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맛집]창원 마산합포구 구산면 '청수굴구이'

바다를 먹는다.

겨울이면 사람들이 굴구이를 먹으러 모여든다. 짠내음 가득한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반동리 해안가에는 10여 개의 굴구이 식당이 즐비해 있다.

난포, 명주, 저도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구산면은 관광 명소다. 일출을 보러 봉화산에 오르거나 해양드라마세트장에서 마주하는 일몰의 매력에 끌려 찾는 이가 많다.

구산면 식당들은 눈으로 보고 즐기는 것 못지않게 입 안을 바다향으로 가득 채우는 굴, 홍합, 오만둥이로 발길을 잡는다.

'청수굴구이'는 지난 2010년 문을 열었다. 정두복(48) 사장은 1998년부터 14년 동안 청수가든이라는 횟집을 운영했다. 2010년에 횟집 한편에 겨울철 메뉴로 굴구이를 선보였다가 횟집은 정리하고 굴구이집을 차렸다.

굴·가리비·개조개·키조개·새우 5가지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해물조개구이. /박일호 기자

"여기서 나는 굴, 홍합 제철 재료를 맛보게 했더니 손님들이 더 좋아하더라고요. 2년은 횟집이랑 굴구이 집을 욕심내서 같이하다가 이도저도 안될 것 같아 굴구이를 선택했죠."

시내 어디서든 먹을 수 있는 횟집보다 굴구이를 먹으러 구산면까지 찾아 오는 사람에 주목했다. 마산 시내에서 차를 타고 40분은 들어와야 맛볼 수 있는 굴구이. 주말에는 줄을 서야 할 정도다.

굴구이는 10월 중순부터 4월 중순까지 맛볼 수 있다. 작은 것은 껍데기를 포함한 무게가 5kg, 큰 것은 8kg 기준으로 나온다.

굴·가리비·개조개·키조개·새우 5가지를 종합으로 즐기는 해물조개구이는 소 5kg, 중 7kg, 대 8kg으로 손님에 낸다.

정두복 사장은 각 조개가 어디서 오는지 소개했다.

제철을 맞은 굴구이. /박일호 기자

"굴은 마을에서 수하식 양식으로 키우죠. 개조개와 키조개는 자연산입니다. 이웃 아저씨, 아지매들이 캔 겁니다. 가리비는 자연산이랑 양식을 섞어서 씁니다. 새우는 여기서 나지도 않고 냉동된 걸 삽니다."

해물조개구이를 주문해 맛을 봤다. 조개가 익을 동안 장작 불에 몸을 녹인다. 기다림이 필요하다. 굴은 20~25분을, 해물조개구이는 15분 정도를 참아야 한다. 타닥타닥 장작불이 타 들어 가더니 김이 모락모락 올라온다. 뜨거운 조개 껍데기를 만지려면 장갑은 필수다. 뚜껑을 열고 제철 맞은 굴부터 마주한다.

모양도 크기도 가지각색인 굴은 알이 클수록 짠맛이 강했다.

물기 없이 스테인리스 조리구 위에 달궈진 조개는 수분을 오래 머금지 않아 촉촉함은 아쉽다.

정 사장은 "굴은 20시간 이상 맹물에 담갔다가 쓴다. 아니면 너무 짜서 못먹는다"며 "나머지 조개들은 아침마다 바로 들여온 것을 수족관에 뒀다가 쓴다"고 했다.

자연산인 개조개와 키조개는 가게 수족관에 들이기 전 이미 사흘간 바닷물에서 해감을 시킨다. 모래를 뱉어내는 시간을 주기 위함이다.

가리비도 여느 가게에서 먹던 것보다 크기가 작다. 알고 봤더니 희고 손바닥 만한 가리비는 외국산이라고 한다.

국산 가리비는 껍데기 크기는 작지만 조갯살은 외국산과 다르게 고소하다. 같은 국산이라도 주인장이 일러준 대로 살펴보니 자연산은 붉은색 띠가 더 선명하다.

도톰한 키조개와 개조개는 굽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퓨전식이라고 해서 치즈나 양념된 피망을 올릴 필요가 없다. 씹을수록 감칠맛 나는 조갯살 때문에 손이 바쁘다.

따라나오는 반찬도 3~4가지가 전부다. 잘 익은 조개면 충분하다.

"거창하게 나오는 반찬도 없고 이렇다 할 조리 과정도 없어 보이지만 싱싱한 제철 재료를 제대로 쓰는 일에 무엇보다 신경을 씁니다. 조개구이 맛이 여느 집이라고 별나게 맛있겠냐만은 풍경에 취해 입맛도 살아나는가 봅니다."

<메뉴 및 위치>

◇메뉴: △굴구이 (소)3만 원·(대)4만 원 △해물조개구이 (소)3만 원·(중)4만 원·(대)5만 원 △생굴회 (소)5000원·(대) 1만 원 △굴죽 4000원 △굴라면 4000원.

◇위치: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해양관광로 1573(반동리).

◇전화: 055-221-3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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