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공무원]창원시의회사무국 의회홍보담당 전찬규 주무관

"원활한 의사 진행을 위해 잠시 정회하도록 하겠습니다."

'탕, 탕, 탕.'

지난달 25일 개회한 창원시의회 2차 정례회. 2015년도 예산안 심사가 한창인 의회 곳곳에서 의사봉 소리가 경쾌하게 울려 퍼진다. 장시간 공방을 벌인 의원과 간부 공무원도, 마음을 졸이며 소관 부서 예산 심사 과정을 지켜보던 이들도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다.

화장실을 가려는 사람, 미처 나누지 못했던 인사 소리로 의회 복도는 이내 시끌벅적해진다. 단단히 조여맸던 긴장의 끈이 잠시나마 풀린 셈이다.

하지만 유독 한 사람만은 여전히 분주하다. 상임위원회 회의를 방송·녹화 중인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정회' 중임을 알리는 안내 문구를 한 차례 내보내고도 두 손은 여전히 쉴 틈이 없다. 시의회 방송을 5년 넘게 책임진 의회사무국 의회홍보담당 전찬규(48) 주무관이다.

"창원시의회 4개 상임위원회에서 한꺼번에 심사가 이뤄지다 보니 모든 상임위원회 활동이 끝날 때까지 모니터에서 눈을 뗄 수 없죠. 자동화 시스템이 갖춰졌다곤 하나 순간 방심하면 그대로 '방송사고'로 이어질 수 있거든요. 늘 그렇듯 이 시기가 가장 바빠요. 점심도 배달 음식을, 그것도 모니터 앞에서 서서 먹어야 할 정도죠."

창원시의회 방송을 5년 넘게 책임진 의회사무국 의회홍보담당 전찬규 주무관. /창원시의회

전 주무관은 창원시청(본청) 방송실과 농산물도매시장을 거쳐 2009년 7월 의회 방송실로 왔다. 경력은 20여 년. 젊은 한 때를 오롯이 방송과 보냈다.

현재 전 주무관은 의회 방송·통신시설 운영과 유지 관리, 상임위원회 회의 녹음·녹화, 인터넷 생방송 자료제작·편성, 무선장비 유지·관리 등을 도맡고 있다.

가령 의회 본회의장에서 '5분 자유발언'이 있다고 할 때 발언대 마이크를 적시 적기에 끄고 켜는 일조차 전 주무관 손을 거쳐야 한다. 상임위원회 카메라 초점을 바로잡는 일도 전 주무관이 담당한다. 의회 내 모든 '소리'와 '영상'은 전 주무관을 거쳐야만 나오는 셈이다.

의회 홍보 업무 일부도 맡는다. 녹화한 회의 영상을 저장해 관리하거나 요구하는 이에게 제공하는 일도 전 주무관 몫이다.

반복되는 일상에 지치거나 무료해질만도 하건만 전 주무관은 늘 '긴장의 연속'이라 말한다. 특히 통합 창원시가 출범하던 그해에는 하루하루가 전쟁 같았다고 밝혔다.

"이 일을 시작한 이후 가장 힘들었던 시기가 그때예요. 통합 창원시의회 출범에 맞춰 방송 시스템을 새로 구축해야 했는데 시간은 없고 입찰 결과는 안 나오고…. 결국 관련 업자를 직접 만나 중재에 나서며 우선 일부터 시작하자고 설득했죠. 모두가 어려울 것이라 예상했던 일을 제시간에 처리할 수 있었던 이유도 그 때문이죠. 쉴 틈 없이 바빴지만 돌이켜보면 가장 보람있는 일이었어요. 지방의회에서는 드물에 본회의장 전자투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결과도 낳았고요.""

동시다발적인 상임위원회 운영 절차도 마찬가지였다. 본청 방송실에서 16년 가까이 근무했던 전 주무관은 의회에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만 했다.

"본청 방송실은 주로 한 군데만 집중하면 되는 시스템이었어요. 정례조회면 정례조회, 간담회면 간담회…. 회의 시간이 겹치는 일은 드물었죠. 그러나 의회는 달랐어요. 임시회·정례회 기간이면 모든 상임위원회가 같은 시간에 회의를 열었죠. 한창 발언 중인 한 상임위원회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다른 상임위원회는 정회에 들어갔죠. 새 환경에 적응하는 데만 2년이 걸렸어요."

하지만 전 주무관은 '절대 스트레스받는 일은 없다'고 한다. 아니, 스스로 그렇게 가꾸고 있다고 밝힌다.

"저는 사람을 참 좋아해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고향을 떠나 창원에 정착한 이후 사람과 늘 부대끼며 살았죠. 조심스럽지만 먼저 다가갔고 사람 사이에서 새로운 힘을 얻곤 했어요. '어떻게 하면 상대방을 먼저 배려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늘 품었어요. 그러다 보니 일로 말미암은 스트레스도 자연스레 사라졌어요. 행여나 힘든 일이 생기면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털어내면 그만이었죠."

그러면서도 전 주무관은 '일 욕심'만큼은 숨기지 않았다.

"창원시의회는 아직 '인터넷 생방송' 시스템이 없어요. 한 차례 검토하기도 했으나 유지·보수 비용이 상당하더라고요. 그래도 언젠가는 꼭 구축해야 한다고 봐요. 'HD화질 방송 시스템'도 마찬가지예요. 본회의장은 HD화질 시스템이 구축됐으나 상임위원회는 아직 없죠. 의회 회의 내용은 곧 시민의 알 권리와도 연관하잖아요. 한꺼번에 교체하기 어렵다면 연차적으로라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권한이 큰 만큼 책임도 막중하다'는 전 주무관. 영상 밖에서 전 주무관 발걸음은 오늘도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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