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경남문화예술진흥원 지역문화 정담회 '도란도란 문화토크'

"10년 뒤에 문화우물사업을 지속적으로 한 마을과 그렇지 않은 마을이 각각 어떻게 변해 있을까 상상해봅시다. 후자의 마을은 아마도 마을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문화우물사업은 단기간 성과를 바라기보다 긴 호흡이 필요합니다."

모세환 지역공동체활성화센터 대표가 '문화우물사업'의 미래를 진단하는 의미 있는 발언을 내뱉었다. 몇몇 마을 관계자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만큼 세상이 각박해지고 공동체성을 지키기 어려운 분위기로 가고 있다는 이야기로 들렸다.

지난 11일 오후 창원 경남발전연구원 1층 세미나실.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 주최한 2014 경남 지역문화 정담회 '도란도란 문화토크'가 한창이었다. 12개 문화우물사업 시범마을 관계자들이 모여 한 해 성과를 보고하고 공유하는 자리였다.

문화우물사업은 마을 주민이 주체가 돼 지역 문화를 활성화하는 것으로 올해 6월 시작됐다.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 주민 공동체의 문화 역량을 끌어올린다는 취지로 꽤 공을 들여온 지역 생활문화 관련 대표 사업이다.

이날 정담회는 첫발을 내디딘 문화우물사업의 성과와 오류를 점검하고 향후 사업의 내실을 가늠하는 시간이었다.

◇주민 유대강화·수익 창출 성과

문화우물사업은 주민향유형, 마을축제형, 복합형으로 나뉜다. 사업에 선정된 12개 마을은 최소 500만 원에서 최대 1000만 원까지 지원을 받았다.

유형별로 살펴보면 △주민향유형은 창원시 푸른내서주민회, 함안군 괴산리 괴항마을, 창녕군 주매마을 발전협의회, 함양군 깃대봉 약초 작목반, △복합형 김해시 내동 재미난 사람들, 창녕군 세진마을 운영위원회, 산청군 둔철산 얼레지피는 마을, 거창군 하성초 살리기 주민모임, △마을축제형은 창원시 동읍 다호리 고분군 체험마을, 밀양시 단장면 평리 체험마을, 창녕군 우포늪 기러기마을, 남해군 해라우지마을이다.

이들은 마을 현황과 문화 자원, 주민 수요를 고려해 사업을 기획했다.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은 사업비뿐만 아니라 마을 관계자 연수, 마을별 주민 워크숍, 전문가 컨설팅, 마을 네트워크 구축 등을 지원했다.

정담회에서 발표된 사례 중 특히 눈길을 끈 것은 거창군 하성초 살리기 주민모임이 진행한 디자인농활, 단노을 축제였다. 도시 청년기획자·디자이너가 마을 주민과 하나돼 폐농기구를 활용해 예술작품을 만드는가 하면, 마을 주민이 쓴 시에 곡을 붙여 노래로 제작해 이를 공연(할매할배 노래합시다)으로 선보였다.

하성초 살리기 주민모임은 1939년 개교해 1999년 폐교한 하성초등학교(거창군 웅양면)를 살리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단체다. 이들은 교육청과 임대계약을 체결해 학교건물을 주민 공동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건물이 노후화해 보수가 필요했고, 문화공간으로 활용하려면 체계적인 프로그램이 절실했다. 문화우물사업에 참가한 까닭이다. '농촌디자인농활', '할매할배 노래합시다' 모두 폐교 공간에서 이뤄졌다.

이들은 지난 2013년부터 진흥원이 국비로 진행하고 있는 '문화이모작' 사업에도 참가했다. 문화우물사업 전에 이미 '예열'을 마쳤던 셈이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남해군 해라우지마을 사례도 인상깊었다. 문화우물사업 이전부터 '홍현 석방렴축제'를 이미 진행하고 있었다. 다만 작년까진 석방렴 고기잡이 체험이 주축인 전형적인 마을 단위 축제였다.

하지만 문화우물사업을 발판 삼아 축제 상품화를 이뤄냈다. 석방렴 부채 등 기념품을 제작해 축제를 보러온 관광객을 대상으로 소득도 창출했다.

지난 11일 창원 경남발전연구원에서 열린 2014 경남 지역문화 정담회 '도란도란 문화토크' 모습. /최환석 기자

◇당장의 성과 아닌 먼 곳을 봐야

12개 마을 사례 발표가 끝나고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는 토론이 이어졌다. 개선점은 없는지 짚어보는 시간이었다. 장영석 통영연극예술축제 운영위원장, 김훈규 거창농업회의소 사무국장, 이재균 경남정보사회연구소 소장이 토론자로 나섰고 모세환 대표가 사회를 맡았다.

김훈규 사무국장은 쓴소리를 내뱉었다. 그는 "이름 다 부르지 못할 정도로 수많은 사업이 있지만 정작 농촌의 활기를 돋우는 사업은 없다"며 실적 위주 사업 행태를 지적하면서 "마을 문화공동체를 살리려면 농촌 청년들을 잘 교육해야 한다. 잘 키운 지역 사무장 한 명이 마을을 살린다. 귀농인 재능 발굴을 적극적으로 장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우물사업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으려면 활기를 더할 인재를 양성해야 하며, 당장의 성과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선택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뜻이었다.

진흥원은 총사업비를 늘릴 방침이다. 올해 도에서 1억 원을 받았는데, 내년에는 2억 원을 요청할 계획이다.

참여 마을도 25곳으로 확대한다. 올해는 사업모델 발굴과 기반을 다지는 의미가 강했다면, 2015년에는 이를 정착시키고 확산시키겠다는 의지다.

지역문화 전문인력을 양성해 생활문화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도 설정했다. 진흥원도 지역문화 활성화 관건은 '인재'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언제까지 지원할 수 있느냐다. 진흥원은 3년 차까지 지원한다고 못박았다.

마을들은 지금부터 '홀로서기'를 준비해야 하는 셈이다. 거창군 하성초 살리기 주민모임이나 남해군 해라우지마을 사례를 참고해야 할 시점이다.

모 대표는 "문화우물사업의 지속가능성을 보자. 예산을 받지 않고도 우리 스스로 어떻게 마을 문화공동체를 만들어 갈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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