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따라 내 맘대로 여행] (43) 대전 유성온천 족욕체험장

초겨울인가 싶더니 때 이른 눈이 내렸다. 한파도 몰아쳤다. 동동 언 발을 굴리다 보면 모락모락 김이 올라오는 뜨뜻한 온천물 속에 발이라도 담그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피부로 먹는 보약'이라는 온천욕이 따뜻한 위로가 되는 계절이다.

1994년 관광특구로 지정된 대전 유성온천지구 내에는 무료 족욕체험장(사진)이 있다. 온천욕과 또 다른 이색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백제 때 유성은 신라와 전쟁이 잦던 국경지역이었다. 의자왕 때부터 신라군은 백제땅을 침범하는 횟수가 늘어났고 백제땅 젊은이들은 모두 군사로 뽑혀가게 되었다. 아들 하나만 믿고 살던 유성 땅의 한 어머니도 아들을 군대에 보내야만 했다.

군에 간 아들이 지키던 성은 신라군에게 점령당했다. 아들은 신라군 포로가 되어 신라군이 쌓는 성터에서 돌을 나르는 일을 하게 됐다. 모진 매를 맞으며 일을 하던 아들은 죽기를 각오하고 도망쳐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심한 상처로 혼수상태에서 헤매게 되었다. 어머니는 좋은 약이란 약은 모두 구해다가 써봤지만 효력이 없었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던 어머니는 그날도 이른 아침에 약을 구하러 집을 나섰다. 논길을 걷는데, 다친 학 한 마리가 하늘에서 떨어지면서 고통스럽게 울고 있었다. 떨어진 학 곁으로 가보니 학이 떨어진 자리에서 뜨거운 물이 나오고 있었다. 학은 뜨거운 물로 한쪽 날개를 자꾸 적시더니 파닥거리다가 다시 하늘로 날아갔다.

어머니는 물동이로 뜨거운 물을 떴다. 물동이를 이고 집으로 돌아와 아들에게 그 물로 목욕을 시켰다. 그러기를 며칠, 아들은 언제 앓았느냐는 듯이 홀가분하게 일어났다.

그 후 어머니는 뜨거운 물이 나오는 곳에 움막을 짓고 병을 앓는 사람들에게 목욕을 하도록 했고, 여기 물로 병을 고친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고 한다.

유성온천역 바로 옆 유성명물문화공원에 자리 잡은 족욕체험장. 찾아가기도 쉽고 규모도 제법 커 한겨울에도 사람들로 북적인다. 40도를 훌쩍 넘는 뜨끈뜨끈한 물 위로 모락모락 연기가 올라온다. 아직 눈이 녹지 않아 설경을 이룬 도심 한가운데 이색 광경이 펼쳐진다.

많은 사람이 이용하지만 물은 맑다. 매일 물을 갈고 청소와 관리를 하고 있다고 하니 위생에 대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족욕체험을 하려면 먼저 발을 씻어야 한다. 코끝은 시린데 몸이 노곤해진다. 처음엔 뜨겁다 싶을 정도로 느껴지더니 어느새 온기가 발을 감싸고 얼굴도 발그레해진다.

수건을 하나 준비해 가도 좋고, 족욕체험장에 마련된 공기 드라이어로 말려도 된다. 날씨에 구애받지 않도록 지붕은 물론 사방이 막힌 족욕장도 있다. 족욕체험장 안에 설치된 작은 무대에선 저녁에 다양한 공연도 진행한다.

족욕장은 총 4개가 설치돼 있어 170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으며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연중무휴 운영하고 있다. 내년에 이곳에는 한방 체험장도 들어설 예정이다.

<인근 볼거리>

△성심당 = 지하철을 탄다면 중앙로역에서 내려 2번 출구로 나오면 된다. 자가용을 이용한다면 유성온천지구에서 7km 정도(15분 소요) 떨어진 곳이다. 올해로 58년이 된 대전의 명물 '성심당'이 있다. 언제 가도 사람들로 북적인다.

성심당의 명물인 튀김소보로와 판타롱 부추빵 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빵이 먹음직스럽게 식욕을 자극한다. 튀김소보로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다. 달지 않은 팥앙금은 질리지 않는다. 부추빵은 빵은 살짝 단맛이 도는데 이내 부추와 어울린 속이 담백함으로 입안을 가득 채운다.

지난해 빵과 케이크를 분리했다. 본관 성심당과 이웃해 신관 성심당 케익부티끄가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경남 온천지구>

한국관광공사는 12월을 맞아 '따끈따끈한 여행지'로 온천지구를 소개하고 있다. △속초 척산온천지구 △경기 이천온천지구 △대전 유성온천지구 △아산 온양·도고온천지구 △부산 동래온천지구가 그곳.

경남 역시 창원 마금산온천과 창녕 부곡 하와이 등 질 좋은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제법 있다.

△북면 마금산온천(창원시 의창구 북면 신촌리 일대, 창원시 문화관광과 055-225-3651) △부곡온천중앙로(창녕군 부곡면 온천중앙로, 창녕군청 생태관광과 온천담당 055-530-1591) △장유온천랜드(김해시 대청로 104번 길 84, 055-312-8991) △통도 아쿠아 환타지아(양산시 하북면 순지리 470, 055-379-7000) △거창 가조온천지구(거창군 가조면 일대, 055-941-0721)) △양촌온천(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양촌마을, 창원시 문화관광과 055-225-3651) 등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