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경남 FC가 위태롭다. 창단 9시즌 만에 유니폼에서 클래식 딱지를 떼이게 됐고, 구단주는 '해체론'까지 들고 나왔다. 축구를 통한 경남 도민의 화합이라는 대명제는 무너진 지 오래고, 존재가치까지 불분명한 상황이 됐다.

올 시즌 경남은 어느 해보다 순탄치 않은 한 해를 보냈다. 프로축구판에서 15년간 떨어져 있던 노장 감독을 선임한 것부터 저비용이라는 핑계로 연봉이 높은 선수들을 대거 내친 것까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들이 잇따랐다. 게다가 구단 프런트 내부 갈등까지 홍준표 구단주가 언급한 대로 '프로답지 않은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경영진의 잘못된 선임으로 나타난 결과물이라는 여론이 많다. 홍 지사 역시 이런 지적에 자유로울 수 없다. 경남 FC 안종복 대표를 선임한 이는 바로 자신이다. 홍준표 구단주도 이례적으로 지도부의 무능을 지적했다. 그는 "경남 FC 지도부의 무능이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 특별감사를 진행해서 문제점을 살피고 그에 따라 팀 해체를 포함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문제점을 파헤치고 대책을 세우겠다는 뜻에 대해선 공감한다. 하지만, 팀 해체만은 신중해야 한다. 경남 FC는 특정 개인의 전유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경남 FC는 3만 9000여 명의 도민 주주가 십시일반 호주머니를 털어 만든 특이한 구단이다. 숱한 국가대표를 배출하며 대한민국 축구의 젖줄 역할을 했던 경남에 프로축구단이 없다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고 전형두 경남축구협회장이 구단 창단의 산파 역할을 담당했고, 이 뜻에 수많은 도민이 동참했다.

주찬우.jpg
기업구단보다 열악한 재정 상황에다 정치적인 입김까지 안고 가야 하는 악순환 속에서도 경남은 나름대로 많은 성과를 냈다. 한국 축구의 얼굴이라는 국가대표팀의 감독을 배출했고, 두 차례의 FA컵 결승 진출을 포함해 꾸준한 성적으로 리그 내에서도 시·도민구단의 표상으로 군림해왔다. 이런 역사와 전통이 한순간에 무너져버리는 것은 너무나도 억울한 일이다. 홍준표 구단주가 3만 9000여 명의 도민주주들이 수긍할 대책을 내놓아야 하는 이유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