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공무원]조강숙 김해 동상동장

조강숙(51·사진) 김해시 동상동장이 동상동에 거주하는 외국인 이주민들과 내국인 주민들 간 주민자치 활성화를 위해 내·외국인 간 간격 좁히기 '문화 기획자'로 나섰다.

도시공동화 위기에 처한 동상동을 새로운 마을로 살려내기 위해서다. 비결은 국토부의 도시재생사업 대상지역으로 지정받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 동상동장으로 발령받은 이후부터 지금까지 내·외국인 간 주민자치 활성화에 올인하고 있다. 도시재생사업 대상지역으로 지정을 받으려면 마을 주민들이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어 운영하는 이른바 '주민 자치력'이 담보되지 않는 한 어렵기 때문이다.

국토부의 도시재생사업에 선정되면 5년간 100억여 원의 국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이 예산으로 동상동의 옛 찬란했던 영광을 되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도시재생사업은 기존 건물을 부수고 완전히 새로운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니라 일부만 개선한 상태에서 지역공동체에다 문화와 예술을 접목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는 동상동이 창원시의 창동처럼 도시재생사업 지구로 선정되면 이곳을 시의 체류형 관광도시 메카로 만들겠다는 야심 찬 포부를 갖고 있다.

그 이면에는 내외동과 북부동, 장유신도시 등이 잇따라 형성되면서 동상동 상권이 쇠퇴 길로 접어들었고 이런 여건에 외국인까지 밀집되면서 마을은 복잡다단한 관계로 얽히고설켜 많은 난제를 안고 있다는 점이 있다.

하지만 동상동은 가야역사유물이 매장된 중심지이자 100년이 넘은 동상전통시장이 자리 잡고 있다.

여기다 조선시대 김해읍성의 4대문 안에 속한다. 옛 김해읍 시절부터 지역유지들이 대를 이어 사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지역 어른이 존경받는 유일한 마을이다.

또 다른 특이점은 이곳은 아시아권 15개국 이주민 1000여 명이 개인점포를 운영하며 살아가고 있다. 주말이면 외국인 유동인구가 수만 명에 이를 정도로 경남에서 이주민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이다. 일명 '경남의 외국인 도시'이자 '김해의 외국인 촌'인 셈이다. 외국인들을 위한 이주민 식당도 무려 120여 개소에 이른다. 이런 마을의 잠재력을 그냥 둘 수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외국인이 많다 보니 내국인들이 불안해하는 문제가 불거졌다. 외국인이 대거 몰리면서 동네 분위기도 점점 삭막해지고 문화적 이질감에서 오는 외국인에 대한 편견으로 주민들은 이주민들을 매일 마주하면서도 좀처럼 말을 걸지 않는 기이한 현상으로 변했다.

주말에는 외지에서 외국인들이 너무 많이 몰려오자 오히려 마을주민들이 피하는 사례도 잦았다.

해결책은 내·외국인을 하나로 묶을 반전이 필요했다. 지역 유지들과 머리를 맞댔다. 고민 끝에 마을 자체적으로 내·외국인이 함께 하는 체육대회를 열기로 했다. 서로 부딪치다 보면 정이 들고 서먹함도 녹게 마련이라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개최한 내·외국인 간 체육대회는 그야말로 마을주민들이 하나 되는 축제의 자리였다. 평일인데도 결혼이민자와 내국인 등이 대거 모여 함께 뒹굴며 호흡했다. 행사가 끝난 후에는 한국 비빔밥과 외국인들이 준비한 나라별 다양한 음식을 나눠 먹으며 친밀감도 쌓았다.

그는 선주민과 이주민 대표 간담회도 열었다. 외부강사를 초청해 외국인 밀집지역 특성을 알리는 설명회도 개최했다. 이런 다양한 방법을 통해 마을 주민들이 갖고 있던 외국인에 대한 편견과 불안감을 해소시켰다.

그가 공들인 이런 내·외국인 간 주민통합 노력이 어떤 결실을 볼지는 오는 2016년 국토부의 도시재생사업 공모전에서 판가름난다.

그는 "내·외국인 체육행사를 통해 마을의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던 내·외국인 간 문화 이질감을 없앨 수 있게 돼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어느 지역이든 그 마을의 발전은 함께 사는 주민들 간의 마음이 하나 될 때 위력을 발휘하게 마련이다.

조 동장은 "인구 1만 명이 넘는 동상동은 종전까지는 김해의 1번지였다. 이런 마을의 잠재력에 내·외국인 간 문화통합만 이뤄내면 이곳은 옛 명성을 얼마든지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도시재생사업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