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8월부터 함양·창녕 두 곳서 도랑 살리기 동참…도랑치기·EM 투입 등 활동

도랑은 국토의 실핏줄이다. 도랑이 모여 하천을 이루고 마침내 커다란 강이 돼 바다로 나간다. 남강·밀양강·황강·함안천 같은 경남의 물줄기들이 다 그렇고 이것들이 다시 낙동강 거침없고 힘찬 흐름이 된다.

사람은 낙동강 같은 큰 물줄기에 기대서는 살 수가 없다. 흐르는 강물의 에너지가 지나치게 세어 큰물이라도 지면 가까이 있는 것들 몽땅 쓸어안고 떠내려간다. 사람들이 예나 이제나 실개천 수준 도랑 같은 둘레에 마을을 이루며 살아가는 까닭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더럽혀지는 것도 마을 앞 도랑이었다. 먹거나 쓰고 버리는 쓰레기들은 도랑 둘레에 쌓였고 그런 쓰레기를 태우거나 파묻는 일들도 도랑에서 일어났다. 그런 쓰레기와 오염물질이 도랑을 타고 흘러내려 하류 강물까지 더러워지는 것이다.

경남은 전국에서 가장 먼저 도랑 살리기에 나선 지역이다. 모든 큰 물줄기의 최상류인 도랑이 깨끗해지고 되살아나면 그 아래 물줄기들은 덩달아 깨끗해지고 되살아난다는 관점에서 2007년 산청 금서면 수철마을에서 처음 시작됐다.

그 뒤 수철마을을 비롯해 여러 곳에서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면서 창원·진주·거창 같은 데로 퍼졌고 나아가 경남이 아닌 다른 지역으로도 번졌다. 경남도민일보는 도랑 살리기를 더욱 확산하기 위해 2011년 5월 11일 창간 12주년을 맞아 '도랑을 살리자, 삶을 바꾸자!' 무한기획을 시작해 두 주마다 한 차례꼴로 2013년 5월 23일까지 모두 서른여덟 차례 보도했다.

또 경남도민일보는 자회사 갱상도문화공동체 해딴에를 통해 환경단체와 더불어 도랑살리기 운동을 직접 벌이기도 했다. 2013년 함양 휴천면 임호마을에서 주민들과 함께했고 올해는 지난 8월부터 함양 병곡면 망월마을과 창녕 계성면 명리마을에서 경남풀뿌리환경교육센터(이사장 양운진)·흙사랑영농조합법인(대표 조정래)가 함께 작업을 하고 있다. 두 마을 모두 12월까지 도랑살리기를 마무리하고 성과를 결산하는 모임도 할 예정이다.

◇함양 망월마을

망월마을은 함양 명물이며 천연기념물인 상림숲 위쪽에 있다. 상림숲을 휘감는 위천의 상류 가운데 하나가 망월마을 도랑이다. 함양군 도시환경과(과장 이태식)는 올해 환경부(낙동강유역환경청)가 기초자치단체를 대상으로 도랑살리기 사업 공모를 했을 때 상림숲과 위천이 더욱 깨끗해지려면 상류부터 더러워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판단으로 선뜻 나섰다. 해당 지역 여러 마을을 둘러보고 조건을 따져본 결과 효과가 가장 잘 나타날 동네로 망월마을을 꼽았다. 그리고 한 해 전 같은 함양의 임호마을에서 도랑살리기를 했던 경남풀뿌리환경교육센터에 망월마을 도랑살리기를 맡겼다.

도랑살리기는 2007년 시작 이후 세월이 흐르며 그 매뉴얼이 대체로 정해져 있다. 도랑살리기는 마을 주민들의 마음가짐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주민들 스스로 마을 도랑을 좀더 깨끗하게 되살려 옛날처럼 가재도 살고 아이들 물장구도 칠 수 있을 정도로 만들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성공한다는 얘기다.

함양 망월마을 도랑치기를 한 모습.

7월과 8월 강의구 이장을 비롯한 주민들과 몇 차례 논의한 끝에 9월 20일 2007년 도랑살리기에 성공한 산청 수철마을과 2013년부터 도랑살리기를 성공적으로 벌이고 있는 거창 지내마을을 찾아 당시 이장을 만나 얘기도 듣고 맑아진 도랑 현장도 둘러봤다. 또 같은 날 오후에는 마을로 돌아와 곧바로 결의를 다지는 도랑살리기 발대식을 치렀다.

도랑을 살리려면 생활하거나 농사를 짓는 과정에서 오염물질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교육은 발대식에 앞서 8월 23일 먼저 시작됐다. 교육과 더불어 가정생활과 농사짓기에 두루 활용할 수 있는 EM(유용미생물군) 원액과 EM 제품들을 나눠가졌다. 교육은 11월까지 모두 네 차례 진행된다.

