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김해 윤슬미술관 '동아시아국제교류전'에 가다

'동아시아국제교류전 Asia Independent Art(아시아 독립 예술)'이 김해문화의전당 윤슬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한국과 대만, 중국, 홍콩, 마카오, 일본에서 각자 활동하는 큐레이터 6명이 협력한 전시다. 이들은 각 도시에서 대안적인 미술활동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 예술인들은 무엇을 말해야 할까'에 대한 고민이 깊다.

◇예술로 보는 동아시아의 자화상

전시 첫날이었던 지난 17일 동아시아국제교류전이 열리는 윤슬미술관 제1·2전시실에 들어섰다. 그림과 사진, 영상, 설치미술이 가득하다.

작가 29명이 참여해 지역별로 나눈 전시는 각자의 상황이 뚜렷하게 나타나 있다.

폐선 하나가 놓여 있다. 배 옆면에 부착된 스피커에서 익숙지 않은 소리가 흘러나온다. 밝거나 경쾌하지 않다. 어둡고 침울하다. 폐선 옆에는 작은 모니터가 놓여 있다. 선박 무선 송수신기처럼 보인다. 모니터 속에는 밤바다가 있다. 덩그런 폐선에서 세월호가 떠오른다.

조형섭 작가 작품 'There was no shelter'다. 작가는 일상에서 버려진 사물을 작품 오브제로 활용해 설치와 영상 작업을 한다.

한국 전시실 한가운데 김순임 작가의 '비둘기 소년'이 서 있다. 한 청년이 양털과 바느질로 형상화됐다. 그의 등과 어깨 뒤로 뻗은 수백 개의 깃털이 전시실 천장과 연결되어 있다. 낡은 신발을 신고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청년은 거대 도시 속 소시민이다.

홍상식 작가는 '희망공감 청춘 콘서트'를 이끌었던 김제동·안철수·박경철의 인물화 이미지를 내놓았다. 청색과 적색을 구분했다. 문제를 대하는 우리의 색안경을 꼬집는다.

김해 윤슬미술관이 내년 2월 28일까지 동아시아국제교류전을 연다. 한국 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는 조형섭 작 'There was no shelter'. /이미지 기자

이번 전시에 참여한 한국 작가는 홍상식, 노동식, 조형섭, 장재민, 이광기, 김순임 등 6명이다. 이들은 서상호 디렉터가 이끄는 '오픈스페이스 배'에서 활동한 작가들이다. 오픈스페이스 배는 부산에 있는 비영리공간이다. 작가들이 마음껏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경찰과 시민이 등장하는 영상은 긴장감이 흘러 넘친다. 금방이라도 무슨 사건이 일어날 것 같다. 영상 옆에 세워둔 자전거 바구니에는 꽃이 담겨 있다.

이 작품은 아이웨이웨이(중국) 작가의 1인 시위다. 작가는 중국 최고 예술가이자 반체제 예술가로 이름나 있다. 그는 정부의 국외여행 금지 조치에 항의하고 있다. 작가는 당국이 자신의 예술 활동을 감시하고 있지만 저항할 방법 역시 예술 활동이라고 말한다.

중국 전시에는 수양과 아이웨이웨이 등 5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중국 사회에 대해 날카롭게 비난한다.

홍콩은 청춘들이 당면한 사회문제를 여과 없이 드러낸다.

커다란 노란 현수막에 'WE WILL BE BACK!'이라고 적혀 있다. 텐트 다섯 채와 홍콩의 민주화 상징이 된 우산들이 널려 있다. 치솟는 집세 탓에 집을 구하기 어려운 젊은이들이 텐트 퍼포먼스를 한 것이다. 예술적 감각을 더한 시위다. 작가들은 하나 둘 텐트를 치고 그림을 그리며 오가는 시민들과 대화를 나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텐트는 철거되기 시작했단다. 당시 모습을 이번 전시실에 그대로 옮겼다.

김해 윤슬미술관이 내년 2월 28일까지 동아시아국제교류전을 연다. 홍콩 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는 작품. /이미지 기자

대만과 마카오, 일본 전시도 자유롭지 못한 세상과 사회, 권력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AIA 프로젝트가 주는 메시지

이번 전시의 중심에는 AIA(아시아 독립예술, Asia Independent Art)가 있다. 나라별로 대안미술을 고민하는 작가들이 모였다.

이날 동아시아교류전 시작에 앞서 김해문화의전당에서 학술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한국을 찾은 지역별 대표들은 왜 AIA가 중요한지 말했다.

이케다 오사무(일본) Bank Art 1929 대표는 'Bank Art 1929'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요코하마의 원도심을 재생한 국제적인 인물이다. Bank Art 1929는 1929년에 설립된 은행건물을 개조해 문화예술을 도심부 재생의 기점으로 삼은 프로젝트다. 작가 레지던시와 전시실, 펍 등으로 이루어진 뱅크아트는 예술이 어떻게 도시재생에 관여할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슈양(중국) 시안미술관 관장은 "예술가들이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을 희망했다"고 말했다.

슈양은 2002년 중국 최초 국제 갤러리 지역인 '798 예술공간'을 베이징에 설립했다. 공장을 개조한 곳이었다.

그는 "중국 현대미술이 798 예술공간으로 파생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설립 3년 만에 798에 200개가 넘는 예술공간이 등장했다. 중국 유명작가 작품 가격도 100배가량 올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몇 년 전 부산에서 오픈스페이스 배의 책임자 서상호 씨를 만났다. 이후 우리는 홍콩, 마카오, 대만에 독립예술조직을 가진 AIA를 건축했다"고 말했다.

슈양은 비영리 독립 공간이 예술의 다양성과 더 많은 유연성을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강조했다.

리춘펑(홍콩) 우퍼텐 대표는 국가와 민족, 자본으로 구성된 현대사회 구조를 우려했다.

김해 윤슬미술관이 내년 2월 28일까지 동아시아국제교류전을 연다. 중국 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는 작품. /이미지 기자

리춘펑 대표는 "결국 예술가는 계급 조직에서 벗어나야 한다. 텐트 퍼포먼스 이후 예술이 시민들에게 더 많은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어떤 계급이 속해있든 자유롭게 의견을 말하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했다.

조선영 김해문화의전당 전시교육팀 담당자는 "이번 전시는 대형 미술행사가 왜곡된 국가주의와 제왕적인 큐레이터들의 시장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을 넘어 도시 간 교류를 실천할 수 있다는 소통의 장을 만드는 자리다. 다양한 문화적 담론을 공유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고 밝혔다.

2015년 2월 28일까지. 문의 055-320-1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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