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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바다가 이렇게 풍요로운 줄 몰랐어요

[토요 동구 밖 생태·역사 교실](29) 부산

김훤주 기자 pole@idomin.com 2014년 12월 23일 화요일

겨울이다. 철새가 많이 오는 계절이다. 원래 살던 시베리아 같은 데는 겨울에 꽁꽁 얼어붙기 때문에 먹이가 있는 따뜻한 남쪽으로 날아오는 것이다. 사람들은 하늘을 나는 새를 두고 '자유를 향한 날갯짓'이니 뭐니 하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먹을거리를 입에 넣기 위한 고단한 몸짓일 따름이다. 시베리아를 떠나온 철새들은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나기도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우리나를 거쳐 일본 또는 오스트레일리아까지 목숨을 걸고 날아가기도 한다. 왜? 먹고살기 위해서!

우리나라는 이런 철새들에게 아주 소중한 보금자리라고들 한다. 낙동강·한강·금강·영산강·섬진강 같은 큰 물줄기가 적지 않고 남쪽과 서쪽 바다의 갯벌들도 넓어서 먹을거리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낙동강은 이런 가운데서도 철새들한테 특히 중요한 구실을 한다고 한다. 철새들은 북에서 남으로 날아가는데, 낙동강 또한 북에서 남으로 흐르기 때문에 철새들이 그렇게 옮겨가는 도중에 내려앉아 쉬거나 먹이를 먹을 수 있는 쉼터 구실을 해 주기 때문이란다. 그만큼 풍성한 땅이 우리나라고 그 풍성함은 철새뿐 아니라 사람에게도 혜택을 베풀고 있다.

12월 6일 마산 호계·큰샘원 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 함께한 '토요 동구밖 생태체험 교실'은 바로 이런 철새를 주제로 삼아 떠났다. 아이들에게 철새는 한편으로 낯이 설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익숙한 대상이다. 새를 모르는 아이는 없다. 새를 보지 못한 아이들 또한 없다. 그러나 저것이 무슨 새인지 저 새가 이름이 무엇인지 물으면 제대로 알아맞히는 아이 또한 거의 없다. 늘 볼 수 있는 참새나 비둘기 또는 까치·까마귀 아니면 이름과 실물을 제대로 연결지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새들이야말로 알고 볼 때와 모르면서 볼 때 그 차이가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모르고 보면 그게 그것 같고 해서 도무지 모르겠지만 반대로 조금만이라도 알고 보면 이것과 저것이 확실하게 구별되고 특징이 드러나면서 재미있어지는 것이 바로 철새 살펴보기라는 얘기다.

지난 6일 마산 호계·큰샘원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이 부산을 찾았다. 명지철새탐조센터에서 망원경으로 철새를 살펴보고 있다.

그렇지만 새는 종류가 아주 많고 그것은 이른바 전문가들조차 사람에 따라 견해가 다르고 때로는 헷갈리기조차 한다. 그러니까 아이들에게 이런 지식은 어쩌면 자세히 일러줄수록 더욱 소용이 되지 않는다. 간단하면서도 분명하게 특징을 간추려 일러줄 필요가 있는 셈이다.

아이들이 그래도 오리만큼은 알고 있으니까 이를 바탕 삼아 겨울철새를 구분해 일러준다. 부산 명지철새탐조센터를 향해 달리는 버스 안에서였다. 센터에 내려서는 실제로 철새를 살펴보고 탐조를 하는 데 시간을 써야 하고 버스에서는 그에 필요한 기초 안목 틔우는 얘기를 해야 한다.

"청둥오리 같은 오리는 우리가 다 알아요. 그렇지요?" "예!" "오리는 커요? 작아요? 무슨 동물만해요?" "작아요! 닭이랑 비슷해요." "맞아요. 날갯짓도 닭이랑 비슷하게 해요." "파다닥 파다닥 아주 분주하고 빠르게 날개를 움직여 날지요. 지금 우리가 찾아가는 낙동강 하구에도 이런 오리가 아주 많아요. 철새가 대략 3만 마리 정도 되는데 그 절반이 오리라고 보면 됩니다~."

"이런 오리보다 조금 큰 새가 기러기랍니다. 기러기는 색깔이 수수하면서 날아다니는 품새도 그다지 가볍지 않아요. 사람으로 치자면 나름 품위가 있는 편인데요, 오리랑 견주면 훨씬 점잖다고 할 수 있어요. 날개도 푸다닥 후다닥 움직이지 않고 훨~훨~ 난다고 할 수 있어요."

"물론 오리보다 작은 새도 있어요. 이름도 많고 그만큼 종류도 많은데, '도요'라는 낱말이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아요. 대체로 종종거리며 다니고 목이 짧은 편인데, 다리는 상대적으로 긴 편이랍니다. 그러니까 갯벌이나 강가에서 오리보다 작은 갈색 새들은 대체로 도요새 종류라고 보면 되겠어요."

