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군 현장통합지휘소 설치, 나머지 점포로 시장운영 계속…화재원인 규명 어려움 예상

영호남 지역 만남과 화합의 상징적인 장소로 알려진 하동군 화개면 화개장터가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로 잿더미가 됐다.

이번 화재로 화개장터 시설 절반 이상이 불에 타는 피해를 봤다. 하동군은 화재 원인 조사가 끝나면 곧바로 화개장터 복구에 나설 계획이다.

◇화재 현황 = 화재가 발생한 것은 27일 오전 2시 31분께로, 화개장터 인근을 지나던 김모(28) 씨가 발견해 소방서에 신고했다.

화개장터 중앙에 밀집한 점포를 중심으로 불이 났는데, 이곳 점포 모두가 잿더미로 변했다.

하동군의 전통시장 복원사업에 따라 2001년 9월 16억 원을 들여 8226㎡ 규모로 조성된 화개장터 점포는 대부분 목조건물에 초가지붕으로 지어져 불에 취약해 대규모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화재로 야외 점포와 난전, 대장간 등 공공시설인 점포 시설 6동 555.3㎡가 모두 불에 탔다. 사유시설인 7동의 개인 점포는 1동 39.06㎡만 피해를 봤다. 사실상 화개장터 시설의 절반 이상이 화마에 휩싸였다.

화재가 발생한 점포와 약간 떨어져 있던 전망대와 화장실, 관광안내센터 등은 소방서의 신속한 진화로 화마에서 비켜갔다. 다행스러운 것은 점포가 모두 문을 닫은 새벽 시간대에 불이 나서 인명 피해가 없었다는 점이다.

27일 새벽 2시30분께 하동군 화개면 화개장터에 화재가 발생해 점포 시설의 절반가량이 불에 타는 피해를 봤다. /하동군

화재 당시 하동소방서와 화개장터와 가장 가까이에 있던 광양 다압소방서는 9대의 소방차량과 80여 명의 소방인력을 동원해 진화에 나섰으며, 화재는 1시간 30여 분만에 진화됐다.

하동소방서는 화재로 1억 9300만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하동군은 점포 내부 집기와 주로 판매하는 약재 등을 포함하면 적어도 수억 원대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동군 관계자는 "정확한 피해 조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점포에서 주로 판매하는 물건 대부분에 비싼 약재가 포함돼 있어 소방서가 추산한 피해 금액보다는 훨씬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화재 원인 조사 = 경남경찰청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날 오후부터 발화지점과 화재 원인을 찾기 위해 1차 조사를 벌였으며, 내달 2일 2차 조사를 할 예정이다. 하동경찰서는 화개장터 인근에 설치된 7개의 CCTV 영상을 확보해 조사하고 있는데, 영상이 흑백인데다 화질이 떨어져 조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동경찰서 관계자는 "현재 CCTV 영상으로는 화재 원인을 밝히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정확한 조사 결과가 나오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피해 대책 = 화재 피해를 본 야외 점포와 난전, 대장간 등 공공시설 6동은 모두 하동군 소유로 관리되고 있다. 하동군은 현재 이 시설물을 대상으로 보험의 하나인 한국지방재정공제회 '건물시설물 재해복구공제' 상품에 가입해 있다. 그러나 이 보험은 건물만 대상이어서 점포에 입점한 상인들이 판매하는 약재나 집기는 보상받을 수 없다. 사유시설 중에 유일하게 피해를 본 개인 점포 1동은 화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이번 화재로 영세상인들의 피해가 예상됨에 따라 하동군은 피해 상인을 대상으로 대부료 감면 등의 각종 지원방안을 검토하는 한편 지방재정공제회에 사고 상황을 신고하고 보상 현황 등을 파악하고 있다.

◇화개장터 복구 = 화재 발생 직후 하동군은 대응책 마련에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군은 윤상기 군수를 비롯한 간부 공무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날 오전 8시 군청 간부회의실에서 대책회의를 했다.

군은 회의에서 상인 피해를 최소화하고 화개장터에 대한 대외적인 이미지 제고를 위해 조속한 시일 내 불탄 장터를 원상복구하기로 했으며, 정부의 특별교부세 확보를 위해 윤상기 군수가 직접 관련부처를 방문하는 등 예산확보에 발벗고 나서기로 했다.

군은 또 부군수를 지휘책임자로 △종합상황관리반 △복구지원반 △사후대책반 등 3개 반의 재난현장 통합지휘소를 구성해 화개면사무소에 설치하고 이날 오전 9시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군은 화개장터 점포의 절반가량이 불에 탔지만 시장 자체를 잠정 폐쇄하지 않고 계속 운영하기로 했다. 여태성 부군수는 "영업을 할 수 있는 점포가 절반가량 남아 있어서 계속해서 시장을 운영할 예정"이라며 "간단한 시설이기 때문에 복구를 시작하면 금방 끝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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