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범위? 사랑고백? 물음표를 느낌표로…학생들이 보낸 메시지 캡처 페이지에 올리면 답글 수두룩

"경남대학교 학생 여러분께 하고 싶은 말을 대신 전해드립니다. 많은 제보 바랍니다!."

지난 4월에 만들어진 페이스북 페이지 '경남대학교 대신 말해드립니다'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페이스북에 '좋아요'를 누른 숫자가 6860개로 하루에 매일 50건 이상 글이 올라온다. 경남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게시판보다 정보 공유 활동도 활발하고, 사람들의 반응도 빠르다.

경남대학교 대신 말해드립니다는 이런 공간이다.

'생활 속의 융합과학 수요일 8, 9교시에서 지난주에 담배에 대해서 되게 재밌게 발표했던 남자분 누군지 알 수 있을까요?'

'한마관에서 관생증 습득했는데 A동 경비실에 맡겼다고 해주세요.'

'경남대 운동장 후문 쪽에 괜찮은 원룸 없나요? 사진이랑 월세 정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런 식으로 게시글이 올라오면 페이스북에 접속한 사람들이 직접 답글을 올린다.

'아아아아아 저요라고 하기에는 부끄럽네요.'

'(페이스북에 댓글을 남기고 선배를 태그해)형 관생증이요.'

'010-ⅩⅩⅩⅩ-ⅩⅩⅩⅩ. 문자 한 통 넣어주세요. 좋은 방 소개해드릴게요.'

페이스북 운영자에게 메시지를 보내면, 운영자는 메시지를 복사해 익명으로 페이스북에 올린다.

메시지에 대한 답글은 페이스북 사용자가 직접 단다.

페이스북 운영자는 경남대학교 1년생으로 박형석(가명·19) 씨다. 페이스북 메시지를 보내서 인터뷰를 요청했는데 익명성을 보장해 달라며 가명으로 진행할 것을 부탁했다.

"사람들은 페이스북 운영자가 누군지 몰라요. 익명성 보장을 전제로 사람들이 페이스북 메시지를 보내면 제가 대신해서 페이스북에 올려요. 그래서 제가 알려지면 안 돼요."

박 씨가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게 된 이유는 재미있을 것 같아서.

"어느 날 문성대학교에 다니는 친구가 페이스북 초대 요청을 보냈어요. 친구가 만든 페이스북 페이지가 현 경남대학교 대신 말해드립니다와 유사한 형태였는데 모방을 한 거죠. 첫날은 50명, 이튿날은 1700명, 며칠 지나자 5000명에 육박했습니다. 진짜 재미로 만들었는데,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보여줘서 놀랐어요."

초기 박 씨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틈날 때마다 휴대전화를 봤다. 수시로 페이스북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 박 씨는 메시지를 캡처해 페이스북 페이지에 붙여 넣었고, 메시지를 본 사람들이 답글을 해줬다. 너무 바빠서 관리자를 뽑기로 했다.

"현재 관리자가 저 포함해서 8명이에요. 혼자서 다 하려고 하니까 힘들더라고요. 관리자를 구한다고 페이스북에 올리니까 많은 분이 지원을 해줬어요."

이때까지 관리자들끼리 대면을 한 적은 없었다. 8명이 수시로 메시지를 확인하고 페이스북에 메시지를 올린다.

분실물 찾기, 시험범위, 사랑 고백 등이 주요한 메시지다.

"SNS를 이용하는 대학생들이 많아서 페이스북이 큰 인기를 끄는 것 같아요. 저도 처음에는 재미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책임감이 커요. 총학생회 측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공지할 내용을 메시지로 보내준 적도 있어요. 그만큼 경남대학교 대신 말해드립니다가 학생들 사이에서는 유명하다는 뜻이겠죠?"

관리자의 '익명성'이 탄로 난 적은 없을까. 박 씨는 경험을 털어놓았다.

"바쁜 나머지 누군가가 보낸 메시지를 제 개인 페이스북에 올린 적이 있는데 그걸 본 친구가 '너였어?'라고 알아버렸죠. 또 다른 친구도 저보고 '내가 보낸 메시지 봤겠지? 쪽팔려'라고 해 웃어넘겼어요."

박 씨는 곧 군대에 갈 예정이라 당분간은 페이스북에서 손을 뗀다.

"군대 갔다 온 이후에도 경남대학교 대신 말해드립니다 페이지는 계속될 것입니다. 일부러 운영자 뽑을 때 군필자를 선택했어요. (웃음)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한다고 해서 돈을 버는 건 아니잖아요. 다른 운영자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고맙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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