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서 '가는 곳마다'여는 행사…자유로운 관람·작가와 대화 곁들여 식당·카페 등 10곳 전시 이어가

전시회 하면 으레 떠오르는 은은한 조명에 클래식이 흘러나오는 전시장이 아니었다. 관람객도 예의를 차리고 '뭔가 알겠다'는 표정으로 그림을 보지 않았다.

젊은 미술인과 시민 80여 명이 평일 저녁 모여 두 시간 가까이 빠른 비트에 몸을 맡기고 미술 작품을 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한 손에 맥주나 와인을 든 채 자유분방했다.

경남형예비사회적기업인 삼프로연구소(대표 장두영·이유라)가 지난 11일 오후 7시 창원 리베라컨벤션 10층 베네르가든에서 '에디션과 전시'를 주제로 한 '가는 곳마다 다섯 번째' 여는 행사를 했다. 전시 참여 작가와 일반 관람객이 만나는 자리였다.

삼프로연구소는 '가는 곳마다'라는 이름으로 기획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지역 젊은 작가의 작품을 누구나 쉽게 관람할 수 있도록 일상적인 공간에 그림을 건다. 올해 초 3회, 지난 8월 4회에 이은 다섯 번째가 11일 시작됐다.

11일 창원 리베라컨벤션에서 진행된 '가는 곳마다' 여는 행사 때 모습. 작가와 관람객들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미지 기자

강창호, 노순천, 박경호, 박은영, 정치성 등 창원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청년작가 20명이 참여했다.

전시 장소는 서가앤쿡(마산·창원·진주), 언아더커피(김해), 바맨도스 커피(창원)처럼 젊은층이 주로 이용하는 소비 공간 10곳이다. 모두 삼프로연구소가 섭외했다.

첫 전시 장소는 여는 행사가 열린 창원 리베라컨벤션이었다. 작품은 다양한 에디션 작품이다. 판화와 사진처럼 똑같이 찍어낼 수 있는 에디션 작품을 회화에 접목했다.

이연진 삼프로연구소 홍보담당자는 "작품을 구매하고 싶은 관람객의 부담을 덜어주고 작품을 보호하기 위해 에디션을 전시 주제로 잡았다. '가는 곳마다' 전시는 일상 공간에서 진행되다 보니 작품 손상과 오염이 많다"고 설명했다.

관람객들은 자유롭게 사진을 찍었다. 전시장 한쪽에 마련된 'D_STUDIO 쇼룸'에서 다양한 입체 작품을 만져보기도 했다.

행사 날 따로 마련된 '작가와 대화' 시간도 유익했다. 관람객들은 스스럼없이 궁금한 점을 물었다.

작가는 작업 일지와 방식을 자세히 설명했다.

이성륙 작가는 컴퓨터 그림판으로 작업한 것과 손으로 직접 그린 그림을 보여주며 차이점을 말했다. 오지현 작가는 목공예 작업의 어려운 점을 이야기했고, 최신영 작가는 미술전공 학생이 물어온 영감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전시장에서 만난 박윤정(26·창원) 씨는 "평소 공연이나 미술에 관심이 많은데 막상 갈 곳이 없다. '가는 곳마다'는 아주 마음에 드는 전시다"라고 말했다.

배민 경남청년회 청년문화기획단 대표는 "삼프로연구소가 진행하는 작가와 관객의 만남이 자리 잡는 것 같아 반갑다"고 했다.

김재환 경남도립미술관 학예사는 "평일 저녁에 전시회를 보러 온 젊은이가 많아 놀랍다. 작가가 직접 나서 소통하고 자생적인 대안 공간을 찾고 있는 것 같다. 건강한 문화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라고 기대했다.

삼프로연구소는 미술이 고급예술이라는 편견을 깨고 영화나 책처럼 일상에서 누리는 문화로 자리 잡길 바란다.

지역 젊은 작가이기도 한 장두영 대표는 "좋은 환경의 전시회는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그나마 작품을 보여줄 수 있는 전시 공간도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 '가는 곳마다' 전시가 지역문화의 한계와 문제점을 우리 스스로 해결하는 하나의 대안이 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오는 2월 11일까지.

문의 010-4243-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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