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 하진한·이상미 부부

하진한(29·김해시 장유 율하동) 씨는 이상미(31) 씨와 결혼한 지 2년 됐다. 결혼 전 변변한 프러포즈를 못해 마음에 걸렸다고 한다. 마침 다가오는 2일이 결혼 2주년이라고 한다. 경남도민일보 '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에 사연을 담아 그 지면을 아내에게 깜짝 선물로 전할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수영장에서 사랑을 키우고, 예비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한 병실에서 한 달 가까이 지낸 사연을 들려주었다.

2012년, 진한 씨는 수영장 강사로 일했다. 상미 씨는 강습생이었다.

"아내는 원래 제가 가르치는 수업 강습생은 아니었어요. 본인 일정 때문에 저희 반에 하루만 들어온 거죠. 그 시간이 자기한테 맞아 그다음 달부터 아예 저희 반으로 들어왔습니다. 어느 날 메신저로 '안녕하세요? 저 상미예요'라며 먼저 인사해 오더군요."

그렇게 메신저로 간단한 대화를 나눈 이후, 강습생들 전체 회식자리에서 얼굴 보며 이야기할 기회가 종종 있었다. 서로 말은 안 해도 이미 사랑이 꽃피고 있었다. 강사인 진한 씨는 수업 중에는 사심(?)을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수영장 바깥에서는 그 마음을 숨기기 어려웠다. 진한 씨가 먼저 용기를 냈다.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는다고 하잖아요. 상미도 저한테 호감있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휴대전화 문자로 '영화나 한편 보자'고 데이트 신청을 했죠. 역시 상미도 좋다고 하더군요. 그날 처음으로 단둘이 만나 영화도 보고 술도 마시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죠. 그렇게 한 달 정도 지내다 제가 '정식으로 만나고 싶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랬더니 상미가 그러더군요. '나는 이미 그렇게 만나고 있는데'라고요. 하하하."

진한 씨는 어릴 때 어머니가 자주 하던 말이 떠올랐다. '나중에 크면 똑똑하고, 늘 밝고, 책 많이 읽는 여자를 색싯감으로 데려 와.'

생각해 보니 상미 씨가 바로 그 색싯감이었다. 그리고 우연하게 예비 며느리와 시어머니는 같은 공간에서 한 달 가까이 생활하게 됐다.

"어머니가 다치셔서 병원에 입원하셨어요. 어머니 보러 갈 때 상미도 데리고 가서 잠깐 인사시켜 드렸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오래전부터 계획해 뒀던 스키장으로 갔는데, 상미가 타다가 넘어져 팔이 부러졌어요. 일단 어머니 있는 병원으로 데려갔는데, 병실 남은 곳이 딱 한군데밖에 없었어요. 어머니 계신 곳이었죠. 아들 여자친구가 전날 멀쩡한 몸으로 인사왔다가 하루 만에 환자가 되어 옆 침상에 누워 있으니, 어머니도 많이 황당하셨을 겁니다. 둘은 한 달 가까이 한 병실에서 지냈죠. 어머니가 함께 지내면서 상미를 꽤 잘 본 것 같더라고요. 나중에 상미한테 물어보니 '어머니 앞이라 일부러 책도 좀 많이 보고, 신경 많이 썼다'고 하더군요."

상미 씨 부모와 친척들도 병실에 드나들었으니, 결과적으로 병원에서 자연스레 양가 상견례를 한 셈이다. 하지만 그때는 결혼까지 생각할 시기는 아니었기에 어른들도 서로 어렵게 대하지는 않았다. 친척 가운데는 '그때 예사로 생각했는데, 진짜 부부가 될지 몰랐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연애한 지 3년 정도 지났을 때였다. 진한 씨는 상미 씨의 이런 모습에 결혼 결심을 굳혔다고 했다.

"함께 밀양 표충사에 놀러갔습니다. 상미가 관련 역사에 대해 세세히 설명해 주더군요. 그때 '이런 여자가 내 아이 엄마가 되면 너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둘은 2012년 12월 2일 결혼식을 올렸다. 직장 문제로 한동안 진한 씨는 창원, 상미 씨는 거창에서 지내야 했다. 진한 씨는 야간근무를 마치고 다음날 아침 아내를 보러 갈 때도 많았다. 그 덕에 주말부부였지만 한 주도 빼놓지 않고 서로 얼굴 볼 수 있었다. 물론 지금은 돌 지난 딸아이까지, 셋이 늘 함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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