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탑 옆 농성장 단전…한전 "화재 위험 우려"

한국전력이 밀양 송전탑 반대주민들의 천막농성장 전기를 끊었다.

한전은 30일 오후 1시부터 '화재·누전 등 안전사고 방지'를 이유로 밀양시 상동면 고답마을 115번 철탚 옆 천막농성장에 공급하던 전기를 끊겠다고 밀양 주민들에게 통보했었다. 이에 주민들은 30~31일 밤새에 한전 컨테이너 단자함 앞에서 단전을 못하도록 노숙을 했다. 주민들은 31일 오전 내리는 눈을 그냥 맞으며 농성을 했지만 한전은 이날 오전 11시 30분에 전기를 끊었다.

밀양 765㎸ 송전탑 반대대책위원회는 "간밤에 주민들이 노숙 농성을 하면서 단자함을 지키며 단전을 막으려 했지만 115번 현장으로 들어오는 아래쪽에서 차단한 것 같다"며 "한전에 1월 6일 대화자리 이후인 7일까지만이라도 전기공급을 해달라고 제안했는데 한전은 발전기를 빌려주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은 아예 고답마을에서 전선을 300m 끌어와 오후 3시에 농성장과 전기를 연결했다.

추운 날씨에 고령의 주민들이 철탑 옆에서 엿새 째 농성 중인데 한전이 단전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각계에서 비판들이 쏟아지고 있다.

경남지역 시민사회단체들로 꾸려진 '밀양765㎸송전탑백지화및공사중단을위한경남공동대책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한전에 사죄부터 하고, "엄동설한에도 농성장 전기 끊은 반인륜적인 한전, 단전 철회하고 거꾸로 송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한전은 1월 6일 주민들과 대화를 예정하고 있음에도 고작 전기공급을 가지고 혹한기에 고령의 주민들을 협박하고 있다. 그들도 부모가 있을 터인데 추운 겨울밤부터 맨땅에서 농성하고 있는 노인들이 잠깐 몸을 녹이는 농성장에 전기를 끊을 수 있는가"라고 따졌다.

115번 철탑 현장에서 농성 중인 단장·부북·산외·상동면 4개 면 주민들은 시험송전 중단과 한전의 사과 등 요구사항에 대한 답변을 내놓을 때까지 농성을 할 계획이다.

주민들은 △한전 공식 사과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조사와 실질적 피해 보전 △노후원전 고리1호기 폐쇄와 전력수급계획변경 등 여건 변화 시 철탑 철거 약속 등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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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양 송전탑 반대주민들이 31일 상동면 고답마을 115번 철탑에서 엿새째 시험송전 중단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한전은 이날 오전 11시 30분 농성장에 공급하던 전기를 끊었다. /밀양 765㎸ 송전탑 반대대책위원회

밀양 주민들은 올해 마지막 날과, 새해 첫날을 농성장에서 보낼 계획이다. 대책위는 "오늘은 12월 31일, 2014년 마지막입니다. 2014년은 밀양 주민들에게 특별히 잊을 수 없는 해로 기억될 것입니다. 1년 내내 전쟁과도 같은 나날을 지내야 했으니까요"라며 "2015년 새해는 2014년 가장 고통스러운 시간을 지내야 했던 밀양 주민들에게만큼은 희망의 한 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희망했다.

또한, 전국 곳곳에서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고통' 받는, 그리고 그에 맞서 '저항'하는 이들과 투쟁현장에 연대의 인사를 보냈다.

대책위는 "같은 자리에서 이 추운 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낼 전국의 많은 투쟁 사업장, 힘없고 약한 이들의 싸움의 현장에도 뜨거운 사랑의 인사를 전합니다"고 했다. 이어 전국의 연대자들에게 "묵은해의 마지막을, 새해의 첫 시간을 노숙 농성장에서 맞게 될 밀양 주민들에게도 연대의 손길을 내밀어 주세요"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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