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지부 "미승인 제품 납품인 듯"… KBR 사측 압박

"㈜케이비알(KBR) 노사 분규는 탐욕적 자본의 노조 탄압 문제임과 동시에 현대차 품질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는 곧 우리 국민은 물론 전 세계인 안전, 국가경쟁력, 현대차 생존과 직결됩니다. 그럼에도 KBR과 셰플러코리아는 미승인 제품을 현대차에 납품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차지부는 이 문제를 집중제기해 현대차, KBR 조합원 생존과 국민 안전을 지킬 것입니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가 ㈜케이비알(KBR) 사태 해결에 구원투수로 나섰다. 이경훈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장이 27일 오후 1시 창원시 성산구 내동 셰플러코리아를 찾아 이곳 노조와 면담을 했다. 앞서 금속노조 경남지부와 현대차지부는 셰플러코리아 사측과 면담도 추진했으나 이는 성사하지 못했다.

현대자동차는 셰플러코리아 창원공장 원청업체다. 케이비알에서 생산한 베어링용 쇠구슬은 셰플러코리아 창원 공장을 통해 현대차 등 완성차 업체에 주로 납품되고 있다.

금속노조 KBR지회는 그동안 "KBR 원청업체인 셰플러코리아가 KBR 기계를 임차해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원청업체는 관련 사실을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KBR지회는 또한 "KBR 관계회사인 ㈜삼경오토텍에서 자체 제조한 미승인 볼베어링 강구 완제품과 반제품이 박스갈이를 통해 원청회사 승인을 얻은 KBR 제품으로 둔갑됐다"며 "삼경오토텍에서 만든 '짝퉁' 볼베어링용 강구가 셰플러코리아 창원공장으로부터 PPAP 승인이나 4M 승인을 받지 않았다"고 지적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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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소속 금속노동자들은 19일 오전 창원검찰청 앞에서 공동회견을 열고 "배임·횡령과 지속적인 부당노동행위, 노조를 부정하는 KBR 이종철 회장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엄중한 처벌"을 촉구했다. /표세호 기자

PPAP(Production Part Approval Process·양산부품 승인절차)는 자동차 부품회사가 개발된 부품을 양산하기 전 모기업에 타당성 승인을 받는 절차다. 또 4M은 양산 부품 품질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Man(인원관리) △Machine(설비, 장비관리) △Material(재료관리) △Method(작업방법의 관리) 사항을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이 중 변경 사항이 있으면 반드시 원청회사에 통보해야 한다.

이경훈 지부장은 셰플러코리아 노조와 면담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셰플러코리아 노조가 KBR 임대기계 32대를 셰플러코리아에서 운영하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제품 가공을 모두 끝낸 후 인증절차가 필요하지만 오늘 면담 결과만으로는 미승인 제품이 현대차에 납품되고 있다고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 지부장은 그러나 "사측이 면담을 회피하는 등 충분히 미승인 제품이 현대차에 납품될 수 있다는 예측이 가능한 상황이다"면서 "이 문제를 현대차 사측과 논의해 앞으로 이들 하청업체 제품에 대한 전수조사 등에 관한 공감대를 형성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는 현재 엔저 현상으로 말미암은 판매량 감소, 연비과장 논란에 따른 거액 과징금 추징 등 대내외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 KBR사태로 제품 안전성 문제까지 불거지면 더 큰 신인도 하락이 예상된다.

면담 이후 셰플러코리아로부터 제품을 납품받는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한국지엠지부 창원지회, 경남지부 소속 노조(현대로템·현대위아·현대모비스·S&T중공업지회)는 셰플러코리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BR 대표이사는 짝퉁볼 생산에 대한 사과와 책임을 지고 최소한 생존과 고용안정을 요구하는 노동자 요구를 수용하라"며 "셰플러코리아는 짝퉁볼 유통 관리 잘못에 책임질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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