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전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경비원 분신자살 사건으로 세상이 떠들썩했다. 그 분이 그렇게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은 아파트 입주민들 때문이었다. 평소에 입주민들이 비인격적인 대우를 해 왔다고 한다. 자존심도 상하고,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아왔다고 한다. 얼마나 속상했으면 그렇게까지 했을까?

나는 그 일이 남 일 같지 않았다. 왜냐하면 시아버님이 바로 그런 경비 일을 하고 계시기 때문이다. 인생은 60부터라고 했던가. 올해 예순 중반이신 아버님은 일을 안 하고 쉬시기엔 너무 젊으셔서(?) 힘들면 쉬시라는 만류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일을 하고 계신다. 이 일이라도 할 수 있는 게 어디냐며 하루도 결근하는 일 없이 출근하신다.

사실 난 경비라는 직업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냥 우리 아파트 경비 아저씨는 몇 명이구나, 만나면 인사하고 지나가는 그 정도. 택배 찾으러 가서 '감사합니다' 인사하고 나오는 그 정도가 다였다.

아버님이 이 일을 하신다 했을 때도 연세 든 분이라 다른 직업 구하기가 힘들어 이 일을 하시는 구나 그 정도였지 얼마나 힘든 일인지 그런 것엔 별로 관심이 없었다. 대부분 연세 드신 분이 하기에 경비 일은 힘들지 않나보다 그렇게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옆에서 지켜보니 이 일도 쉬운 게 아닌 거 같았다. 너무나 적은 임금이라 화이트칼라에 고임금을 원하는 젊은 사람들은 이런 일을 아예 할 생각도 없고, 연세 드신 분이 일할 곳이 없어 마지막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는 그런 직종이었다.

아버님을 지켜보니 24시간 근무하고 24시간 쉬고 또 24시간 근무하고 24시간 쉬고 이렇게 하루하루가 반복된다. 따로 휴가도 없다. 아버님이 쉬는 날 맞춰 시댁 가면 일찍 주무시는 아버님 모습을 많이 뵌다. 24시간 일하면 젊은 사람도 힘든데 예순 넘은 체력으로 얼마나 힘이 들까.

매일같이 쏟아지는 택배에, 주차 시비를 비롯한 각종 민원에, 때로는 경비라고 하찮게 보는 입주민 하대에, 몸도 힘들고 스트레스도 많다고 하셨다. 그래서 지금 아버님은 아파트 경비 일을 그만두고 회사업체 경비 쪽으로 근무지를 변경했다.

"더 힘들지 않으세요?" 여쭈니 여기가 훨씬 편하시단다. 아파트에선 식사도 제때 못했는데 공장에선 점심시간 저녁시간 딱딱 맞춰서 식당에서 밥 먹을 수 있고 외부인 출입이 아무래도 제한적이다 보니 아파트보단 스트레스 덜 받는다는 거였다.

"같은 경비라도 아파트 경비가 훨씬 힘들어. 나 두 번은 그 일 안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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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사건을 보자마자 예전에 나에게 하신 그 말이 계속 귓가에 맴돌았다. 세상에 하찮은 직업은 없다. 하찮은 사람도 없다. 그 분들도 자기 직업에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 왜 없겠는가. 안 받아도 될 스트레스로 그 일에 대한 보람보다 실망이 더 커지게 하지 말았으면 한다.

/김성애(구성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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