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속 경남-예향 통영]이용민 통영국제음악당 예술기획본부장…젊은 세대 이끄는 음악제 만들 것

윤이상 선생은 생의 절반은 한국에서, 나머지는 유럽에서 사셨다. 정치적인 관점을 배제하면 그는 경계인이었다. 경계인으로 윤이상이 성공한 이유는 유럽의 어떤 것이 아니라 통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통영의 풍광과 굿소리, 뱃사람들의 소리가 그의 자양분이었다. 유럽에 있으면서도 그는 항상 그 소리를 그리워했다. 곧잘 그는 "귀국하면 젊은 시절 어설프게 알았던 남도음악을 제대로 배워 세계적인 음악으로 만드는 게 꿈"이라고 말하곤 했다.

어린 윤이상에게 영향을 줬던 통영의 음악들은 아마 일상적인 것들이었을 것이다. 바다의 삶이 그렇듯 자연재해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바다에 나가면 생사를 기약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남도음악'이 나왔을 것이다. 일종의 주술적 의미다.

13.jpg
▲ 이용민 통영국제음악당 예술기획본부장.

통영국제음악제가 표방하는 것은 단순히 윤이상 기념사업과 같은 과거의 박제화가 아니다. 그 정신을 기리되 제2, 제3의 음악가가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윤이상의 삶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아시아에선 클래식 음악의 상징과 같은 존재였다. 그래서 그의 의미는 통영에 묶여 있으면 안 된다. 그가 아시아의 상징이 되어 젊은 음악학도들을 이끌어야 한다. 그런 정신이 통영국제음악제의 바탕이다.

작곡가 윤이상.

그래서 내용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 지난 2002년 이 축제는 4000만 원 지원을 받아 장소를 빌려 시작했다. 하지만 이젠 음악당을 갖춘 아시아에서 대표적인 클래식 음악제가 됐다. 여기 음악당은 군더더기가 없다. 음악만을 위해 지어졌기 때문이다. 다른 곳에 가면 연주자 대기실이 대부분 지하에 있다. 하지만 여긴 가장 전망 좋은 곳에 있다. 윤이상이 보았던 그 통영바다를 볼 수 있도록 했다.

전혁림의 아들인 전영근 화백.전혁림 미술관 관장이기도 하다.

국제적으로도 '아이덴티티(identity·정체성)'가 확실한 축제로 인정받고 있다. 우리는 현대음악만 고집한다. 인기 많은 공연이 왜 없겠는가? 베토벤 9번이나 특히 연말이면 꼭 호두까기 인형을 하곤 한다. 그런 걸 하면 표가 잘 팔린다. 하지만 그런 히트곡들만 하면 다음 음악, 다음 세대의 음악은 누가 작업하나? 그걸 우리가 하고 있다. 그게 윤이상의 정신이다.

통영국제음악당 전경.

2003년 모 일간지 기자는 3불가론을 내세워 통영국제음악제가 실패할 것이라 예고했다. 수도권과 멀고, (정치적으로)민감한 윤이상이 걸렸고, 대중과 먼 현대음악이라는 이유였다. 하지만 4년 후 그는 그 기사를 스스로 정정했다.

올해 열린 통영국제음악제 개막공연 모습.

숙제도 많다. 케이블카나 동피랑 덕분에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지만 이를 통영의 문화예술과 연계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관계자들이 풀어야 할 숙제다. 통영국제음악당은 플로리안 림 대표의 취임 이후로 통영의 미래세대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그들이 향후 몇십 년간 음악을 즐길 관객이기 때문이다. '스쿨콘서트'라고 해서 연간 7000명이 넘는 학생들을 초대해 음악을 들려준다.

통영옻칠박물관을 찾은 학생들에게 설명을 하고 있는 김성수(맨 오른쪽) 관장.
소설가 박경리
시인 유치환.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