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갈등 해소" 마무리 선언, 공사 근거 '전력난'언급 안 해…반대주민 나흘째 철탑 옆 농성

한국전력이 밀양 송전탑 주민 반대에도, 신고리∼북경남 765㎸ 송전선로 공사 마무리 선언과 함께 시험송전을 했다.

밀양 765㎸ 송전선로가 지나가는 단장·부북·산외·상동면 등 4개 면 주민들은 지난 26일 오전 상동면 고답마을 115번 철탑 옆에 천막을 치고 한국전력의 송전 중단을 요구하며 농성을 시작했다. 농성은 나흘째 이어지고 있다.

과수원 한가운데 있는 115번 철탑은 밀양시와 한전이 경찰을 앞세워 지난 6월 11일 농성 움막을 강제 철거하고 주민들을 끌어낸 곳에 들어선 것이다.

주민들은 천막 농성장에서 함께 잠을 자고, 밥을 먹으며 자신들 삶의 터전을 지키는 '일상'으로 돌아갔다. 주민들은 철탑 네 기둥 밑에 철조망이 둘러쳐져 있었지만 철탑을 오르려 했고, 밧줄을 목에 감고 농성을 했다. 경찰이 막아서면 "잡아가라"며 고함을 치고, 채증에 항의했다. 한전이 울타리를 치려하면 자재에 올라앉기도 했다.

지난 26일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이 상동면 고답마을 115번 철탑 현장에서 한전의 시험송전 중단 농성을 시작했다. 한 주민이 철탑 기둥에 둘러싸인 철조망을 잡아당기고 있다.

그렇지만 한전은 예정대로 28일 오후 3시 시험송전을 단행했다. 한전은 지난해 10월부터 공사를 강행해 밀양구간 69기 등 울산에서 창녕까지 161기 철탑 공사를 마무리한 데 이어 시험송전을 거쳐 상업운전을 할 계획이다.

한전은 주민들이 농성 중인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주민들과 소통으로 갈등을 해소하고 국책사업을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한전 조환익 사장은 "온 국민의 전기 사용을 위해 대승적인 차원에서 사업을 이해해주시고, 여러 가지 불편에도 협조해주신 주민 여러분의 희생과 배려 덕분"이라며 "밀양지역 발전을 위해 지속적으로 밀양시와 상생 방안을 모색해 나가며 주민 화합과 갈등 치유에도 그 역할과 사명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송전탑 반대 주민들은 "10년이 흘렀다. 한전은 이제 끝이라 생각하겠지만 절대 끝낼 수 없는 싸움"이라고 했다. 밀양 765㎸ 송전탑 반대대책위원회 공동대표 김준한 신부는 "한전은 끊임없이 말을 바꾸고 거짓말을 했지만 어르신들은 삶의 터전을 지키고자 한 첫 마음 그대로"라며 "생떼가 아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제대로 사과하고 피해 대책을 위해 대화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지난 10년간 주민 2명이 목숨을 잃고, 마을공동체 분열, 사법 처리 등으로 마음과 몸이 고통받은 데 대해 한전의 사과, 각종 불법에 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재산·건강상 피해 조사와 주민 이주 등 대책도 요구했다.

특히 주민들은 정부와 한전이 핵발전소 신고리 3·4호기 송전을 위해 송전탑 공사를 할 수밖에 없다며 공권력을 앞세워 밀어붙인 데 대해 '거짓말'로 주민을 속였다고 분노했다. 28일 시험송전을 알리는 한전 보도자료에는 지난 10월 밀양구간 공사 강행 근거로 제시했던 '전력난'과 '신고리 3·4호기 전력 공급'은 쏙 빠졌다. 주민들은 지난 26일 신고리 3호기 가스 누출 사고로 노동자 3명이 숨진 사고 소식을 듣고 안타까워했다. 시험성적서 위조로 부품 교체 중인 신고리 3·4호기 완공은 언제 될지 모른다.

주민들은 "대화를 원한다. 일방적으로 공사 마무리를 통보할 것이 아니라 진실한 사과와 책임 있는 피해 보전만이 송전탑 사태를 마무리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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