도랑살리기는 주민 마음가짐이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함양군과 낙동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아 9월 말 엿새 동안 500m 안팎 도랑치기를 했다. 굴착기가 들어가 무성하게 자란 풀도 걷어내고 물놀이에 쓸 웅덩이도 만들었으며 물길 내기도 했다. 앞으로는 도랑 옆 마을회관 앞에 주민들이 어울려 쉬거나 놀 아담한 정자도 짓고 마을 하수가 나오는 둘레에는 수질정화효과가 뛰어난 창포도 더불어 심게 된다.

망월마을 강의구 이장은 "도랑살리기를 통해 마을이 좀더 깨끗해질 수 있어서 고맙다"며 "30가구가량 되는 망월마을 주민들은 자체적으로 도랑 풀도 베고 쓰레기도 줍는 등 활동을 이미 하고 있을 정도로 관심이 많고 의지가 높아 반드시 성공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함양 망월마을 주민들이 도랑 살리기 발대식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창녕 명리마을

명리마을은 규모가 무척 크다. 도랑을 가운데 두고 1구와 2구로 나뉘어 있는데 모두 250가구 안팎다. 규모가 크면 마음을 하나로 모으기 어렵기 십상이지만 명리마을은 1구와 2구 모두 선뜻 도랑살리기에 뜻을 모았다. 마을 앞을 흐르는 도랑은 낙동강 지류인 계성천의 상류에 해당된다. 계성천 일대에서 도랑살리기를 시작해보자는 낙동강유역환경청의 제안을 창녕군 환경위생과(과장 김석연)가 받아들인 결과다.

명리마을 주민들도 도랑살리기에 성공한 모범으로 꼽히는 산청 수철마을을 찾아 현장을 둘러보면서 당시 이장으로부터 무엇을 주안점으로 삼아야 하는지 설명도 들었다. 강수성 당시 수철마을 이장은 10월 4일 명리 주민들에게 마을 지도자의 솔선수범을 으뜸 덕목으로 꼽았다. 아울러 분란에 대한 경계와 주민들이 몸소 실행할 필요도 강조했다. "처음부터 모든 사람이 동참하지는 않는다. 여전히 쓰레기 버리는 사람 있고 태우는 사람 있다. 그래도 타박하거나 비난하면 분란만 생긴다. 묵묵히 실천함으로써 성과를 보여주는 한편 스스로 행동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무엇이든 대신해 주면 안 되고 스스로 해 봐야 그 보람을 몸으로 느낄 수 있다."

창녕 명리마을에서 도랑치기를 하는 모습. /김훤주 기자

명리마을 도랑살리기 발대식은 9월 25일 있었는데 계성면사무소 차진태 부면장과 창녕군청 김석연 환경관리과장이 함께했다. 주민들은 이날 첫 교육을 시작했는데 11월 17일 현재 모두 네 차례 예정된 교육을 세 차례 치렀다. EM 원액 등도 공급됐다. 명리는 농사짓는 사람이 많은 편인데 그래서인지 EM을 활용한 친환경농법에 대한 관심이 다른 도랑살리기 마을보다 높았다.

도랑치기는 11월 14~15일 이틀 동안 600m 정도 구간에 걸쳐 했다. 굴착기와 트럭을 비롯한 여러 장비가 동시에 투입돼 쌓인 흙과 자갈을 걷어내고 물길을 내었다. 마을 빨래터 가까운 데에는 물놀이를 할 웅덩이를 널따랗게 만들었고 개울가 콘크리트 평상은 뜯어내 정자를 짓는 자리로 삼았다. 정자 세우기는 창포 심기와 함께 11월 안에 끝낼 예정이다.

창녕 명리마을 주민들도 도랑 살리기에 동참했다. /김훤주 기자

명리는 마을 위에 공장이 여럿 있다. 이들이 마을 도랑살리기에 동참하는 문제가 있는 셈이다. 공장폐수가 나오지는 않지만 일상 활동에서 채 처리되지 못한 오염물질이 빗물이나 수돗물을 타고 흘러들 수는 있다. 명리1구 전용대 이장은 "주민들이 먼저 마을 도랑을 깨끗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 상류 공장들한테 할 말도 생기고 도랑살리기에 동참시킬 수도 있다"고 짚었다.

이렇게 올해 사업은 끝나지만 함양 망월과 창녕 명리에서 도랑살리기운동까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이제 기본만 갖췄을 뿐이다. 앞으로 더욱 맑게 가꾸고 더러워지지 않도록 하는 일은 이제 시작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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