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사무국 정비로 전문성 높여 기업-예술인 만남의 장 마련 주력, 지자체 예산 지원 확대 성과

지난 3일 오후 9시 창원 성산아트홀 대극장은 '앙코르' 소리로 가득했다. 오후 7시 30분에 시작한 경남 A&B 오케스트라 창단연주회가 막 끝나고서였다.

그때 지휘봉을 잡은 허준(진주시립교향악단 차석 지휘자) 씨가 단원들에게 신호를 주자 모두 빨간 모자를 썼다. 성산아트홀 대극장에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캐럴이 울려 퍼졌다. 관중은 큰 박수로 성원했다.

이날 무대에 선 단원 40명은 모두 평범한 직장인이다. 경남메세나협의회가 6개월 전 꾸린 도내 첫 직장인 오케스트라단에서 실력을 갈고 닦았다.

Arts(아트, 예술)와 Business(일, 직장)를 뜻하는 오케스트라 이름처럼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음악으로 하나가 됐다.

최재호(무학 회장) 경남메세나협의회장은 "넥타이를 동여맨 직장인이 하나둘 모이더니 제법 그럴듯한 모양의 오케스트라가 만들어졌다. 그저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함께 연주하고 싶다는 공통된 꿈을 가지고 모였다. 경남 A&B 오케스트라는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경남메세나협의회의 목표는 기업과 예술이 만나 소통하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다.

경남 A&B 오케스트라를 후원하는 강태룡 센트랄 회장은 "문화예술이 무엇보다 중시되고 있는 요즘, 경남 A&B 오케스트라는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가치 있다. 경남을 대표하는 예술단체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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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 경남메세나대회가 8일 오후 창원시 의창구 풀만호텔에서 열렸다.최재호 경남메세나협회회장,홍준표 경남도지사 등이 수상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기업과 예술 새롭게 소통하다

A&B 오케스트라는 지난 6월 최재호 회장이 경남메세나협의회장에 선임된 이후 첫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문화를 통해 기업과 직원이 함께 소통하고 행복해지자는 취지를 담았다.

시·군 단위 기업·예술단체와 지역민과 소통도 적극 나섰다. 이른바 '찾아가는 메세나'가 그것이다.

최 회장을 비롯한 사무국이 직접 밀양·산청·함양 등을 방문해 지역 기업인·예술인과 간담회를 갖고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문화 공연, 지역 영재 장학금 전달식 등도 함께했다.

협의회는 지난 6개월여 동안 기업과 문화예술인이 직접 만나는 장 마련에도 주력했다. 협의회 자체 사업인 '어울림과 소통'전이 대표적이다.

경남전업미술가협회 소속 미술인과 회원 기업의 1대 1 매칭으로, 미술인이 기업을 들여다보고 이미지를 떠올려 작품을 만들면 기업은 작가를 후원하도록 했다.

최행숙, 구윤선, 우순근, 신종식을 비롯한 미술인 40여 명과 STX조선해양, 경남은행, 농협중앙회 경남본부, 무학 등 40여 기업체가 참여했다.

어울림과 소통전은 기업과 예술에 새로운 교류의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간 메세나 지원 방식이 예술단체가 '알아서' 쓰도록 경비를 보태주는 것이었다면, 어울림과 소통전은 예술단체·예술인 스스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동기를 유발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열린 기업과 예술의 만남 결연식. 맨 앞줄 왼쪽이 최재호 회장. /경남도민일보 DB

◇전문성 강화, 예산 확대 성과로

협의회 측은 예술단체를 '어떻게' 지원하느냐에 따라 경남지역 문화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협의회 사무국이 내년 '예술단체 모니터링'을 계획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사무국은 '문화 행정', '예술 경영'이란 원칙 하에 회원사와 지원 단체를 새롭게 관리할 계획이다.

지난 8월 1일 자로 전무와 사무국장이 바뀌고 본부장이 새로 영입된 사무국은 최 회장이 중시하는 전문성과 변혁을 잘 보여준다. 역대 메세나 회장을 경남은행장이 쭉 맡아오면서 은행과 은행가에 집중됐던 메세나 틀을 보다 폭넓게 바꿔냈다.

한동진 전무는 국회의원 비서관과 보좌관, 제7대 경남도의원과 예결위원장을 역임한 이력을 바탕으로 예산 확보 등 대외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신설된 본부장직은 석수근 전 좋은데이 사회공헌재단 본부장이 맡고 있다. 무학에서 3년간 문화지원 사업을 이끌었고 CWNU윈드오케스트라 단장을 역임하는 등 문화 행정을 경험한 인물이다.

사무국장은 대학에서 문화 경영(예술행정학 석사)을 전공하고 다양한 문화단체에서 활동해 온 하선주 씨다. 사업을 실질적으로 펼쳐나가는 실무를 담당하고 있다.

전문성을 강화한 사무국 정비는 '예산 확대'라는 실질적 성과를 냈다. 경남도가 2015년도 예산안에 6억 원을 배정했다. 올해 5억 원보다 1억 원 늘었다.

창원시도 경남메세나협의회를 지원키로 했다. 내년 예산안에 1억 원을 배정했다.

한동진 전무는 "창원시 예산은 의미가 크다. 경남메세나협의회가 처음으로 기초자치단체로부터 지원을 받는 것이다. 다른 시·군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거제시와 진주시도 적극적으로 예산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양적·질적 성장 모색

협의회 측은 국비 지원도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7월 시행된 '문화예술 후원 활성화에 관한 법률', 이른바 메세나법을 토대로 우수 민관기관을 인증하는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문화예술후원우수기관으로 선정되면 정부 공식 인증표지를 쓸 수 있고 사업비와 운영비를 지원받는다.

협의회는 신청서를 일찌감치 내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내달 발표된다.

석수근 본부장은 "경남메세나협의회는 우리나라 메세나 활동의 큰 축인 한국메세나협의회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회원사 수 216개, 지원 누적액 100억 원 돌파라는 기록을 이뤄냈다. 우수기관으로 선정될 이유가 충분하다"고 자신했다.

경남메세나협의회는 지난 10월 7일 산청군을 방문해 찾아가는 메세나를 진행하고 힐링 콘서트를 열었다. /경남메세나협의회

하선주 사무국장은 "국비는 매칭으로 사용해야 하는 예산이 아니기 때문에 협의회가 자체 사업을 벌일 수 있다. 예술단체 모니터링, 예술아카데미를 시행해 메세나 지원을 받는 단체 역량을 키울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최재호표 경남메세나협의회'는 6개월 사이에 굵직한 행사 2개를 치르며 지역민에게 눈도장도 찍었다. 예산 확대라는 성과도 이뤄냈다.

협의회 측은 내년에도 차별화·차등화를 내세운 매칭 지원과 국비로 벌이는 다양한 자체 사업을 준비 중이다.

양적 팽창뿐 아니라 질적 성장을 고민하는 경남메세나협의회가 내년에는 또 어떻게 '기업과 문화예술의 아름다운 동행'을 이어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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