수신사 김기수는 <일동기유(日東記游)>라는 기록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일본인 구키 류이치가 '귀국의 학문은 오로지 주자만을 숭상합니까'라고 묻길래 '지난 500년간 우리는 오로지 주자(朱子)만 알 뿐이다. 주자를 배반하는 자는 난적으로 여겨 즉시 처단한다'고 답했다."

유교 해석은 오로지 주자만이 할 수 있다는, 이른바 '주자일존(朱子一尊)'은 조선 500년을 멍들게 한 병폐였습니다. 2014년을 되돌아 보니 주자일존 망령이 다시 살아난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현 정부에 조금이라도 이의를 제기하는 개인이나 집단은 곧 척결 대상에 올랐습니다.

공론장과 다양성이 사라지는 대신, 억압과 독주가 일상화됐습니다. 창조경제를 지향한다는 사람들이 창조의 원천인 다양성을 짓밟는 이 기막힌 아이러니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주주 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새해가 밝았습니다. 2014년을 떠올리니 올 한 해 또한 녹록지 않을 것 같아 마음은 무겁습니다만, 그래도 희망을 버릴 수 없기에 먼저 '복 많이 받으시라'는 새해 인사 올립니다.

지난 경험을 종합하면 2015년 올해야말로 획기적인 전환이 필요한 해입니다. '종북몰이'로 대변되는 다양성 말살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그 다양성 속에는 지방자치도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경직돼 가는 동안 '수도권 일극 집중'은 더 심화됐습니다. 지역경제가 설 자리를 잃고, 지방자치단체가 오로지 국비 확보에 목을 거는 현상은 '민주주의 퇴행'이라는 현실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습니다.

내 월급 통장 빼고 모든 물가가 다 오르는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도 '이대로는 안 된다'는 절박함을 키워야 합니다. 쓰레기통에 버려진 경제민주화를 되살리지 않고서는 부익부 빈익빈이란 모순을 해결할 길이 없습니다.

물론 여건은 만만치 않습니다. 안방에서 무차별 이념 공세를 벌이는 종편이나, 애국이란 미명하에 '도탄에 빠진 민생'을 합리화하는 보수 신문들을 보면 다리에 힘이 빠지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됩니다. 무기력이야말로 현 집권 세력이 노리는 진짜 목표이기 때문입니다.

주주 독자 여러분! 매년 그랬듯이 올 한 해도 경남도민일보는 묵묵히 제 길을 가겠습니다. 어떤 어려움과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지역사회가 진정 원하는 바를 계속 탐색하겠습니다. 필요할 때 분노의 불길을 댕기고, 힘든 이웃과 고락을 같이하겠습니다. 마침 지면도 새롭게 단장했습니다. 온라인을 통해서도 계속 외연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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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 독자 여러분도 경남도민일보를 사랑하는 마음을 더 키워주십시오! 경남도민일보가 지닌 힘은 주주 독자 여러분이 건네는 격려에서 배가됩니다.

주주 독자 여러분! 다시 한 번 새해 건승을 빕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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