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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열정이 키운 고품질 딸기 주렁주렁

[강소농을 찾아서] (83) 밀양 딸기농장 '스무 살의 농부'손정철 대표

이원정 기자 june20@idomin.com 2014년 12월 29일 월요일

밀양시 상남면에 있는 딸기 농장 '스무 살의 농부'. 하지만 보이는 것은 올해 나이 58세의 손정철 대표이다. 50대의 나이지만 딸기 농사 28년의 노하우와 20대 후반 아들 못지않은 열정을 가진 열혈 농업인이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부지런함으로 = 손 대표는 전원생활이 좋아서 농촌에 정착했다. 처음에는 여러 가지 농사를 짓는 복합 영농을 했다. 그러다 딸기에 관심을 가져 딸기에 집중한 지 28년 됐다. 인근 삼랑진은 우리나라에서 딸기가 처음 재배됐다는 시배지이기도 하다.

무작정 딸기 농사를 시작했다. 주위 사람에게 묻고 연구하기를 계속했다. 손 대표의 부모는 무척 성실한 농부였다. 피는 속일 수 없었다. 손 대표 역시 동네에서 부지런하기로 소문났다. 상남면에서 일을 제일 많이 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였다.

하지만 농사는 개인의 노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었다. 즉 하늘의 역할이 있어야 했다. 28년 동안 딸기와 함께 했지만, 실패도 많이 했다. 특히 병충해로 한 해 농사를 망친 것도 여러 번이었다. 그럴 때마다 농사를 계속 지어야 할지 고민이 됐다. 하지만 결론은 늘 "내년엔 더 잘해보자"였다.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마음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부정적이면 살아남지 못합니다. 언젠가 큰 태풍이 왔을 때 하우스가 박살 난 적이 있습니다. 정말 힘들었죠. 하지만 진취적인 마음으로 다시 일어섰습니다. 그 후 하우스 파이프 중 가장 굵은 것으로 골재를 모두 바꾸었습니다. 지금은 아무리 바람이 불어도 걱정 없습니다."

손 대표 농장은 모두 1만 4000㎡(4300평)가량 된다. 이 중 딸기는 1만 1000㎡(3400평). 나머지는 고추 재배와 딸기 육묘 등 용도로 쓴다.

딸기 재배는 3년 전 도입한 하이베드가 5000㎡(1500평), 나머지는 토경 재배를 하고 있다. 하이베드는 땅에 딸기를 심어 재배하는 토경재배와는 달리 어른 허리 높이의 베드에 작물을 심고 양액으로 관리하기 때문에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한 반면 노동력은 적게 드는 장점이 있다.

밀양은 딸기로 유명한 곳이지만, 신기술인 하이베드 도입은 산청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은 편이다. 그래서 손 대표는 산청에 견학 가고 현장 컨설팅 등에도 참여했다. 또 지난해 1년 과정의 밀양시 딸기 농업대학에서 하이베드에 대해 집중 교육받기도 했다. 20여 년 농사 동안 전혀 접해보지 않은 신기술. 두려움은 있었다. 하지만 실패한다 해도 언젠가는 하이베드 재배로 가는 것이 농업의 흐름이라고 읽었다. 위험 부담을 안고 5동의 하우스에서 하이베드 재배를 했다.

"다행히 결과가 좋았습니다. 앞으로는 하이베드 면적을 늘릴 계획입니다. 밀양시장과 농업기술센터 소장도 지역에 딸기 하이베드 시설을 도입하는 데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밀양시 상남면 딸기 농장 '스무 살의 농부' 손정철 대표가 익어가는 딸기를 살펴보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철저한 품질관리로 명성 쌓기 = 손 대표가 중점을 두는 것은 품질관리이다. 하우스 옆 사무실 용도의 건물 내에 따로 작업장을 만든 것도 위생을 위한 일이다.

"솔직히 7~8년 전만 해도 밀양 딸기가 서울 가락동시장 등에서 큰 대접을 못 받았습니다. 품질관리가 제대로 안 됐기 때문이죠. 하지만 요즘은 농민들 의식이 많이 바뀌어서 소비자 입장에서 철저히 품질관리를 합니다. 특히 우리는 아들이 아주 엄격하게 품질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한국농업대학교를 나온 손 대표 아들은 농업의 비전을 보고 농민이 됐다. 손 대표 부부는 아들이 조금이라도 편한 생활을 하기를 원했기 때문에 아들의 농촌 정착을 많이 반대했다. 하지만 아들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다.

요즘 손 대표의 목표는 최신 시설 확충을 많이 해서 아들에게 선진 농업을 물려주는 것이다.

