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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초심, 내 얼굴 걸고 지켜갑니다

[강소농을 찾아서] (82) 진주 일심농장 문성근 대표

이원정 기자 june20@idomin.com 2014년 12월 15일 월요일

"무농약·유기농으로 파프리카를 재배하는 것은 지금 이 순간도 포기를 고민할 정도로 아주 힘이 듭니다. 소비자들이 잘 알아주지도 않고요. 여러 번 그만두고 싶은 유혹을 느끼지만, 항상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진주 금산면 가방리 일심농장 문성근(46) 대표는 친환경으로 차별화된 제품, 포장지에 얼굴을 인쇄해 신뢰도를 높인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백화점 등에 파프리카를 납품하고 있다.

친환경 재배의 중심에 서서 다른 농민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문 대표는 소비자들이 보다 많이 먹을 수 있는 맛있는 파프리카 재배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파프리카를 닮아가는 농부 = 농사꾼의 아들이 농부가 된 것은 1999년, 32살 때였다. 서울에서 달걀 도매업을 하며 백화점 등에 납품하던 문 대표는 어느 날 기존 방식과는 다른 마케팅을 보게 됐다.

"우리는 보통 30개 달걀 한판 단위로 판매합니다. 그런데 기업체들은 4~6개 낱개 포장에서 브랜드 가치를 높여 가격을 비싸게 받더군요."

마케팅의 힘이었다. 생각의 전환이 필요했다.

"또 하나. 보통 농산물은 농촌에서 사 와서 도시에서 팔았습니다. 내가 농사꾼의 아들인데, 그냥 내가 생산해서 내가 팔면 더 좋은 상품을 만들어 더 많은 이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러던 중 부모님이 연세가 들어 농사일을 힘에 부쳐 하자 문 대표가 물려받기로 하고 고향 진주로 돌아왔다.

막상 직접 농사를 지으려니 하나부터 열까지 모르는 것투성이었다. 교육을 많이 받으러 다녔다. 최고 경영자 과정도 수료하고 농업기술원이나 농업기술센터의 각종 교육을 받았다.

그동안 부모님은 하우스에서 고추나 피망 등을 재배했지만, 문 대표는 오이 농사를 짓기로 했다. 교육을 듣다 보니 수출 오이, 그리고 수출 파프리카의 장래성을 보게 됐기 때문이다. 1년쯤 지나 파프리카로 전환했다.

진주 금산면 가방리 일심농장 문성근 대표가 파프리카를 돌보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비화학적 온새미로 농법 = 문제는 소비였다.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파프리카를 많이 먹을 수 있을까 고민 또 고민이다. 물론 제일 조건은 맛이다. 맛이 있어야 사람들이 많이 먹을 수 있다.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맛있게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습니다. 온갖 방법을 다 찾았죠. 특히 자연 속에서 무엇을 이용해 더 맛있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자연 속에서 답을 찾는 것. 그것은 진주 지역 농민들이 만든 '비화학적병해충 방제 연구회'와 연결됐다. '비화학적병해충 방제 연구회'는 10여 년 전 진주시의 뒷받침으로 지역 시설농가 20명, 과일·과채류 20명 등 40여 명이 모여 만들었다. 화학비료 등을 쓰지 않고 자연 초목을 이용해 병해충을 잡고 농사를 지어보자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이 연구회에서 만든 것이 '온새미로 농법'이다.

온새미로 농법이란 농작물 수확에서 발생하는 잔재물을 친환경적으로 처리해 동일농작물에 되돌려 줌으로써 작물의 병·균 관리, 생리활성을 촉진해 고품질 기능성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법이다.

"부끄럽지 않은 농사를 지어 소비자들에게 도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자연에서 나는 풀과 나무 등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같은 생각을 가진 여러 농민이 함께 활동한다는 것만으로도 '비화학적병해충 방제 연구회'는 값진 성과입니다."

◇얼굴 넣은 포장지로 초심 지키기 = 현재 일심농장에서는 토경 유기재배 3000㎡(900평), 양액 무농약 재배 9000㎡(2700평)를 키우고 있다.

