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시대 방통위 단속 피하려 그들만의 '은어' 탄생

◇ 어디서 스마트폰을 공짜로 구했을까? =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시행 이후 침체기를 겪었던 이동통신 시장이 아이폰6 국내 도입 이후 조금씩 살아나고 있지만 여전히 시장은 얼어붙어 있다. 또한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서슬퍼런 단속의 날을 거두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어느날 자고 일어나면 '대란'이 일어났으며 누구는 공짜로 최신 스마트폰을 구입했다는 기사에 사람들은 당혹하게 된다. 도대체 어떻게 이 엄혹한 시기에 최신 스마트폰을 거저 얻을 수 있었을까?

이런 음성적인 거래는 매우 은밀하게 이뤄질 것이라 여겨지지만 의외로 오픈된 곳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었다. 주로 '위키폰', '뽐뿌'와 같은 인터넷 커뮤니티 내 특정게시판에서 거래가 이뤄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게시판에서는 방통위 단속이 허술한 주말 밤 늦게 일제히 '공짜폰' 게시물들이 올라온다.

게시물을 클릭하면 각종 거래 조건과 메일주소와 아이디 등을 남겨 놓는 경우가 많다. 쪽지나 메일 등으로 은밀하게 거래하자는 뜻이다. 또한 일부 게시물에서는 방통위에 신고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요구하는 곳도 있다. 이 게시물들은 고객들을 확보한 후, 곧 삭제된다.

이렇게 판매자와 접촉을 한 뒤 밤 늦게 내방(판매점에 직접 방문하는 것)을 하거나 인터넷 상으로 서류를 주고 받으면서 거래를 한다. 주된 거래 조건은 특정 요금제나 옵션 요금제에 가입하고 스마트폰을 공짜로 받거나, 판매자가 스마트폰 단말기 할부금을 고객의 계좌에 입금해 주는 형태로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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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대폰 관련 커뮤니티 '위키폰' 사이트 캡쳐.

◇ 그들만의 '은어' 파악해야 = 그러나 막상 해당 커뮤니티에 가입해서 밤늦게 올라오는 공짜폰 게시물을 보는 순간 쉽게 클릭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게시물 제목만으로는 무슨 소리인지 파악하기 어려운 것이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백아연 아이뻐 별포인트 사용가능'이라는 게시물 제목이 있다. 과연 이것은 무엇을 뜻하는 단어일까? 

'백아연'은 SKY가 제작하는 스마트폰 베가아이언을 뜻한다. '아이뻐'는 아이폰을 뜻한다. '별포인트'는 나중에 현금으로 돌려준다는 것을 뜻한다. 정리하자면 "베가아이언, 아이폰을 구매하면 나중에 현금으로 돌려줄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외에도 아이폰6는 '아식스'라고 칭하기도 하고, 갤럭시S4 LTE-A는 '갤포아' 혹은 '은하수'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한 통신사 KT를 '크트', SK를 '스크'라고 부르기도 한다. 요금제에 대해서도 은어를 붙이고 있다. 

이러한 은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과연 이 게시물이 무슨 조건으로 어떤 스마트폰을 팔겠다는 건지 파악하기 쉽지 않다. 게다가 방통위의 단속이 강화됐기 때문에 은어들은 갈수록 '발달'해가고 있다. 올초까지만 하더라도 일반인들도 내용을 어렵사리 파악할 수 있었으나 방통위의 단속과 단통법 시행으로 이제는 '암호'수준이 돼 가고 있다.

이렇듯 '불법' 보조금 시장은 갈수록 음성화, 지능화 되고 있다. 이에 대해 방통위 통신시장조사과 임서우 사무관은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이미 이런 거래를 하는 이들에 대해 데이터를 축적해 놨으며 통신사를 통해 추적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데이터를 바탕으로)어느 시점에 대대적인 처벌이 있을 것이고, 그 이후에는 게시판에서 음성적인 거래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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