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 6월 14일 검찰은 국정원 댓글 혐의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6월 24일 남재준 국정원장이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공개했고, 노무현 대통령의 NLL 포기논란으로 비판여론은 희석되었다.

# 2013년 8월 19일 국정원 댓글 의혹 청문회에서 권은희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 수사외압을 증언했다. 9월 4일 국정원이 내란음모 혐의로 이석기 의원의 사무실을 압수수색 했고, 외압논란은 사그라졌다.

# 2014년 11월 28일 정윤회 등 비선 라인의 국정농단 의혹이 확산되었다. 12월 19일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 해산을 선언함으로써, 국정논단 의혹은 종적을 감추었다.

국내정치와 안보 간 밀월이 지속하고 있다. 사소한 사건은 수도 없지만, 굵직굵직한 것만 3건이다. 과연 둘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을까? 박근혜 정부는 국내정치와 상관없이, 민주적 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구사한 안보정책이라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취약한 정통성과 소통능력 부족에서 비롯된 궁여지책은 아닐까?

박근혜 정부의 주장은 타당할까? 안보는 국가와 국민의 보존이다. 적극적으로는 세계지배부터 자국중심 질서까지, 소극적으로는 국가존립부터 국민안전까지이다. 어떤 의미이든 '국민의 편안한 마음'은 공통분모이다. 방법은 ①전쟁을 통한 정복 ②국력증강과 동맹관계를 통한 세력균형 혹은 ③외교를 통한 평화이다.

정복은 국제무대가 허용하지 않는 방법이다.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으로 연결된 미국-일본-남한이, 조러 및 조중 우호조약으로 묶여있는 러시아-중국-북한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러므로 현재는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협력하면서 통일기반을 조성해야 할 시기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현재의 대립을 북한의 핵무기와 호전적 태도 탓으로만 돌린다. 북한을 단순한 안보 파괴자로 몰아붙인다. 종북 사건을 끊임없이 생성시키면서, 국민뿐만 아니라 다양한 조직의 생각과 행동반경을 제한하고 있다. 사실 여부는 이러한 상황을 설명하는 데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남북대립과 안보 정국에서 비롯되는 국민의 불안을 볼 때, 박근혜 정부는 안보정부가 아니라 불안정부의 범주에 포함된다.

불안정책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일단 국내정치와 안보 간 관계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국내 위기에 봉착한 후, 곧바로 안보 정국이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왜 안보위기를 이용할까? 정통성의 부재 때문이다. 정통성은 현재 지위에 이른 '과정의 합법성'과 현재 '직무의 충실성'으로 구성된다. 전자가 없으면 후자는 의미가 없다.

물론 판결로만 볼 때, 박근혜 대통령이 물러나야 할 만큼 선거법을 위반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과정의 합법성에 치명적 결점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국정원의 박근혜 지지 댓글과 상대후보 비방 댓글, 그리고 "지지 댓글이 없다"고 발표한 김용판 수서경찰서장의 중간수사발표 등을 보면 말이다.

통상 정통성이 취약한 대통령은 탄압과 업적 정통성에 집착한다. 업적 정통성은 실적으로 정통성 부재를 상쇄시키려는 노력이다. 이승만 대통령의 반공,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성장, 전두환 대통령의 정의구현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국가에서, 인위적 권위주의는 불가능하다. 전임 대통령과 비교해서, 정통성 부재를 넘어설 만한 업적도 찾기 어렵다. 결국 안보 정국이 되고 마는 것이다. 남북분단 상황에서 안보는 블랙홀이 될 수밖에 없으므로, 유혹을 뿌리치기란 쉽지 않다.

박근혜 정부가 안보정부라면, 6자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내야 한다. 북한을 협력과 통합의 대상으로 인정해야 한다. 국민이 불안해하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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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취약한 정통성은 안보 정국이 아니라 브로커십(brokership)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반대세력과 끊임없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교집합을 넓혀 나가야 한다. 국민의 요구를 수렴하여, 대다수가 수용 가능한 지점을 찾아내야 한다.

역사적 교훈을 볼 때, 안보를 이용하는 정권유지가 편하고 달콤할 수 있지만 영광은 짧다. 권위주의에 기대려는 노력은 한순간 가능할 수 있지만 영원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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