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섬〉 펴낸 강신형 시인 인터뷰

강신형(56) 시인이 지난여름 제주도 올레길을 걷고 이달 〈꿈꾸는 섬〉을 펴냈다.

그는 10여 년간의 공직생활을 정리하고 자신을 찾으려고 떠난 제주도에서 한 달간 걷고 쓰고 걷고 쓰는 일을 반복했다.

"시인으로 돌아왔다"고 말하는 그를 지난 12일 만났다.

강 씨는 1994년 창원군청에서 군보를 만들었다. 객원작가 일을 하고 있던 그에게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왔다. 당시 6급 18호봉이라는 파격적인 대우였다.

창원군은 1995년 마산시와 창원시로 흡수됐고 강 씨는 시보를 발행하던 창원시로 직장을 옮겼다. 2014년 8월 5일까지 창원시보를 편집, 발간하는 일을 했다.

"시보뿐만 아니라 보도자료를 만들고 축사, 격려사도 쓰고요. 다양한 업무를 봤습니다. 이 일을 20년 가까이 할지 생각지 못했죠. 준공무원으로 살았던 19년 동안 틈틈이 시를 썼지만 시집을 내거나 활동을 하지 않았어요. 뒷말이 많더라고요."

그는 19살에 등단한 신예였다. 마산에서 살던 그는 1978년 10월 진주성에서 열렸던 '제29회 개천예술제'로 등단했다.

당시 개천예술제 행사 중 하나였던 개천문학상은 전국에서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이름난 대회였다.

그는 대회 주제였던 '진주(晋州)'를 그대로 제목에 붙이고 남강과 논개, 촉석루를 부제로 시를 썼다. 진주(晋州)는 시 부문 장원으로 뽑혔고 장르와 나이를 아우른 문학부 전체 대상작에 선정됐다.

그는 학창시절 글짓기 대회에서도 여러 차례 입상을 거머쥐었다. 창신공업고등학교(현 창신고등학교)는 그가 졸업하던 날 '학교문화상'이라는 상을 별도로 만들어 시상하기도 했다.

그의 글은 청소년기 절망으로부터 시작됐다. 인문계 진학에 실패해 어쩔 수 없이 입학한 실업계고등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했다.

그때 막내 누나가 건넨 한하운(1920~1975) 선생의 시집은 그에게 큰 감동을 줬다. 한하운은 평생 나환자로 살며 세상으로부터 소외된 삶을 노래한 시인이다.

지난 12일 만난 강신형 시인.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적성에 맞지 않으니 학교 공부가 재밌을 리 없죠. 외로웠고 내가 무엇을 해야 하나 고민을 했죠. 그때 막내 누님이 시집과 소설책 몇 권을 사주시고 읽어보라 하셨어요. 한하운 선생님의 시를 읽다 '아, 나도 시인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는 혼자 공부를 시작했다.

시집과 소설, 사회·과학서적을 마구 읽었다. 지역 문인들을 찾아다녔다. 교복을 입고 시를 들고 창동 한성다방, 비원다방, 고려다방을 드나들었다.

스무 살 때는 고등학교 문예부 출신 중 각종 백일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사람끼리 윤슬문학동인회를 만들어 활동하기도 했다.

그는 1985년 26살 때 첫 시집 〈빛 그리고 둘〉을 낸다. 특이한 점은 시집이 결혼식 답례품이었다. 그만큼 시를 사랑한 청년이었다.

하지만 가정을 꾸린 그는 시인으로 살 수만은 없었다. 학교 칠판을 만들던 아버지 공장에서 노동자로 일을 했다.

하지만 밥벌이가 녹록지 않았다. 아버지는 공장을 처분했고 그는 졸지에 백수가 됐다. 그렇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스스로 달래며 잡지사 기자와 객원작가, 준공무원으로 살았다.

지난여름 그는 스스로 한계라고 느꼈다. 더 늦기 전에 시인의 자리로 돌아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지난 8월 사직서를 냈고 제주도로 떠났다.

그는 올레길을 가며 스스로 걸어왔던 지난 세월을 되돌아봤다.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올레길에 나선 후 일주일간 울음이 멈추질 않더군요. 마음 한구석에 응어리져 있던 삶에 대한 욕망과 목말라했던 사랑으로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터졌죠."

그는 오전 8시 올레길을 나서 오후 3시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왔다. 그리고 저녁 내내 시를 토해냈다. 24편이 〈꿈꾸는 섬〉이라는 시집으로 묶였다.

"길은 시작도 있고 끝도 있지만 그 길의 종착지에는 새로운 길을 열어가는 출발점도 반드시 있다는 사실을 제주에서 새삼 깨쳤습니다. 길을 찾는 모든 분에게 시집을 바치고 싶어요. 팔지는 않습니다. 700권 한정으로 발간했어요. 만약 시를 읽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나눠 줄 생각입니다."

그는 앞으로 시인으로서 왕성한 활동을 약속했다. 내년에 시집을 내고 조만간 아내와 2인 시집도 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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