한편으로 손 대표는 농촌진흥청의 영농현장모니터 위원으로 활동한 지 6년 됐다.

영농현장모니터 위원은 영농 현장의 애로와 지역 발전을 위한 주요 제안을 발굴해 해결하고 자립기반을 확충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농정과 농촌진흥 사업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농업의 참여를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즉 지역 농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농촌진흥청 전문가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현재 경남에는 22명이 활동하고 있는데, 정기적으로 모임을 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등 전국 어느 지역보다 활성화돼 있다고 자랑했다.

◇한국 농업 현실 고민 = 손 대표는 정부와 자치단체에 대해 농업 현실을 걱정하는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상품은 어떻게 포장하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집니다. 그래서 딸기도 최대한 예쁘고 가지런히 포장하죠. 하지만 모양을 내서 포장하면 손길이 가는 만큼 딸기에 상처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네덜란드에 다녀온 한 교수가 사진을 보여줬는데, 크기와 중량만 달아 벌크(무더기) 형태로 출하하더군요. 사람 손이 안 가는 만큼 신선도가 유지되는 겁니다."

포장에 노동력이 많이 드는 것도 문제다. '보기 좋은 포장'을 위해 생산자는 투자를 많이 해야 하고, 소비자는 신선도가 떨어지는 상품을 받을 수밖에 없으니 이를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과일의 포장 거품을 정부가 나서서 제재해야 합니다. 포장보다 내용물을 봐야 하는데 화려한 겉치레만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수출이 힘든 것도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몇 년 전 밀양무역을 통해 딸기 수출을 조금 했지만 요즘은 못하고 있습니다. 농산물 수출은 수입국 국내 사정 등 여러 가지 요소로 인해 어려움이 많습니다. 이곳에는 무역업자도 없어요. 행정에서 수출 농가를 모아 가교 역할을 하면 좋겠습니다."

손 대표는 얼마 전 품목별 연구회 벤치마킹으로 논산과 횡성 등 여러 곳을 다녀왔다. 그때 여러 농민이 모인 자리에서 손 대표는 '한국 농업의 미래'에 대해 토론해 보자고 제안했다.

긍정적인 시각도 부정적인 시각도 있었지만, 손 대표는 부정적 의견을 제시했다.

"우리 하우스에서 일을 돕는 어르신들의 나이가 70대 후반에서 80대 초반입니다. 아마 3~4년 후면 내국인 인부를 구하기 힘들 겁니다. 지금도 우리 농장에서는 필리핀인 부부가 일하고 있습니다. 저녁 때 동네에 나가면 중국, 몽골, 베트남, 필리핀, 우즈베키스탄 등 여러 나라 사람이 보입니다. 과연 앞으로 우리나라 농업을 누가 이끌 것인지 걱정입니다."

손 대표는 이를 해결하는 것은 농민들만의 몫이 아니라고 했다. 도시에서 쌀·고기·채소를 사 먹는 사람들이 고민해야 하고, 무엇보다 정치인들이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20대에 희망 거는 '스무 살의 농부' = '스무 살의 농부'라는 농장 이름에도 농촌 현실을 걱정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우리나라 농업 종사자들의 연령대가 높습니다. 모임에 가면 대부분 50대 후반 이후입니다. 신선한 젊은 사람 중에서 농업을 하려는 사람이 드물죠. 노년기에 접어든 우리나라 농업의 미래가 젊어졌으면 하는 마음에서, 아들처럼 젊은 사람이 농촌에 많이 들어와야 농업 발전이 될 것이라는 마음에서 스무 살의 농부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손 대표는 "아들은 이 시대 가장 훌륭한 농사꾼이 될 것"이라고 자랑했다.

손 대표 인터뷰 내내 하우스에서, 작업장에서 묵묵히 일만 하던 아들은 인터뷰와 사진 촬영 요청에 "농사를 열심히 지어 언젠가 내 이름이 주인공이 되는 그날 인터뷰하겠다"며 사양했다.

당찬 포부에 지금은 손 대표 아들의 이름도, 얼굴도 밝히지 않는다.

<추천 이유>

◇석종선 밀양시농업기술센터 농업지원담당 = 딸기재배의 대부인 손정철 대표는 고설 재배(하이베드) 시설 설치로 높은 소득을 올리며 딸기재배 신기술을 지역에 확산시키는 핵심지도자입니다. 고품질 딸기 생산기술로 농가소득을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지역 실정에 맞는 신기술을 연구·접목하면서 이웃농가에 기술을 파급하는 진정한 농업인으로 밀양딸기전문연구회 회장을 역임하면서 헌신적으로 봉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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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정 기자

    • 이원정 기자
  • 문화체육부를 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