"그런데 낙동강 하구에서 가장 그럴듯한 새는 따로 있어요. 바로 고니랍니다. '고니'라 하면 잘 몰라도 '백조'라 하면 들어봤다고 하는 친구들이 꽤 돼요. 맞아요. 백조가 바로 고니인데, 백조는 일본식 이름이고 우리말로는 고니가 맞아요. 날거나 헤엄치거나 거닐거나 하는 모양이 모두 우아해 보이는데, 기다란 목을 S자 모양으로 꼬고 있으며 하는 행동이 크고 의젓해요. 여러분도 한 번 보면 '우와!' 소리가 절로 나게 됩니다."

다대포 바닷가에서는 날씨가 추운데도 신나게 뛰어놀며 조개와 게도 잡았다. /김훤주 기자

그러면서 지구상에 남아 있는 고니가 모두 3만 마리 정도밖에 안 되는데, 그 가운데 5000마리가 낙동강 일대를 찾고 또 그 가운데서도 낙동강 하구에 머무는 고니가 3000마리라고, 그래서 낙동강 하구만큼 고니를 많이 잘 볼 수 있는 데가 없다고 일러주면서 크기와 몸짓·날갯짓에 따라 구분해 볼 수 있는 방법을 한 번 더 정리해준다.

이런 설명을 주고받으며 10시 30분 즈음 명지철새탐조센터에 도착했다. 역시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은 크게 차이가 났다. 망원경을 눈에 들이댄 아이들 입에서는 '우와!' 소리가 절로 난다. 고니를 알아보고 "고니다!" 소리치는 친구도 있고 "무슨 오리가 저렇게 많아요?" 슬쩍 되묻는 아이도 있다. 기러기와 오리를 구분해 보는 아이도 있었고 같은 오리처럼 보이는데 몸통 색깔이 너무 다르다는 아이도 있다. "그건 암컷과 수컷 차이야. 암컷은 수수한 반면 수컷은 화려하단다. 암컷한테 잘 보이려고 말이야."

"같은 고니 같은데 작은 것도 있고 큰 것도 있어요. 또 색깔도 서로 달라요." "당연히 크고작은 차이가 있겠지. 그리고 큰고니라는 고니가 따로 종류가 있다고도 해. 또 자세히 보면 검은색이 많이 미칠수록 작을 텐데, 새끼일 때는 색깔이 있다가 점점 자라면서 하얗게 바뀐단다."

아이들은 그러는 한편으로 미션 수행에도 열중했다. 탐조센터 여기저기 붙어 있는 안내와 설명을 통해 철새들을 좀더 구체적으로 자세하게 알아보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도요새가 몇 가지나 되는지, 이름에 '물떼'가 들어가는 새는 또 무엇이 있는지, 같은 오리라도 종류에 따른 특징은 무엇인지 등등. 물론 이렇게 한 번 한다 해도 금방 기억에서 사라지기 십상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한 번 함으로써 고니/기러기/오리/도요새 이렇게 큰 틀에서는 나중에도 구분해 볼 수 있겠지.

한바탕 즐겁게 철새를 살펴본 아이들은 강가를 따라 나 있는 산책로로 나선다. 쌩쌩 불어오는 바람에도 아이들과 선생님은 신이 나서 노래를 부르고 사진을 찍었다. 어떤 아이들은 가만히 서서 멀리 철새 있는 데를 응시하기도 한다.

몸이 더 얼기 전에 버스를 타고 다대포 밥집 할매집으로 옮겼다. 깔끔한 장어국밥과 함께 정구지전도 맛을 봤다.

미션수행 문제 풀이를 해 보니 열 팀 가운데 한 팀만 하나 틀리고 나머지 아홉은 다 맞혔다. 열심히 한 보람이라 여기며 열 팀 모두 참가한 가운데 가위바위보로 한 팀을 뽑아 '쥐꼬리 장학금' 1000원씩이 든 봉투를 하나씩 안겼다.

이제는 바닷가 산책이다. 모래밭을 거닐고 나무 덱을 따라 걷고 출렁이는 바닷물 밟기도 했다. 그럴듯한 바위 풍경이 받쳐주는 데에서는 또 그럴듯한 품새로 사진도 찍었다. 어떤 아이들은 추위 한가운데서도 게를 잡고 조개를 잡았다. 생태체험, 별것 아니다. 무엇을 꼭 더 알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 시간이 길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자연 속에서 사람이 이렇게 즐거워지고 스트레스를 없앨 수 있음을 몸으로 겪어보는 그 자체로 족하다.

"겨울 바다가 이렇게 좋은 줄은 예전에 미처 몰랐어요. 이렇게 할 수 있게 해줘 너무 고마워요!" 

※이 기획은 두산중공업과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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