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경남지역은 유독 원전과 방사능 관련 환경 뉴스가 많았다. 고리원전 2호기가 폭우로 가동이 중단되었는가 하면 원전비리, 마산항을 통한 방사능 오염물질 유입, 부산과 경남지역의 원전사고 대비책이 거의 전무한 것 등 끊임없이 동남권 주민의 가슴을 졸이게 하는 사건들이 일어났다. 생활환경이 이처럼 원전사고와 방사능에 완전히 노출된 상황이면 행정기관과 한국수력원자력 등 관련 기관들이 대책을 내놓고 근원적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 임무일 텐데 그런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사고가 없었던 것이 천만다행이긴 하지만 주민의 삶을 요행수에 맡기는 것은 정말 시대착오적인 수준이다. 세월호 참사가 국민의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지만, 원전 사고는 한번 났다 하면 참혹한 수준을 넘는다. 후쿠시마나 체르노빌 등 원전사고는 몇십 년이 지나도 현재 진행형이다. 수습도 불가하고 회복은 더욱 안 되는 것이 원전사고인 것이다. 이런데도 그동안 제대로 된 원전사고 매뉴얼은커녕 아무런 대책도 없이 수십 년을 버텨 온 관련 기관들의 배짱은 가히 살인적 수준이라 할 수밖에 없다.

모두가 알고 있듯 고리원전은 수명을 다한 지 오래다. 그만큼 사고가 날 위험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리원전은 인근 주민은 물론 경남을 비롯한 남동권역 전체 주민의 우려에도 계속 가동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에서 보듯 천재지변은 결코 예고란 것이 없다. 고리원전 2호기 가동중단사태가 더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은 것은 천만다행이지만 죄 없는 주민이 언제까지 불안을 안고 살 수는 없다.

여기에다 원전비리로 총체적 관리부실의 허점을 드러낸 이후 원자력 발전에 대한 국민의 신뢰 수준도 바닥이다. 이젠 원자력안전위원회나 관련 정부기관이 어떤 근거를 내밀어도 주민 불안을 해소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고리 원전의 유일한 해법은 이제 한

가지밖에 없다. 폐쇄하고 사고를 원천적으로 막는 방법밖에 없다.

정부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 납품비리를 파헤치거나 국민을 억지 논리로 안심시키려고 해서는 안 된다. 전력생산비가 싸게 먹힌다는 논리도 잘못된 것이라는 것이 이미 드러났다. 방폐장 건설 등에서 보듯 국민의 저항도 날로 심해지고 있다. 백번 양보한다 해도 불안을 머리에 이고 살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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