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순환 안 되는 겨울 특히 심해져 좌욕·식이요법 초기 증상 완화 가능

남모르게 고민하는 질병, 부끄러워 숨기는 질병, 속병으로 증상을 키우는 질병이 치질(치핵), 치열, 치루다.

우리에게 가장 흔하지만 가장 오래 내버려두는 병이다. 치질과 치열, 치루는 겨울철에 증상이 심해져 주의해야 한다.

항문은 입안과 비슷한 점막조직 형태를 띤다. 무수한 혈관과 신경이 발달한 곳으로 가장 소중히 다루어야 할 부분이다.

그중에도 항문의 혈관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마치 항문혈관(치정맥)이 베개 쿠션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방귀가 나와도 변이 팬티에 묻고 조금만 설사 기운이 있어도 참기 어려워진다. 변실금 현상까지 겪을 수 있다.

요즘 같은 겨울에는 뇌혈관, 심혈관과 마찬가지로 온도에 따라 혈전 발생이 많아지고 외부 활동보다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져 항문질환을 악화시킨다.

치질은 가장 많은 사람이 겪는 항문질환이다.

치질은 악화도에 따라 4단계로 나눈다. 1~2단계 때 병원을 찾으면 직장경과 문진만으로도 악화도를 충분히 판단할 수 있다. 좌욕과 식이요법, 간단한 변완화제만으로도 완치가 가능하다.

3단계는 대변을 볼 때 튀어나오고 손으로 밀어넣으면 들어가는 증상이다. 4단계는 평소에도 나와 있는 경우를 말한다.

3·4단계는 전문의와 상의 후 수술을 받아야 한다. 레이저와 부식제 등은 치핵근치술이라 볼 수 없다. 재발이나 흉터로 인한 합병증이 많이 생기기 때문에 대장항문 전문의에게 진료 후 수술을 받아야 한다.

치열은 흔히 찢어진다고 말한다.

젊은 여성에게 흔하다. 괄약근 압력이 높고 변비가 심하면 생기기 쉽다. 대증요법(약물치료, 변완화제, 좌욕)으로 완치할 수 있지만 재발이 높다.

만성으로 진행되면 피부꼬리가 생기고 통증이 지속한다. 약간의 출혈도 있을 수 있다.

만약 만성으로 진행됐다면 괄약근 압력을 낮추는 간단한 수술을 받아야 한다. 치질 수술보다 수술의 통증이 적고 대부분 완치된다.

치루는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암 발생 가능성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치루의 증상은 진득한 분비물이 조금씩 나오는 경우부터 고름이 나오는 것까지 다양하다.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병을 키우기도 한다.

치루는 반드시 초기에 대장항문 전문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치료는 괄약근에 손상을 주지 않고 재발을 방지해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정밀검사(직장초음파, CT) 후 알맞은 수술법을 결정해야 한다.

겨울철에는 치질과 치열, 치루처럼 대표적인 항문질환 외에도 항문주위농양과 항문질누공, 모소동염, 화농성 한선염 등 여러 가지 항문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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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재발 우려가 낮고 치료 후 합병증도 생기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의심이 된다면 반드시 전문의를 찾자. 숨기고 감출수록 병은 악화된다. 

/조호영(근로복지공단 창원병원 외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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