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평생교육예산 저버린 도·의회…지원할 것처럼 떠들던 의원들 속내는

2015년에도 경상남도는 장애인평생교육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 결국 내년에도 장애인평생교육 지원금 중 도교육청이 지원하기로 한 50% 예산만 살아남은 셈이다. 학령기 동안 장애를 이유로 학교 교육을 받지 못했던 그 차별경험이 한이 되고 울분이 되어버린 장애인들에게 재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기회균등예산이지만 경상남도는 또다시 묵살했다.

핑계도 궁색하다. 이미 임기가 다 끝난, 지난 9대 도의회 예결특위에서 '장애인평생교육시설 운영비에 대해서는 운영 및 지원 체계 전반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고 2014년부터는 교육비 특별회계전출금 도비 지원을 하지 마라'는 의견을 달아놓았다는 것이 이유이기 때문이다.

의견 중 '장애인평생교육시설 운영 및 지원 체계 전반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라'고 한 부분은 전혀 이행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경상남도와 달리 도교육청은 장애인평생교육시설의 학생선정기준, 운영방식, 운영지원지침, 평가내용 등을 마련해놓고 있다.

그런데 경상남도는 도교육청의 지원지침을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스스로 마련해야 할 대책조차 수립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경상남도는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9대 도의회의 지시 때문'이라며 핑계는 도의회로 돌리고 있다. 10대 도의회가 시작된 지 벌써 반년이 훌쩍 지났는데 말이다.

시대가 변하면 그 시대에 따라 물가도, 기준도, 법도, 하물며 국가 가치관까지 변한다. 즉 9대 도의회에 의해 예산을 편성할 수 없었더라도, 현 10대 도의회가 해당 예산의 삭감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히면, 그 부분의 예산은 편성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현 도의회가 장애인평생교육 예산지원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예산지원 할 방법을 찾아보라고 하는데도 왜 그 일을 하지 않을까. 더 이상한 건, 행정체계를 무시한 공무원들임에도 징계조차 받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3년간 예산이 삭감되고, 미편성되는 과정의 반복을 보며, 그래도 설마 설마 했다. 하지만 이제는 점점 그 이유가 명확해진다. 먼저 담당공무원들이 자신의 할 일을 하지 않고도 도의회에 가서 큰소리를 칠 수 있다면 그것은 이미 공무원의 힘을 벗어난 행위이다.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이유는 셋 중 하나다. 도의회는 의회기능을 이행하지 못하는 있으나 마나 한 조직 즉 도의회의 의견이란 공무원이 맘에 안 들면 언제든 이행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별거 아닌 조직이 되었다는 것이다.

아니면 사실은 현 도의회도 경상남도와 같은 의견인데 공식회의에서만 의견이 다른 것처럼 짜고 도민을 우롱하고 있는 것이거나, 도지사선거 당시 홍준표 후보 선거캠프에 매일 찾아와 예산지원을 요청했던 사람들이 평생학교 장애학생들과 종사자들이어서 홍 지사의 기분을 건드렸기에 사실상 홍 지사가 예산지원을 반대하고 있어 공무원과 도의원들이 꼼짝 못하는 독재 체제이기 때문이거나. 그 이유가 무엇이든 씁쓸하다.

헌법 제1조에 명시된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규정은 의회정치를 설명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즉 대통령을 세우든 도지사를 세우든, 그 권력의 독재를 막기 위해 국회와 도의회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남은 현재 그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꼴이다.

송정문.jpg
10대 도의회가 홍 지사의 한 마디에 꼭두각시 노릇밖에 못 하는 도의회가 아니라면, 이제는 그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이다. 발언만이 아니라, 결과로 말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