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동구 밖 생태·역사교실] (27) 합천

11월 29일 생태체험 나들이는 마산 행복한·상남 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 더불어 합천으로 향했다. 합천에는 황강이 흐른다. 황강은 자기 둘레 곳곳에 습지를 만들었다. 지금은 이런저런 까닭으로 많이들 사라졌는데 그런 가운데 살아남은 하나가 정양늪이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매립을 하자는 얘기들이 심심찮게 나왔으나 합천군과 경남도 등 행정당국이 현명하게 판단해 그대로 두기로 하고 생태공원을 꾸몄다. 정양늪 둘레에 흙길을 깔고 억새 무성하게 자라는 물 위로는 나무 다리(덱로드)를 내었다.

합천은 또 갖은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로 이름이 높다. 합천의 자연생태가 아름다운데다 합천영상테마파크까지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텔레비전 드라마 <각시탈>, <빛과 그림자>, <서울1945>, <에덴의 동쪽>, <경성스캔들>, 영화 <써니>와 <태극기 휘날리며> 등등 2013년 12월 현재 예순일곱 편이 합천을 고향으로 삼고 있다. 합천영상테마파크는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에서 1945년 해방을 거쳐 1980년대까지 이르는 건물과 풍물을 재현해 놓은 세트장이다.

아이들은 둘 또는 셋씩으로 열 팀을 이루고 두산중공업 사회봉사단과 지역아동센터 선생님이 한 팀씩을 맡았다. 아이들과 선생님은 미션이 담긴 종이를 한 장씩 들고 세트장으로 흩어져 스며들었다. 온누리상회 앞에서 사진 찍기, 흥신소를 찾아 사진에 담기, <태극기 휘날리며> 영화를 찍은 데 찾기, BRAVO BAR 찾기 등등 미션 수행을 하면 절로 합천영상테마파크를 구석구석 돌아볼 수 있도록 했다.

11월 29일 합천영상테마파크에서 마산 행복한·상남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이 '온누리상회 앞에서 사진 찍기' 미션을 수행하고 있다. /김훤주 기자

아이들과 선생님은 스며든 곳곳에서 서로 손을 잡고 걸으며 미션을 수행했다. 글자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적혀 있거나 아니면 한자 또는 일본글로 돼 있거나 간판이 꼭꼭 숨어 있는 바람에 찾기 어려운 구석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햇볕이 바르고 기온은 푸근했으며 바람도 불지 않았다. 이리저리 거닐기에 딱 좋은 날씨여서 아이들은 절로 신바람이 났다.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아이들 이마에는 어렵지 않게 땀방울이 맺혔고 선생님을 채근하듯 잡은 손을 앞에서 끌어가는 모습들도 보였다.

이윽고 시간 맞춰 모여서 보니 미션에 나온 열두 장소를 모두 찾은 팀은 없었다. 열 군데를 찾은 팀이 가장 많이 맞혔다. BRAVO BAR는, 아무도 찾지 못했다. 가장 많이 맞힌 팀 세 명에게는 1000원 종이돈이 하나 들어 있는 '쥐꼬리 장학금' 봉투를 하나씩 안겼다. 30년 전에서 100년 전에 이르는 옛적 풍물 사이를 거닐면서 아이들은 묻고 선생님은 답을 말했으리라. 이처럼 과거로 거슬러가는 시간 여행을 통해 아이들은 우리가 옛날에 살았던 모습을 조금은 더 알게 됐지 싶다.

합천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중국집 월성면옥에서 짜장면과 탕수육으로 배를 불리고는 정양늪 생태공원으로 곧장 옮겨갔다. 정양늪은 황강과 바로 붙은 합천읍 들머리에 있어서 읍내 사람들은 여기를 종종 찾아 산책을 하곤 하는데 이날은 어린아이 몇몇이 나와 놀 뿐으로 한가해서 좋았다.

