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교향악단 사태가 음악계뿐만 아니라 세간의 이목을 모으고 있다. 전후 사정을 잘 모르는 나로서는 사태 자체에 대해 말할 입장이 못 된다. 다만 우리 사회에 깊게 깔려 있는 음악인, 더 나아가 예술인에 대한 인식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다. 이는 우리 사회 문화와 예술에 대한 시각과 관련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20세기 전후로 다양한 서양 문물이 소개되면서 음악도 함께 전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 엄청난 혼란 때문에 전 사회에 일반화되고 보편화되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다.

모두가 먹고사는 문제에 직면해 있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것을 감수해야 하는 그런 시기를 거쳤다. 오늘날 우리 경제를 일구기 위해 부모님들은 열심히 일했다. 정치적·경제적 격동기인 1970년대와 80년대를 몸소 겪었고 그렇게 늙으셨다. 그리고 내가 대학을 다닌 1990년대를 기점으로 사회는 기존 인식과 삶의 패러다임과는 다른 방향으로 급속도로 변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먹고사는 문제를 넘어서 복지가 삶의 화두로 등장했다. 문화생활과 여가생활도 삶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됐다.

지방자치제의 시작과 함께 살기 좋은 도시에 대한 고민은 더욱 커졌다. 각 지자체들은 주거환경, 교육환경, 녹지 조성뿐만 아니라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환경 마련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지자체 산하 교향악단도 그 산물일 것이다. 지자체들은 경쟁적으로 합창단, 무용단 등 다양한 예술단체를 창단했다. 이와 함께 전문적인 공연을 할 수 있는 공연장이 전국 곳곳에 들어섰다. 이러한 성장은 다른 어떤 나라에서도 잘 찾아 볼 수 없는 사례다.

성장의 주요 동력은 물론 관 중심의 적극적인 지원이었다. 하지만 이면도 있을 수밖에 없었다. 성과 위주의 획일적 행정이 많은 폐해를 낳았다.

서울시향 등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을 살펴보면, 경제 논리와 획일적 행정과 관련된 것이 많았다.

요즈음 어디를 가나 문화상품이라는 단어가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문화상품은 선진국들 개념과 조금 다른 듯하다. 그들은 오랜 기간 성숙되어 온 문화들이 상품화된 것이지만 우리는 상품화를 위해 문화를 만드는 것이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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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보니 경제 논리에 의해 평가 기준이 마련되고, 그에 의해 문화의 가치를 평가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순수한 예술작품에 대한 가치 평가는 잘 찾아볼 수가 없다.

이러한 분위기는 개선되어야 마땅하다. 그것이 한국이 진정한 문화강국으로 또 한번 도약을 이루는 길이다.

/전욱용(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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