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비춤]지역 특성 살린 종목 택하면 지자체 대표상품도 가능

최근 프로축구 경남 FC 홍준표 구단주가 팀 해체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각 자치단체가 이끄는 도내 직장운동부가 '정치와 스포츠'의 관계 측면에서 새로운 주목을 받고 있다.

물론 프로와 아마추어로서 각기 성격은 다르지만 자치단체장이 해당 팀 구단주를 맡고 있는 것은 서로 다르지 않다.

11일 현재 도내에는 경남도를 비롯한 15개 지자체가 직장운동부를 운영하고 있다. 소속 인원만 315명에 달하는 나름 대규모다.

여기에다 사실상 도청 예산으로 운영하는 도체육회 산하 팀까지 합치면 지자체로부터 월급을 받는 선수는 400명을 웃돈다.

마산·창원·진해가 통합한 창원시가 육상, 축구, 테니스, 사격, 볼링, 레슬링, 검도, 씨름, 양궁 9개 팀으로 가장 많고, 경남도가 역도, 유도, 인라인롤러 3개 직장운동부를 운영 중이다.

진주와 김해가 각각 육상과 조정, 축구와 하키 2개 팀씩을, 나머지 11개 자치단체는 1개 팀을 보유 중이다.

도내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직장운동부가 없는 곳은 산청군과 하동군, 함양군, 거창군 등 상대적으로 재정 여건이 좋지 않은 4곳뿐이다.

16.jpg

애초 직장운동부는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스포츠를 통한 시민 화합을 명분으로 만들어졌다.

대다수 지자체 운동부의 탄생 시점이 1995년 지방자치제도가 도입된 이후라는 사실은 단체장 선거 때 득표의 또 다른 수단으로 활용됐음을 부인할 수 없게 한다.

문제는 예산을 100% 자치단체로부터 지원받다 보니 단체장 성향에 따라 팀의 존폐가 결정된다는 점이다. 해체 명분은 늘 자치단체 재정난이지만, 전임 단체장이 추진한 팀을 승계하지 않겠다는 지자체도 있다.

실제 한 자치단체는 재정난을 이유로 팀을 해체하고 몇 년 뒤 종목을 바꿔 새로운 실업팀을 창단하기도 했다.

자치단체가 팀을 해체하면 선수와 지도자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경남 FC의 경우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프로축구 같은 인기 종목은 해체 운운하는 소리가 들리자 언론과 관련 단체에서 관심이라도 보인다. 하지만 나머지 대다수 종목은 언감생심이다.

지난 2012년 팀 해체를 당한 한 도내 지도자는 "내년도 예산에 반영되지 않았으니 다른 길을 찾아보라는 말을 듣고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고 토로했다. 친분이 있던 지방의원을 찾아 하소연도 해봤지만 팀 해체를 막지는 못했다.

최근 몇 년 사이 도내에서는 세팍타크로(고성군청), 탁구(거창군청), 볼링(양산시청) 등 지자체 소속 팀이 연이어 해체됐다.

팀 해체 여파는 고스란히 도체육회가 떠안는다. 팀이 사라지면 전국체전 성적 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도체육회는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해체 팀을 맡아 운영한다.

도체육회는 지자체가 사실상 외면한 정구, 카누, 세팍타크로, 소프트볼, 펜싱, 스쿼시, 근대5종, 수중, 사이클 9개 팀을 이끌고 있다. 이 가운데 스쿼시, 근대5종, 세팍타크로, 사이클은 최근 4년 사이에 창단된 팀이다.

지자체와 운동부가 공생하는 방안은 정말 없을까? 정치적 이유로 창단했다가 또 다른 정치적 이유로 해체를 반복하는 악순환을 끊을 수는 없을까?

배희욱 도체육회 사무처장은 "떠넘기기 식으로 운영되는 팀은 대부분 수년 안에 고사되지만, 지역 특성에 맞게 창단한 종목은 수명을 꾸준히 유지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도내에서는 통영시청의 철인3종, 진주시청 조정, 거제시청 요트, 김해시청 하키 등이 지역 특성을 잘 살린 팀으로 평가받는다.

바닷가를 낀 지자체인 통영과 거제는 지리적 장점을 십분 활용해 팀 운영을 하고 있다. 진양호가 있는 진주도 조정팀을 1990년부터 꾸준히 유지해오고 있다.

지역 학교와 연계육성으로 특화한 종목도 있다.

밀양시는 밀양중-밀양고-밀양시청으로 이어지는 배드민턴 선수 육성으로 이미 배드민턴 메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천시 농구도 삼천포초-삼천포여중-삼천포여고-사천시청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다.

도내 한 자치단체 직장운동부 관계자는 "직장운동부 선수들도 자치단체에서 진행하는 각종 행사에 참여하는 등 소속감을 갖고 시민들에게 다가서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