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따라 내 맘대로 여행] (44) 목포 갓바위·자연사박물관

얇아진 달력만큼이나 허해진 마음은 얼음장 같은 날씨에 더욱 움츠러든다.

바람이 차가울수록 그리운 곳이 있다.

이른 동장군이 선물한 바람에 귀가 얼얼하다. 매서운 바람과는 또다른 정신이 번쩍 들 정도의 청량한 기운을 담은 겨울 바다가 보고 싶다.

"사공의 뱃노래 가물거리고, 삼학도 파도 깊이 스며드는데…."

서남해에 위치한 목포는 가냘픈 듯 구성지게 넘어가는 이난영의 목소리에 실린 '목포의 눈물' 노랫말 때문인지 뭔가 아쉽고 애달파지는 이 계절과 닮아 있다.

'눈물' 또는 '항구'라는 단어 하나로 한정하기에 목포는 볼거리도, 먹을거리도 많다.

꽤 긴 여행길이다. 바쁘게 한 해를 보냈다면 이즈음 나에게 느릿느릿 여행을 선물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전라남도 목포 하면 유달산과 '목포의 눈물' 가사에 실린 삼학도가 제일 먼저 떠오르지만 이번에 선택한 여행지는 '갓바위권'이다.

목포 문화예술이 한데 모여 있는데다 천연기념물 제500호로 지정된 갓바위, 그리고 탁 트인 서남해와 차진 갯벌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갓바위가 있는 목포 일대 지질은 백악기의 산성 화산암류인 화산각력암, 용화암으로 구성돼 있다.

예전에는 배를 타야만 그 신비하고도 기괴한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2008년 4월 '갓바위 해상보행교'가 만들어지면서 이젠 걸으며 갓바위 일대를 감상할 수 있다. 폭 3.6m, 길이 298m 다리는 하당 평화공원으로 이어진다.

갓바위에는 몇 가지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아주 먼 옛날, 병든 아버지를 모시고 소금을 팔아 살아가는 젊은이가 있었다. 살림살이는 궁핍했지만 아버지를 위해서는 어떠한 일도 마다치 않는 착한 청년이었다. 아들은 아버지의 병환을 치료하려고 부잣집에 머슴살이로 들어가 열심히 일했으나 주인이 품삯을 주지 않았다.

한 달 만에 집에 돌아와 보니 아버지의 손과 발은 이미 식어 있었다.

아들은 한 달 동안 병간호를 못한 어리석음을 한탄하며 저승에서나마 편히 쉴 수 있도록 양지 바른 곳에 모시려다 그만 실수로 관을 바닷속으로 빠트리고 말았다.

아들은 하늘을 바라볼 수 없다며 갓을 쓰고 자리를 지키다가 죽었는데 훗날 이곳에 두 개의 바위가 솟아올랐다. 사람들은 큰 바위를 '아버지 바위'라 하고 작은 바위를 '아들바위'라고 불렀다.

또 한 가지는 부처님과 아라한(번뇌를 끊고 세상의 이치를 깨달은 성자)이 영산강을 건너는 이곳을 지날 때 잠시 쉬던 자리에 쓰고 있던 삿갓을 놓고 간 것이 바위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이런 이유로 갓바위를 중바위(스님바위)라 부르기도 한단다.

바다를 등에 지고 나란히 삿갓을 쓴 사람 형상의 바위를 보고 또 바라본다. 과학적 이치는 차치하더라도 그 모습이 참으로 영험하다.

바닷바람을 피해 이제 실내로 들어갈 차례다.

걸어서 10분 남짓 거리에 자리한 목포자연사박물관. 지구 46억 년 자연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공룡을 좋아하는 아이도, 곤충을 좋아하는 아이도 모두에게 신나는 곳이다.

특히 현재 진행 중인 특별 기획전 '고물 자연사 박물관' 전시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가득하다.

마우스와 키보드로 만든 뱀과 쥐, 다리미와 굴착기 체인으로 만든 펠리칸, 주걱과 뒤집개, 바가지로 만든 저어새 등 최정현 작가의 창의력과 상상력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목포자연사박물관을 마주하고 국립해양유물전시관이 있다.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는 선박이 실제 크기대로 전시되어 있는 등 볼거리가 풍성하다.

맘먹기 어려운 여행길이었다. 오가는 시간이 제법 부담스럽지만 생각이 많아지는 연말, 그 여백마저 소중하게 다가온다. 

<먹을거리>

전라남도 서남해안 갯벌에는 수많은 생명체가 기대어 산다. 타우린을 많이 함유해 '갯벌 속 인삼'이라 불리는 낙지 역시 이 갯벌에서 난다. 낙지만큼 영양이나 맛을 따라올 것이 없다. 그중에서 연포탕은 낙지 고유의 맛을 그대로 살린 음식이다.

바지락 역시 제철이다. 바지락은 철분이 풍성하고 성장기 어린이들의 발육에 좋은 아연을 함유하고 있다. 바지락 속 타우린 성분은 간 기능을 원활하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

바지락 비빔밥

갓바위해상보행교를 지나 평화공원을 가로지르면 바다를 앞에 두고 식당이 제법 눈에 들어온다.

바지락은 매콤하면서도 새콤한 양념 속에서도 쫀득하고 달큼한 그 맛을 잃지 않았다.

연포탕은 특유의 뽀얀 국물을 보는 것만으로도 얼었던 속이 풀리는 듯하다. 입안에 머무는 낙지는 보드랍고 매끈하다.

연포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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