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통자원으로 본 밀양의 전쟁] (5)분할과 연대

우리 사회의 '공감' 능력은 얼마나 될까? 밀양 사태는 우리 사회에 많은 물음을 던졌다. '밀양'에 공감한 이들은 주민들과 연대했다. 전국 곳곳에서 '우리가 밀양이다'라며 희망버스를 타고 밀양을 찾았다.

정부와 한국전력은 연대자들을 '외부세력'이라고 몰아세웠지만 연대의 끈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밀양 주민들은 지난 15일부터 사흘 동안 전국 곳곳을 돌며 특별한 '72시간 송년회'를 했다. 주민들은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고통' 받는 현장을 찾아 투쟁하는 이들의 손을 잡았다.

연구협동조합 '데모스' 장훈교(성공회대 사회학 박사) 운영위원장은 "밀양은 주민들만의 장소가 아니라 밀양과 자신의 장소를 동일시하는 모든 이들의 장소가 됐다"고 진단했다.

-정부와 한국전력이 '외부세력론'으로 주민들을 고립시키고, 연대의 고리를 끊으려 했다고 볼 수 있나?

"한전과 중앙정부는 밀양의 울력을 파괴하려고 밀양을 '외부'로부터 고립시켜 분할·포섭하는 전략을 활용했다. 분할은 한 마을을 다른 마을로부터, 그리고 반대 주민을 마을 전체로부터 고립하는 과정을 통해 진행됐다. 외부로부터 밀양을 고립하려는 과정, 이른바 '외부세력'의 개입에 대한 이런 비판은 밀양의 보수 시민단체들도 제기했다. 밀양과 연대는 지리적 경계가 아니라 밀양이라는 장소의 정체성과 결합하는 능력에 따라 '내부'와 '외부'의 경계가 다시 정리됐다. 주민들이 말했듯이 국가전력망 계획에 따라 주민과 장소를 분리하려는 한전과 정부가 밀양의 '외부'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반해 밀양의 '내부'와 접속하면서 주민들의 삶의 터전으로 장소를 지키려고 개입한 연대는 모두 밀양의 '내부'가 된다. 이런 점에서 밀양으로 향한 희망버스 구호인 '우리가 밀양이다'는 밀양의 내부와 외부를 재정의한 것이다."

-그렇다면 밀양 사태에 대해 '공감'의 깊이와 '책임'의 공유 측면에서 연대는 어떤 형태로 진행됐다고 보는가?

"고립 전략은 물리적인 내부와 외부의 경계로 나눠 우리의 정치적 책임 범위를 축소했다. 그러나 연대 전략은 내부와 외부 경계를 정치적인 실천 방향에서 찾으며 우리의 정치적 책임 범위를 넓혔다. 이런 관점에서 밀양과 연대는 매체 등을 통해 밀양을 경험하는 '대리적인 내부성', 지지방문 등 실천하는 '행동적 내부성', 밀양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감정이입적 내부성' 등 3가지 유형으로 나타나면서 다양하게 전체사회로 연결했다."

-밀양 주민들의 최근 '72시간 송년회'를 연대의 확장이라 볼 수 있나?

"연대 방향은 밀양 주민들이 밀양의 '외부'에 존재하는 또 다른 장소들과 연대를 위해 밀양 외부로 향했다. 그리고 밀양 '외부'에선 밀양과 연대하려고 밀양 내부로 향했다. 두 방향의 연대가 결합하면서 밀양은 공장, 대학, 기업, 농촌, 도시 등 착취와 수탈의 대상으로 변형된 모든 장소들과 만났다. 이 과정에서 '밀양'은 특정 행정구역 명칭을 넘어섰다. 밀양은 거주 주민들만의 장소가 아니라 밀양과 접속하고 밀양과 자신의 장소를 동일시하는 모든 이들의 장소로 변형됐다고 볼 수 있다."

24.jpg
▲ 밀양과 청도 송전탑 반대 주민들이 탄압에 맞서 싸우는 스타케미칼 노동자에게 목도리를 감아주고 있다. /밀양765㎸송전탑반대대책위

-밀양을 계기로 연대운동들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나?

"밀양 사태로 깊어진 인권, 탈핵, 개발반대, 공동체, 반신자유주의 등 연대운동의 틀은 현재와 다른 방식에 대해 질문을 하고 있다. 인권운동은 밀양에서 벌어진 국가폭력과 권리파괴를 고발하고 주민들 인권 방어, 탈핵운동은 핵발전 문제와 위험성뿐만 아니라 전력망을 포함한 전력관리 문제로 확장, 개발반대운동은 밀양을 국가전력망 건설과정의 문제만이 아니라 개발과정에서 폭력의 결과로 분석, 공동체운동은 인민의 일상생활에 내재한 협력과 가치에 연대하는 방향, 반신자유주의운동은 밀양 현장을 한국 자본주의 확장 과정에서 생긴 문제로 인식과 함께 인민의 일상에서 발견되는 보편적인 착취 현장으로 바라보는 쪽으로 깊이가 깊어졌다고 생각한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