지금은 겨울 들머리, 겨울철새가 많이들 찾아드는 시점이다. 10월부터 날아드는 겨울철새들은 한반도와 일본을 거쳐 오스트레일리아까지 날아간다. 때로는 한 줌도 안 되는 조그만 새가 목숨을 걸고 머나먼 거리를 여행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다들 먹고 살기 위해서다. 자기네 터잡고 사는 시베리아 같은 지역은 겨울에 꽁꽁 얼어붙기 때문에 먹이가 없다. 그나마 먹이가 있는 따뜻한 남쪽으로 그 작은 날개를 파닥거리며 날아오는 것이다.

정양늪을 찾는 겨울철새는 크게 봐서 기러기와 오리 두 가지다. 물론 기러기도 몇 종류로 나뉘고 오리는 그보다 더욱 많이 분류해 볼 수 있지만 아이들에게 그런 따위는 그다지 쓸모가 없는 지식이다. 다만 기러기는 몸집이 큰 편이고 색깔도 상대적으로 수수하며 날갯짓이 좀더 느릿느릿하다. 반면 오리는 덩치가 작아 암탉 정도 크기이고 색깔이 밝고 뚜렷하며 날갯짓은 방정맞아 보일 정도로 파닥파다닥거린다. 생태공원 2층 전망대에서 그리고 타고 가는 버스 안에서 짧게 해 준 이야기다.

합천 영상테마파크에 이어 정양늪 생태공원을 찾은 아이들과 선생님이 징검다리를 건너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김훤주 기자

날씨가 따뜻한 때문인지 정양늪에 내려 앉아 쉬고 있는 철새가 많지는 않았다. 아이들은 철새가 생각보다 적어 내심 아쉬운 모양이다. "새가 별로 없네요" 하는 아이들 옆에서 큰기러기들이 한 무더기 날아오르자 아이들은 "이야" 하고 조그맣게 탄성을 낸다. 철새한테는 사람이 가장 위험한 존재이고 따라서 소리도 적게 낼수록 좋다고 일러준 때문이다.

둘씩 셋씩 팀을 이룬 아이들은 선생님과 더불어 손을 잡고 나무다리로 들어서 걷기 시작했다. 몇몇은 "또 걸어요?" "왜 걸어요?" 싫은 기색을 비치기도 했지만 곧바로 그런 따위에서 벗어나 뛰고 걷고 돌아오고 하면서 신이 났다. 나무다리에 붙어 있는 안내판들을 살펴보면서 묻고 또 묻는 아이들도 있었다. "물닭이 뭐예요? 논병아리도 나와요." "그런 철새도 있는데, 몸통이 검은 편이라고 해. 물닭은 어른 두 뺨쯤 되고 논병아리는 그보다 손가락 다섯 마디 정도 작은데, 논병아리는 아무리 자라도 닭이 아닌 병아리고, 물닭은 아무리 어려도 병아리가 아닌 닭이야." 그이들은 부들이나 마름이나 수련에 대해서도 얘기해 달라고 했다.

나무다리 끄트머리에는 징검다리가 놓여 있다. 아이들에게는 징검다리가 매우 좋은 놀이터였다. 한가운데 징검돌 위에 멈춰서서 흘러가는 물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아이도 있고 신이 나서 이쪽저쪽으로 폴짝폴짝 뛰어건너는 아이들도 있다. 선생님들은 또 아이들 이런 모습을 사진에 담기 위해 바삐 움직이고….

돌아오는 버스에서는 오늘 하루 합천영상테마파크와 정양늪을 돌아보고 거닌 소감을 썼다. 영상테마파크는 신기했고 정양늪은 재미있었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자기 느낌이 절실하게 나타나 있거나 억지로 집어넣은 꾸밈이 적거나 한 가지에 집중해서 쓰거나 한 셋을 가려 앞서와 마찬가지로 '쥐꼬리장학금'을 하나씩 선물했다.

※이 기획은 두산중공업과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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