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간 마음고생한 아내, 이젠 남편이 보답할 차례

창원시의회 김종대(61) 의원은 지난 1991년 지방의회 부활 때 마산시의원으로 당선되어 현재도 의정활동을 왕성히 하고 있다. 그는 아내 윤영애(57) 씨 이야기를 꺼내면서 이렇게 말했다.

"돈은 없더라도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살아왔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제 아내를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저를 선택한 이 여자 삶이 결코 후회 없도록 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의 얼굴에는 아내를 향한 안쓰러움이 짙게 묻어 있다. 지난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1975년, 남자는 마산YMCA 내 청년활동단체인 '원클럽'을 만들었다. 영애 씨도 나중에 이 클럽에 가입했다. 영애 씨는 매주 있는 회의에 몇 년 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았다. 그리고 늘 말없이 묵묵히 자신이 할 일만 했다.

그런데 어느 날이었다. 남자는 뜻밖의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같이 활동하는 여자 회원의 전화였다.

"영애가 병에 걸려서 다 죽어가요. 일주일 동안 직장도 못 가고 드러누워서 끙끙 앓고 있어요. 아무래도…. 얘가 당신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한번 만나 보세요."

지금 말하는 상사병이었다. 하지만 남자는 그런 게 뭔지 잘 몰랐다. 사람이 죽어간다고 하니 겁부터 덜컥 났다. 그래서 그날 오후 영애 씨를 찾아갔다. 여자는 침대 모서리에 다소곳이 앉아 있었다.

남자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내가 좋아요?"

그러자 영애 씨 입에서 일말의 망설임 없이 "네"라는 답이 나왔다.

남자는 다시 물었다.

"저랑 결혼할 마음이 있어요?"

역시 "네"였다.

남자는 집으로 돌아온 후 머릿속이 복잡했다. 이미 다른 여성 두 명과 동시 교제를 하고 있던 터였다. 여기에 영애 씨까지 포함되면 '세 다리'를 걸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남자 마음속에 영애 씨가 확 들어온 계기가 있었다. 어느 날 으슥한 골목에서 남자는 영애 씨한테 기습 뽀뽀를 했다. 곧바로 돌아온 것은 따귀였다. 남자는 당황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 강단 있는 사람이라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마음을 완전히 굳힌 것은 아니었다. 남자는 영애 씨를 포함한 세 여성 가운데 한 명을 택하기 위해 가혹한 테스트를 했다. 세 여성을 자신의 자취방에 한꺼번에 부른 것이다.

이해되지 않는 이 자리에 세 여성 모두 응했다. 남자는 세 사람 반응을 살폈다. 한 사람은 밥을, 한 사람은 우물에서 빨래를, 또 한 사람은 방 청소를 했다. 말은 없어도 설거지, 빨래하는 소리에 부글거리는 심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런데 영애 씨만은 달랐다. 아무런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채 조용히 방 청소만 했다.

그즈음 일본에 있는 남자 어머니는 '곧 한국에 들어갈 테니 며느릿감 반드시 구해 놓아라'는 말을 해둔 터였다. 남자는 영애 씨로 마음을 굳혔지만, 세 여성 사진을 모두 보여드렸다. 어머니는 아니나다를까 "얼굴이 복스럽고 아이도 잘 낳겠다"며 영애 씨를 선택했다.

하지만 이제 남자도 마음고생을 받아들일 차례였다. 남자는 태어난 지 6개월 만에 소아마비를 앓으면서 다리를 절게 됐다. 그 때문에 영애 씨 집에서 크게 반대했다. 1979년 어렵사리 부부 연을 맺기는 했지만, 한동안 처가로부터 사위 대접을 받지 못했다.

둘은 그런 시간 속에서 함께한 지 어느덧 35년이 됐다.

그런데 그 시절 영애 씨는 어찌하다 이 남자에게 마음을 빼앗긴 걸까? 여기에는 또 웃지 못할 사연이 숨어 있다. 어느 학교에 봉사활동을 갔다가, 교감 선생님 부인이 옷가게를 열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연히 둘이 함께 가게 됐고, 남자는 영애 씨에게 별생각 없이 옷 선물을 했다. 그리고 또 한 번은 남자가 영애 씨를 친누나한테 심부름을 보냈다. 이 일들로 영애 씨는 '이 남자가 나를 마음에 두고 있구나'라고 받아들인 것이다.

야속한 남자, 김종대 의원은 이제 이렇게 말한다. "나를 두고 다른 여자들과 함께 불편한 자리를 하고, 친정집에서 쫓겨나고, 결혼해서는 살림이 넉넉하지 못해 어시장에서 500원짜리 커피를 팔아야 했고…. 저 때문에 이루 말할 수 없는 마음고생을 했죠. 저는 제 방식대로 아내에게 답하려 합니다. 제가 사회적으로 옳을 길을 가는 것이 곧 아내의 선택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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