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경남도민일보 독자와 기자의 만남…지역밀착·업무 등 궁금증 허물없는 대화, 디지털 시대 '변화'주문도

과거, 신문 기사에 대해 독자가 의견을 전할 방법은 전화통화 정도였다. 그러던 것이 인터넷 등장으로 기사 댓글 혹은 자유게시판 등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이제는 페이스북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즉각적으로 소통할 수 있게 됐다. 그럼에도…. 생각을 글로 주고받는 이러한 공간은 오해·불신·무성의함에서 자유롭지 못한 측면도 있다. 이러한 아쉬움을 덜어보고자 경남도민일보는 지난 18일 창원시 용호동 가로수길 한 카페에서 '제1회 독자와 기자의 만남' 자리를 마련했다. 일명 '얼굴 한 번 봅시다'였다.

6개 테이블에 기자 각 1명과 독자 2~4명이 앉아 30여 분 대화를 나누고, 자리를 재배치해 다시 이야기 나누는 식으로 진행됐다. 경남도민일보에서는 이수경 편집국장, 그리고 조재영(도청) 표세호(법조·탈핵) 이서후(교육) 이혜영(유통·부동산) 박종완(야구) 이창언(창원시의회) 기자가 이야기꾼으로 나섰다. 독자는 애초 20명을 목표로 했지만 18명이 참석했다.

어색한 인사도 잠시, 독자·기자는 빨리 본론으로 들어갔다.

표세호 기자는 "밀양 송전탑 기사가 포털에 전송되어도 인터넷 조회수가 많지 않은 아쉬움이 있다"며 이야기를 풀었다. 그러자 한 독자는 "매체 영향력 부족도 있겠지만 기자들 글과 취재력 부족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가"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 독자는 "만화가 종이에서 웹툰으로 바뀔 때 글 호흡이 변했듯, 기사도 종이 글과 스마트폰용은 달라야 할 것 같다. 한정된 공간에서 시선을 먼저 끄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그러한 고민을 하고 있나"라고 했다. 이에 표 기자는 "내부에서 그런 고민을 많이 한다. 동물 관련 사진 하나 올려서 클릭 수를 높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논문처럼 딱딱하고 긴 형식이지만 의미 있는 분석기사 또한 전파력이 있는 경우가 있다"고 답했다.

18일 오후 창원시 의창구 용호동 가로수길 카페 비바에서 열린 제1회 경남도민일보 독자와 기자의 만남 '얼굴 한번 봅시다'에서 이혜영(오른쪽) 기자와 한 독자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구연 기자

다른 테이블에서는 환경·동물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한 독자는 "서울에서 창원으로 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직접적인 영향이 있는 경남 사람들은 원전 문제에 그리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남도민일보에서 관련 기사를 다루기는 하지만, 독자에게 좀 더 다가갈 수 있는 지속적인 뭔가가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수경 편집국장은 "그러한 콘텐츠가 뭘지 고민하고 실천에 옮기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기자들 업무에 대한 궁금증도 많았다. 특히 한 독자는 "여자 기자라서 취재원들로부터 겪는 불편함은 없느냐"고 물었다. 이혜영 기자는 "악수할 때 손을 오래 잡고 있거나, 묘한 표정을 지으며 불필요한 이야기를 길게 하는 사람이 종종 있다"고 말했다.

전체가 함께 이야기 나누는 시간에는 한 독자가 "현장 접근을 통해 사실관계를 파악한 후 기사화할 때, 보도자료가 없는 경우 어떻게 하느냐"라고 질문했다. 이에 표세호 기자는 "사실관계만 확인되면 보도자료 없이 기사 쓴다. 기사에 문제가 없는데도 관련 기관에서 해명 보도자료가 나오면, 소위 말해 더 까준다"라고 답했다.

또한 "김주완 전 국장의 브랜드가 너무 커서 현 국장이 부담스럽지 않으냐"는 독자 질문에 대해 이수경 편집국장은 "그것에 묻어가지 않고 저 나름의 것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독자에 친밀하고, 지역 밀착에 집중하는 국장이 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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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도민일보 제1회 독자와 기자의 만남 '얼굴 한번 봅시다'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대화 중간 시간에는 '함안 통기타 가수' 조용호(31) 씨 초청 공연, 기자와 독자가 함께하는 스피드 퀴즈도 진행됐다.

준비된 두 시간을 마치기에 앞서 참석 독자 18명은 한 마디씩 덧붙였다.

"지역 밀착은 소소한 것을 단순히 찾아 쓰는 게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가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통계청에서 내놓는 자료가 아닌, 기자들이 발로 뛰어 모은 자료로 의미 있는 기사를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진정한 지역 밀착 보도라 생각한다."

"스스로 지역의 작은 신문으로 한정하지 않았으면 한다. 작은 걸 큰 것으로 만들 수 있는 마이크로 돋보기가 되길 바란다."

"탐사 취재 역량이 될 것도 같은데, 한편으로 스스로 축소하는 건 아닌지라는 아쉬움이 있다. 역량을 더 높이면 더 좋은 신문이 될 것이라 믿는다."

"경남도의 불합리·불균형 문제를 해소할 것은 역시 언론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기자분들이 더 분발해 주기 바란다."

"지금은 상실과 혼돈의 시대인 것 같다. 뭘 해도 신나지 않은 지금이다. 그럴수록 기자들은 더 정신 차려줬으면 한다."

이수경 편집국장은 "오늘 여러 독자분 이야기를 들으면서 많이 떨렸다. 앞으로 어떻게 풀지 걱정도 되지만 천군만마를 얻은 느낌이다. 이런 자리를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참석한 독자 연령대는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했다. 창녕에서 어려운 발걸음을 한 독자 이권섭(64) 씨는 "경남도민일보 기자들은 젊은 것 같다. 그 패기를 잃지 않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독자 박철준(47·창원시 마산합포구) 씨는 "기자와 대화를 나누려 해도 사전에 아는 것이 없어 깊은 이야기를 나누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경남도민일보는 내부 평가를 통해 △독자 만남 자리를 분기별 혹은 매달 진행하는 방안 △행사에 앞서 해당 기자 정보와 대표적인 기사를 충분히 공지하는 방안 등을 충분히 고민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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