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속으로]불량레미콘 뒷이야기…경남도 "골재부족 대안 없어"

레미콘 업계는 입을 꾹 닫았다. 최근 창원검찰청이 소금기가 기준치를 초과한 바닷모래 판매업자와 레미콘업자를 적발한 사건 뒷면을 알아보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레미콘업체 관계자들이 구속기소됐으니 더 그랬다. 특히 건축물 강도를 약하게 하는 소금기가 많은 불량레미콘이 도내 아파트와 도로 건설현장 곳곳에 공급된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창원지검이 밝힌 5개 바닷모래 세척·판매업자가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공급한 모래량만 49만 6800㎥ 달했다. 1000㎥ 바닷모래로 12층 건물을 지을 분량의 레미콘을 만들 수 있다니 어마어마한 양이다.

검찰은 6개 레미콘업체가 염분측정을 하지 않거나 허위측정·조작 등으로 염분 법정기준치(0.3㎏/㎥)를 초과한 제품을 건설현장에 팔았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이 터지자 창원의 한 상가공사를 맡은 건설사가 지붕에서 물이 샌다며 불량 레미콘을 사용한 것 같다는 제보를 했다. 이 현장에 레미콘을 공급한 업체는 "정식 공문을 보내라"며 취재를 거부했다.

염분 초과 레미콘 문제는 공공·민간 건설현장 경남도 감사에서도 드러났다. 경남도는 거제 아주도시계획도로 개설공사 구간 가운데 교량(30m 규모)에 들어가는 레미콘 염분치가 초과된 것을 적발했다.

이 업체 관계자도 연락처를 남겼지만 회신을 하지 않았다. 거제시 관계자는 "이 업체가 바닷모래를 섞었는데 세척이 제대로 안 된 것 같다"고 했다. 거제시는 이전에 타설한 콘크리트 안전성 문제에 대해 "감리단이 이전에 정기적으로 측정한 기록에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

레미콘 업계가 바닷모래를 쓸 수밖에 없는 이유를 찾아 들어갔다. 이번 검찰에 적발된 창원지역 5개 바닷모래 세척·판매업체 공급지역은 거제·통영권을 제외하고 중부경남을 아우른다.

경남레미콘협동조합 관계자는 "민감한 시기라 조합에서 말하기 곤란하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4대 강 사업 이후 강모래가 없으니 바닷모래를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도내에는 90여 개 레미콘 업체가 영업 중이다. 한 업체 대표로부터 어렵게 상황을 전해들었다. 그는 "제대로 씻지 않은 모래로 레미콘을 만든 것은 잘못이지만 강모래가 없다"며 "4대 강 사업할 때 1년 만에 모두 소비된다고 예측했다. 예측대로 2년 전부터 강모래가 턱없이 부족하다. 경남도에 강모래 개발을 건의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바닷모래 공급도 언제 끊길지 몰라 골재채취가 시급하다고 했다. 어민들이 남해안 EEZ(배타적 경제수역) 바닷모래 채취 연장계획에 어장 피해문제로 거세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남도에 확인한 결과 4대 강 사업으로 도내 낙동강 구간에서 파낸 준설토는 모두 1826만㎥인데 94%가 판매됐고, 나머지는 복구용 등으로 사용됐다. 판매용 모래 가운데 남은 것은 고작 60만㎥뿐이다.

그러나 경남에서 강모래가 나오는 곳이 없다. 낙동강은 이미 다 파냈고, 다른 강에는 물량이 넉넉하지 않기 때문이다. 부산도 골재부족은 마찬가지다.

남강 구간 의령지역 1곳이 모래채취 예정지로 지정돼 허가절차를 밟고 있고, 함안지역 1곳은 예정지 지정을 위한 환경영향평가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2곳에서 파낼 수 있는 모래는 모두 70만㎥ 정도이다.

경남도도 골재부족현상을 알고 있다. 하천과 관계자는 "낙동강유역환경청과 부산지방국토관리청에 골재채취 예정지 지정 협조요청을 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대안이 없다"며 "국토교통부가 4대 강 사업 이후 하도변화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그 결과가 나와봐야 안다"고 말했다.

결론은 강모래가 나오지 않는 한 바닷모래를 계속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듯이 엄격한 품질 관리가 뒷받침돼야 한다. 바닷모래 품질은 골재협회, 레미콘은 한국표준협회가 맡고 있다.

표준협회는 매년 한 차례 KS인증 정기심사를 하는데 탈락률이 13%라고 밝혔다.

표준협회 관계자는 "최근 규제완화 움직임 때문에 현장에서 심사를 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문제도 있다"며 "이번처럼 사회적 문제가 생겼을 때는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이 조사를 해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에 적발된 6개 레미콘업체 임원과 품질관리담당자 13명, 5개 세척·판매업체 대표 5명에 대한 첫 재판이 3일 창원지법에서 열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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