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강 사업은 국가적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국민의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우리 지역의 낙동강만 해도 녹조로 대표되는 조류 이상증식과 이끼벌레 등 이전과 확연히 변해버린 생태환경 때문에 걱정하는 여론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현시점에서 유일한 해결책이라 할 수 있는 보 수문 개방마저 불가하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이것은 생태교란 문제뿐만 아니라 정부 스스로 수자원 확보라는 4대 강 사업의 목적마저 저버리는 처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수자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양적인 것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수질이 일정수준 이상을 유지하지 못하는 소위 썩은 물을 수자원으로 활용할 수도 없거니와 이를 써 보려다가는 정화비용과 국민 건강 등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닐 것도 명약관화하다. 낙동강 유역 시민단체, 학계, 낙동강환경청이 주축이 되어 발족한 낙동강 포럼에서 밝힌 대로 낙동강을 비롯한 4대 강은 이미 사업 이전에 비해 환경 생태적으로 보나 수질로 보나 최악의 상태로 변해가고 있다. 보 완공 전 녹조류가 우점을 차지하는 빈도수가 연간 3차례였던 것이 보 설치 후 그 7~8배 증가한 것만 봐도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다. 거기다가 외래종으로 호수 등에 일부 서식하던 큰빗이끼벌레마저 멈추어 버린 강을 점령하려 하고 있다.

정부와 수자원공사가 이 같은 사실을 모를 리 없다. 시민단체의 접근을 차단하기 일쑤인 것으로 봐서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유일한 대안이라 할 수 있는 수문 개방마저 외면하는 것은 실로 무책임한 직무유기라 할 수밖에 없다. 국토와 환경을 보전할 최종 책임은 정부와 수자원공사에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수자원공사는 용기를 내야 한다. 잘못을 수정하고 바로 잡는데도 때가 있는 법이다. 썩고 병들고 나서 어찌해 보려다가는 그나마 갖고 있는 명분마저 잃어버리기에 십상이다. 늦었지만 강의 현실을 직시하고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울타리를 과감히 걷어내고 시민단체 등과 함께 토론하고 연구해야 한다. 냄새나는 썩은 물은 마실 수도 없거니와 수상레저도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국민의 심성까지 병들게 할 뿐이다. 치산치수가 국운 융성의 기틀이다. 국민의 상식에 맞게 강을 흐르게 하는 것이 지금 정부와 수자원공사가 할 유일한 선택이고 용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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