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져도 팬심은 지지 않아 "경남 FC 있는 한 응원 계속"

지난 6일 오후 2시 창원축구센터에서 경남 FC와 광주 FC의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이 열렸다. 경남 FC는 1차전에서 1-3으로 패배했기 때문에 이날 2골 차 이상 승리가 필요했다.

경남 FC 서포터스는 열정 가득한 함성으로 승리를 바랐다. 박성진(32·창원시 대방동) 씨도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매서운 추위가 이날의 비장함을 알리는 듯했지만, 서포터스의 열정 앞에서는 꼬리를 내린다.

"열심히 응원하다 보면 그렇게 추운지도 모르겠네요. 하하. 축구는 아무래도 현장에서 직접 보는 게 더 재밌죠?"

성진 씨는 올시즌 서포터스 회장을 맡았다. 인터넷 카페에는 회원이 1000명이 넘고, 실제 경기장에서 매번 함께 응원하는 이들은 40~50명 정도다. 매년 마지막 경기가 끝나고 회장을 뽑는데, 이날은 그가 회장으로서 마지막 응원이기도 했다. 응원하는 목소리에는 애정이 가득하다. 때론 상대 선수에게 거친 야유를 보내기도 한다.

경남과 광주는 공방 끝에 전반전을 0-0으로 마쳤다. 초조한 마음이었을까. 그는 담배를 꺼내어 입에 물었다.

지난 6일 경남 FC와 광주 FC의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박성진 씨가 추위도 잊은 채 열정적으로 응원을 하고 있다. /김희곤 기자

"그래도 오늘 광주가 (수비를) 꽉 잠그고 나올 줄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네요. 경남 선수들도 컨디션이 좋은 것 같아요. 최근 경기 중 오늘 움직임이 제일 좋네요."

성진 씨는 올시즌 경남의 모든 경기를 직접 눈으로 봤다. 홈경기뿐 아니라 원정경기도 모두 직관했다. 올해뿐만이 아니었다. 2006년 경남 FC 창단 이후로 거의 모든 경기를 빠짐없이 다 봤다는 것이다. 대단한 애정이다. 그의 아내도 마찬가지다. 성진 씨의 아내 김소연(30) 씨도 서포터스 활동을 함께 한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됐지만 유모차를 끌고 함께 응원한다. 원정 경기를 찾을 때는 아이들을 잠시 처가에 맡겨두기도 한다고.

"제가 축구를 좋아해서 경남 FC 창단 이전에 붉은악마 마창진지회 활동도 했었어요. 경남 FC 창단 운동에도 한몫했죠. 당시 마창진지회에서 100명 정도가 활동했는데, 거리에서 창단 캠페인도 하고 했었어요."

후반 25분. 경남의 송수영이 선제골을 넣었다. 성진 씨와 서포터스는 열렬히 환호했다. 이제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잔류를 위해 경남에 필요한 것은 오직 1골이었다. 그러나 불과 4분 뒤, 광주의 동점골이 터졌다. 경기장을 찾은 팬들의 희비가 엇갈린다. 광주팬들은 잔치 분위기에 휩싸이고, 경남팬들의 희망은 점점 멀어지는 듯하다.

하지만 성진 씨는 목이 터져라 더욱 더 선수들을 격려했다. 남은 시간 경남은 맹공을 퍼부었지만 광주의 골문은 더이상 열리지 않았다. 경기는 1-1 무승부. 경남은 K리그 챌린지로 강등됐다.

경기가 끝나고 성진 씨는 입을 굳게 다문 채 한참을 멍하니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곳곳에서 서포터스 회원들의 눈물이 쏟아지고 있었다. 차가운 바람이 더 야속했다.

"너무 참담하네요." 그는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시간이 조금 흐르고 서러운 마음 탓일까. 그는 경남 FC 구단주와 프런트를 향해 쓴소리를 뱉어낸다.

"지금 우리 팀을 보세요. 스포츠에 경제논리를 앞세운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지금 구단주는 문화에 대한 가치, 그런 걸 모르는 것 같아요. 돈이 다가 아니잖아요. 또 2년 동안 감독이 4번이나 바뀌었어요. 프런트 입맛에만 맞는 사람 심기가 너무 심했던 것 같아요. 팀컬러가 완전히 사라졌죠. 도민구단의 한계도 있겠지만, 이렇게 만든 그들이 원망스러워요."

성진 씨의 기억 속에서 경남 FC의 전성기는 조광래 감독이 팀을 이끌던 시절이다. 2008년에는 FA컵 준우승, 조 감독이 국가대표 감독으로 발탁되던 2010년 경남은 창단 5년 만에 리그 1위를 달리기도 했다.

"그땐 정말 좋았어요. 경기장에 팬들도 진짜 많았고요. 당시 경기가 열리면 서포터스만 보통 200명은 넘었죠. 이기고 지는 것에 연연하지는 않지만, 그땐 항상 오늘도 지지는 않겠구나고 생각했어요. 조만간 명문구단이 되겠구나 싶었다니까요."

승부는 냉정하다. 하지만 삶은 계속된다. 성진 씨는 "어쩌겠어요. 내년엔 2부리그지만 팀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잖아요. 계속 응원할 겁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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