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비춤] 창원시 회원 2구역 재개발지역 할머니 이야기

회원 2구역 주택재개발 지역인 창원시 마산회원구 회원동 500번지. 33㎡(10평) 미만 집들이 다닥다닥 줄지어 붙어 있는 모습 때문에 나래비 마을, 하모니카 마을이라 불린다. 오래전에는 일본군용 창고와 마구간이 있었다. 해방 후 귀환 동포들이 모여들었고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피란민의 삶의 터전이 됐다. 수십 년 뿌리를 내리고 사는 토박이가 많고 보금자리를 튼 독거노인, 기초생활수급자도 많다.

약 10년 전부터 재개발이 된다, 안 된다로 들썩이다가 다시 재개발 바람이 불어오면서 동네가 뒤숭숭해졌다. 이곳을 지켜온 토박이들은 집을 잃을까 불안해하며 "그냥 여기서 이대로 살게 해달라"고 한다.

박효순(가명·77) 할머니는 43년 전부터 회원동에 살았다. 딸만 셋인 박 할머니는 8년 전 남편을 떠나보냈다. 현재 36.3㎡(11평) 남짓한 집 1층에 혼자 살며 2층에는 막내딸 가족이 산다.

"다른 사람 눈에는 후지게 보여도 여기가 편타. 이 돈(감정평가액 3000만 원 정도) 받아서 어디 가긋노? 늙어가지고. 그나마 집이 있으니까 손주 용돈도 주고 하지. 옛날엔 싸릿대 엮어서 그 위에 흙을 섞어 발라 집을 만들었지. 지금 사는 집도 수십 년 동안 손수 짓고 고치고 해서 만들어진 거야. 이 동네에 뚝딱 지어진 집은 없어."

10살 때 회원동 철길시장 옆 마을에 들어왔다는 이순례(가명·67) 할머니는 고향은 함양이지만 회원동을 제2 고향으로 생각할 만큼 애정이 깊다. 이 할머니는 좁은 골목길에 서서 60여 년을 살아온 이야기를 하다가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김구연 기자 sajin@

박 할머니는 "나는 그래도 쪼금 낫다. 3평, 5평 등 10평도 안되는 데 사는 사람들은 돈도 없고 오데 가긋노? 전세도 못 얻는다. 거지 되는 기라"면서 "젊은 사람들이 뭐한다고 이런 데 살겠노? 요(회원동) 사는 사람들은 나이 많고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 많아"라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토착민들은 집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그들은 낡고 허름한 판자로 수십 년 풍상을 견뎠고, 판자 살림살이가 나아지면 슬레이트나 양철판 지붕을 댔다. 지금도 슬레이트나 콘크리트가 얼굴을 내민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옛날에는 집안에 수도가 없어 우물이나 공동수도에서 물을 길어 와야 했다. 화장실 있는 집도 드물어 대부분 공동화장실을 사용했다. 요즘 우물은 사용하지 않지만 공동화장실(4곳)은 열쇠를 가진 사람들만 이용할 수 있다.

최말자(가명·87) 할머니는 36.3㎡(11평) 남짓한 집에서 며느리랑 단둘이 산다.

"방구들이 어딨노. 그때 생각하면 지금 집은 대궐이다." 최 할머니는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렸다. "18살 때 신마산 나래비집에서 살다가 65년 전 회원동으로 옮겼어. 없는 사람한테 집 준다고 해서 왔다아이가. 얄궂은 공사장, 식당 오만거 다했다. 그래서 일군 집 아이가." 최 할머니 눈시울은 금세 붉어졌다.

최 할머니는 "재개발하면 좋다고 냄비 들이대며 도장 찍어달라하데. 이리 될 줄 몰랐다. 지금도 조합사무실 가면 밥솥이 억수로 많다하더라. 밥솥 없어서 밥 못먹나"라면서 "우리는 고마 없는 돈 아껴가면서 살면 된다. 며느리가 아파트 청소를 하는데, 한 달에 100만 원도 못 번다. 무슨 수로 아파트 관리비며 빚이며 언제 다 갚노? 없는 사람 내쫓는 기 재개발"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10살 때 마을에 들어왔다는 이순례(가명·67) 할머니는 고향은 함양이지만 회원동을 제2 고향으로 생각할 만큼 애정이 깊다. 이 할머니는 "여기서 자랐고 딸 3명, 아들 1명을 키웠으니까 추억이 많지. 창동에 가면 회원동 500번지를 하모니카 동네라 했어. 다닥다닥 붙어 있고 사람들도 바글바글하다꼬"라며 지난날을 회상했다. 그리고는 이내 한숨을 쉬었다.

"감정가가 평당 250만 원 나와 3000만 원이던데. 이 돈 가지고는 장례비도 안 나온다. 왜 가만히 잘사는 사람들을 들쑤셔서 재개발을 하려는지 모르겠다. 며칠 전 총회를 했다던데 사람들에게 20만 원짜리 밥솥을 주면서 재개발 안 하면 9년 동안 들인 돈 다 갚아야 한다고 했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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