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와 톡톡]경남도민일보 사옥에서 경비업무 보는 배원구 씨

예순을 넘긴 배원구(창원시 마산합포구) 씨는 경남도민일보 최초 독자라 할 수 있다. 그는 5년여 전부터 경남도민일보 사옥에서 경비 업무를 보고 있다. 그래서 매일 밤 12시 조금 넘어 배달되는 경남도민일보를 맞이한다.

물론 그 시간에 신문을 본다는 것은 아니다. 그 시간에는 누워 있어야 그래도 4~5시간은 잘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2교대로 24시간 근무 후 하루를 쉰다. 근무일에는 반드시 이 빌딩을 지켜야 한다. 명절 때 차례도 못 지내고 일을 해야만 할 때는 친척들로부터 싫은 소리도 듣는다고 한다.

주말에는 말동무 없이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 '독 안에 든 쥐'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다고 한다.

이럴 때 그래도 심심함을 달래주는 것이 신문이다. 경비 사무실에서는 조선일보·중앙일보, 그리고 경남도민일보를 본다.

"경남도민일보가 조·중·동 싫어하겠지만 나는 즐겨본다. 경남도민일보만 봐서는 위쪽 소식을 전혀 알 수 없으니까. 특히 경남도민일보는 너무 편향적으로 기사를 낸다. 여당이 잘못하면 크게 다루고, 야당이 잘못한 건 찾아볼 수가 없더라. 있는 그대로 다루면 되는데, 정치 쪽에서 너무 균형이 없으니 불편한 마음이 든다."

이런 이야기를 경남도민일보 구성원한테 전했지만 실망스러운 답만 얻었다고 한다.

"예전에 곽노현 서울교육감 일 터졌을 때였다. 그 소식은 찾아볼 수 없어 경남도민일보 직원한테 얘기를 했다. 그랬더니 '지역 소식에 비중을 두다 보니 그렇다. 잘 모르겠으니 편집국장한테 이야기하라'고 하더라. 괜히 말했다 싶은 후회가 되더라. 국민이 무슨 말 했을 때 '대통령한테 얘기하라'는 것과 뭐가 다른가."

요즘 경비원 인권 문제에 사회적 시선이 쏠려 있다.

"전국 어디에도 경비 서는 사람들은 다 있으니 경남도민일보에서도 그런 애환에 대해 많이 다루면 좋을 것 같다. 아파트는 어떤지 몰라도 여기는 사람들이 좋아서 그에 따른 어려움 없다."

그는 몸 관리를 철저히 한다. 몸져누우면 대신 근무해 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매일 새벽 목욕탕에 가서 몸을 청결히 한다. 쉬는 날에는 운동을 꾸준히 한다. 이런 습관은 예전 직장생활 때부터 몸에 익었다고 한다. 그는 튼실한 기업에서 배관 기술자로 일하다 퇴직했다고 한다. 스스로 노조활동을 강성으로 했다고 말한다.

"나도 싫은 것 보면 말을 해야 하는 성격이니까. 그때 노조 일한다고 불이익도 많이 받았다. 좀 후회되기도 하고…. 그래서 요즘은 될 수 있으면 나서지 않으려고 한다. 경남도민일보에서도 노조 관련 기사 많이 나와서 좀 관심 가기는 했다. 그렇다고 아주 눈여겨보는 건 아니다. 과거 그랬던 거는 그랬던 거고, 지금은 아니니까 일부러 신경 안 쓰려고 한다."

그는 문화·체육면도 관심 있게 본다고 했다. 주문과 동시에 아쉬운 부분을 함께 이야기했다.

"좋은 곳 알려주는 기사가 많이 나오는데, 주소만 적어놓지 말고 약도도 자세히 그려주면 좋겠다. 차 없는 사람들이 가는 방법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말이다. 옛날 고성공룡엑스포 한번 가보려고 했는데 신문만 봐서는 모르겠더라. 우리 같이 많이 다녀보지 않은 사람은 물어물어 찾아가는 게 쉽지 않거든. 스포츠도 좋아하는데, 결과보다는 감독·코치들과 대화를 자주 나눠서, 그 이면을 많이 실어주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

그는 신문 조·중·동뿐만 아니라 방송은 종편을 즐겨보는 쪽이다. 경남도민일보 식구이기도 하지만 신문 자체에 대해서는 가까이하기 어려운 듯했다. 그래도 너무 쓴소리만 했다는 듯 애써 이렇게 덧붙였다.

"정치적으로 편향된 기사가 많았는데, 그래도 요즘은 조금, 아주 조금 덜한 것 같다."

그가 경남도민일보의 긍정적인 부분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최대치는 이 정도였다. 같은 식구의 아주 쓴 소리가 좋은 보약으로 연결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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