무농약은 화학농약은 사용할 수 없지만 화학비료는 기준치 이상 사용할 수 있다. 유기재배는 화학비료·농약을 사용할 수 없다. 유기재배는 가격이 높아 수요가 한정돼 있어 무농약 재배 면적이 더 많다.

하지만 일반 파프리카보다 가격이 비싼 무농약·유기재배 파프리카는 소비자들의 선택을 쉽게 받을 수 없었다.

"지금 이 순간도 내가 유기농을 해야 하나 고민할 정도로 힘이 듭니다. 하지만 내 나름대로 중심을 잡기 위해 노력합니다. 농장 이름인 일심농장도, 교육장 이름 초심정도 처음 먹었던 마음을 다잡겠다는 의지로 지었습니다. 나를 뭐로 묶어두고 중심을 잡을까 고민하다 나온 것이 포장지에 얼굴을 인쇄해 넣는 것이었습니다. 지금이야 농산물 실명제다 해서 생산품에 이름을 표기하는 농민이 많지만, 저는 예전부터 파프리카 포장지에 제 얼굴을 넣었습니다. 서울 지역 백화점에 가면 '어, 파프리카 아저씨다'하면서 알아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수확량보다 맛 중심으로 품종 선택 = 파프리카 품종을 고를 때 문 대표가 제일 중점을 두는 것은 '수확량'이 아니라 '맛'이다. 맛있어야 보다 많은 사람이 먹을 것이고, 재구매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무농약 파프리카는 7월 파종해 10월 말~11월에 처음 수확한다. 그러면 다음해 6월 말까지 딸 수 있다. 다시 7월 소독 후 파종하게 된다.

판로는 진주 지역 친환경 농가 30여 명이 모여 2000년 만든 '들뫼수 영농조합법인'을 통해 판매한다. 이 물량은 서울 지역 백화점·마트 등에 납품된다. 또 친환경 학교급식에 일부 공급되고, 가락동 농산물시장 등에도 판매된다. 전화로 직거래 주문을 하는 고객도 있다. 문 대표가 직접 온라인으로 판매하지는 않지만, 일부 유통업자 등이 인터넷을 통해 일심농장 파프리카를 판매하고 있다.

문 대표는 수출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수출 가격으로는 친환경 재배 수지를 맞출 수 없어 국내 출하만 하고 있다.

◇친환경 재배 면적 늘어났으면 = 문 대표 농장에는 강소농 교육생, 친환경 희망 농민 등 전국에서 견학을 많이 온다. 멀리서 온 사람들이 농장 겉모습만 슬쩍 둘러보고 가는 것은 시간 낭비라는 생각에 초심정이라는 교육공간까지 만들었다.

"나도 누군가에게 배웠으니까요. 우리는 유기농 3세대쯤 됩니다. 그래서 쉽게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지역에서 유기농 재배의 선구적인 역할을 한 진주 금산에 계신 장근환 씨 같은 분이 없었더라면 친환경 인증 자체가 없었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 저한테 물으러 오는 사람들이 전부 예전의 제 모습 같습니다. 그래서 외면할 수가 없습니다."

문 대표는 유기농 재배 인증을 받았는데, 이는 국내 파프리카 중 1호라고 한다.

문 대표의 희망은 국내 친환경 재배 면적이 더 늘어나는 것. 그리고 그 중심에 서서 노력하고 싶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문의 010-7688-1513.

<추천 이유>

◇강덕미 진주시농업기술센터 지방농촌지도사 = 일심농장 문성근 대표는 친환경 파프리카를 재배하면서 친환경 농업에 대한 자부심과 함께 신기술 도전을 게을리하지 않는 진정한 강소농입니다. 생산된 친환경 파프리카는 주로 대형마트, 학교급식으로 납품되며 지난 2011년 경상남도 친환경농업인대회에서 우수 농업인상을 수상했던 그는 꾸준한 경영개선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 나가는 지역의 선도농업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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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원정 기자
  • 문화체육부를 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