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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한가운데에 20세기가 흐른다

[발길 따라 내 맘대로 여행] (42) 대구 중구 근대문화골목

최규정 기자 gjchoi@idomin.com 2014년 12월 05일 금요일

100년을 훌쩍 넘어선 시간의 길. 그 골목 한가운데 섰다. 어느새 매서워진 바람은 골목을 따라 용케도 따라오는가 싶더니 이내 잦아든다.

기차를 타고 동대구역에서 내렸다. 택시를 탔다. 근대문화골목으로 가자고 했더니 택시기사가 당황해한다. 근대문화골목 건물을 이야기하니 그제야 속도를 내는 발에 힘이 들어간다. 머쓱해서였을까. "요즘은 외지 사람들이 대구를 잘 아는 것 같아요. 어딘지는 알았지만 그게 그 골목인지는 몰랐네."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보도블록에 새겨진 이상화 시인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가 근대로 여행으로 안내한다. 안내팸플릿 설명을 보니 이곳이 시작은 아니다. 하지만 상관없다. 어디서 시작하든 발길 닿는 대로 걸어도 근대로 여행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

3·1만세운동길

고층 건물 숲 사이로 시간이 멈췄다. 대구 계산동과 남성로, 남산동 동산 일대는 20세기 초 한국 근대문화를 이끌었던 예술인의 삶터와 활동상이 곳곳에 남아 있다. 한국 문단의 주류를 이루었던 이상화·현진건·백기만, 근대 서양음악 기틀을 다진 김문보·박태준, 대구에 서양미술 뿌리를 내린 이상정·박명조·서동진 등은 거의 이 일대를 중심으로 살았다.

대구 근대 예술인을 만날 수 있는 곳이 '계산예가'다. 그 옆으로 국채보상운동의 거장 서상돈 고택과 민족 저항시인 이상화가 말년을 보낸 곳이자, 그의 마지막 작품 '서러운 해조'가 탄생한 고택을 만나볼 수 있다.

골목을 빠져나오면 서울과 평양에 이어 세 번째로 세워진 고딕양식의 계산성당을 만날 수 있다. 1902년 완공된 후 1911년 주교좌 성당이 되면서 종탑을 2배로 높이는 등 증축을 해 1918년 12월 24일 현재의 모습이 완성됐다. 100년을 훌쩍 넘긴 성당이다. 8각의 높은 첨탑 2개가 대칭구조를 이루는데 고 김수환 추기경이 이곳에서 사제품을 받았다.

계산성당

계산성당을 뒤로하고 도로를 하나 건너면 3·1만세운동길을 만날 수 있다. 1919년 서울에서 일어난 3·1운동이 3월 8일 대구에서도 일어났는데 그 당시 대구 학생들이 일본 경찰을 피해 이곳으로 올랐다고 한다.

계단을 올라가면 계산성당과 마주하고, 외관이 웅장하고 아름다운 고딕양식 건축물이 하나 더 눈에 들어오는데 대구·경북지역 최초의 개신교 교회인 구 제일교회다. 그 옆 길을 청라언덕길이라 부른다. 대구의 몽마르트르 언덕이라 불리는 청라언덕은 계산성당에서 동산병원까지 이어지는데 이곳에 오르면 또다시 시간은 멈춘다.

선교사 스윗즈 주택

언덕 위에 선교사 주택을 푸른 담쟁이가 덮고 있다 하여 청라언덕이라 불린 이곳. 이곳을 배경으로 나온 가곡이 '동무 생각'이다. 그 주변으로 예전 선교사들의 집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선교사 스윗즈 주택, 선교사 블레어 주택. 빨간 벽돌을 쌓아 올렸는데 지붕은 기와를 사용했다. 양옥과 한옥의 조화가 인상적이다. 당시 양옥에 대한 낯섦을 없애려고 기와지붕을 얹었다. 단아하면서도 고즈넉한 청라언덕에서 한참의 시간을 보낸다.

음악다방 쎄라비

다시 3·1만세운동길을 내려오면 '쎄라비'라는 음악다방 이정표가 눈에 띈다. 허름한 건물 2층에 자리 잡고 있는데, KBS 드라마 <사랑비> 세트장으로 만들어진 곳이다. DJ가 있는 음악다방을 그대로 재현해 1980∼90년대로 되돌아간 듯하다. 잠시 몸을 녹였다.

낯선 도시가 정겹게 느껴지는 것은 골목골목 떠나는 여행이 주는 선물이다.

서상화 고택

△근대문화골목 투어

동산선교사주택→3·1만세운동길→계산성당→이상화·서상돈 고택/근대문화체험관 계산예가→뽕나무 골목→에코 한방참살이체험관→구 제일교회 →약령시한의약박물관→영남대로→진골목→화교협회.

△야경 투어

반월당→관덕정→성유스티노신학교→성모당→샬트르성바오로수녀원→동산 선교사 주택→3·1만세운동길→계산성당→이상화·서상돈 주택→성밖 골목→구 제일교회→약령시→염매시장→종로 진골목→화교협회→경상감영공원,

챔니스 선교사 주택과 그 너머로 보이는 구 제일교회
종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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