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교육청이 무상급식 예산 지원과 관련한 경남도의 감사권 발동을 놓고 2개 중앙 관계부처에 의견을 구해본 결과 두 곳 모두 애매한 답신을 보내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진 형국이 됐다. 먼저 엎드려 감사해줄 것을 간청받은 감사원은 요구를 들어주지 못하는 이유를 들기를 인력부족 때문이라고 밝혀 구구한 해석을 낳게 한다. 문서 상의 표현에 따르자면 할 수는 있되 감사원 자체의 물량이 넘쳐 수용이 불가능하다는 것인데 문맥으로 볼 때 못하겠다는 완곡한 뜻으로 읽히기에 십상이다. 무상급식이 전국적 관심사항이고 경남이 단초를 제공했음을 감안하면 그 취지의 중요성을 모를 리 없고 따라서 최고 전문감사기관이 일손이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를 들어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은 납득하기 쉽지 않다. 감사원이 정치 쟁점화한 무상급식 문제에 끼어들기 싫어 그런 입장을 취할 수도 있겠지만, 감사 자체에 대한 논리적 해명이 결여된 것은 못내 아쉽다.

두 번째 법제처의 견해는 너무 형식적이란 비판을 받을만하다. 급식비 지원예산은 경남도의 소관이고 그와 관련한 조례 또한 도의 관장 아래 있으므로 경남도가 주체가 돼 의견을 구해야지 (보조금을 받는 쪽인) 도교육청은 물을 자격이 없다면서 원칙선에 머무는 진단을 내린 것이다. 그렇다면 경남도가 감사권 유무관계를 질의했다면 과연 어떤 의견을 제시했을지 무척 궁금하다. 물론 그 진위는 도저히 알 수 없을 것이다. 이미 감사권을 시동한 도가 스스로 가부를 알아볼 턱도 없을뿐더러 법제처 역시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자치단체 간 분쟁에 휘말리는 것을 달가워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자구책인 권한쟁의 심판은 시간이 오래 걸려 논외다.

이쯤 되면 남는 것은 자력에 의한 정면돌파밖에 없다. 결국 도지사와의 대타협만이 수단일 것인데 별로 낙관적이지 않다는 게 걸림돌이다. 그러나 이 문제에 관한 한 영원한 승자는 있을 수 없다. 상대는 어른이 아니라 한창 자라나는 우리의 아이들이며 그들의 권익과 교육 진로가 걸려있지 않은가. 열쇠를 쥔 홍준표 지사의 대승적 발상 전환이 기다려지는 배경이다. 특히 홍 지사가 대권에 도전할 요량이라면 학부모, 더 나아가 진보진영까지 아우르는 정치력을 발휘해 박종훈 교육감과의 관계개선을 타진해볼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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