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구매 지원 미협 회원으로 제한, 비회원 거센 반발…시 "미흡한 점 인정하지만 계획대로"
창원시가 지역 미술인 작품을 구매하면서 대상자를 특정 미술단체 회원으로 제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창원문화재단은 지난달 18일 '2014 향토작가 예술작품 구입 공고'를 내고 열흘간 작품을 접수했다.
하지만 작품을 낼 수 있는 작가는 창원미술협회·마산미술협회·진해미술협회 회원뿐이었다. 공고에 적시된 더 정확한 자격은 '공고일 5년 전부터 창원시에 주소를 둔 창원미술협회, 마산미술협회, 진해미술협회 회원'이다.
창원문화재단에 따르면 세 단체 회원 수는 총 785명이다. 창원미술협회 425명, 마산미술협회 298명, 진해미술협회 62명이다.
시는 사실상 이들 785명만 '지역 미술인'으로 인정하고 작품 구입비 2억 원을 쏟아붓는 셈이다.
민족미술협의회(민미협)처럼 다른 미술단체에 속한 작가는 물론, 독자적으로 활동하는 미술인은 모두 소외당했다.
지역 문화예술인들은 창원시가 앞장서 작가를 차별한다고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한 미술인은 "꼰대가 되기 싫어 미협(미술협회)에 가입하지 않았다. 나름 지역에서 독자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했다고 자부했는데 허탈하다"고 심정을 밝혔다.
다른 미술인은 "미술협회가 미술인을 대표한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친목모임일 뿐이다. 단지 사람이 많다는 이유로 대표성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비난했다.
한 큐레이터는 "국민세금으로 조성된 예산으로 미협 회원 작품만 구입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작가들은 미협 회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응모 기회조차 박탈당했다"고 지적했다.
한 학예사는 "창원시 목적과 의도가 아무리 좋아도 소용없다. 지역 문화계에 갈등만 일으켰다. 사업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고 꼬집었다.
미술협회 내부에서도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이른바 '회장 라인'을 만든다는 것이다.
한 회원은 "창원시가 창원과 마산, 진해별로 작품 수를 안배한다고 한다. 회원 작품을 선별하고 선정하는 과정에서 협회 집행부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회원도 "원로 작가를 대우할 수밖에 없는 지역 문화계 구조 속에서 청년 작가들은 소외받기 쉽다. 누가 어떤 그림을 그리는지 뻔히 아는데 선배 작가를 무시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번 사업에서 각 협회장은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각 미술협회 자체 추천(1.5배수)으로 작품을 1차 심의하기 때문이다. 2차 심사를 진행하는 총 11명의 심사위원단에도 협회 추천을 받은 지역 작가가 6명이나 참여한다.
안팎으로 민원이 거세지자 창원문화재단은 부랴부랴 해명에 나서고 있다.
창원문화재단 관계자는 "10월에 재단으로 사업이 이관됐다. 이달까지 완료하려고 서두르다 보니 꼼꼼하지 못한 부분이 발생했다"며 "소수 개인 작가에 대한 배려가 미흡한 점 인정한다. 사업이 끝나면 토론회를 열고 문제점을 보완하겠다. 매년 지속할 사업인 만큼 내년에 발전된 모습을 보이겠다"고 해명했다.
일단 재단 측은 격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올해 사업 방식은 그대로 밀어붙일 태세다. 시는 내년 향토작가 예술작품 구입 사업비로 3억 원을 책정해 놓은 상태다.
작가들을 보는 재단 측의 '차별적 시선'이 개선되지 않고 공정하고 객관적인 응모·심사 기준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이 돈 또한 특정 단체, 특정 미술인들한테만 흘러들어갈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