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묻는다면 그건 바로 사막에서 밤이다. 이집트 시와 사막을 시작으로 요르단의 붉은 사막, 와디럼을 경험했고 지금 나는 모로코 사하라 사막에 와 있다.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출발해 꼬박 하루가 걸렸다.

낙타를 타고 해가 거의 떨어질 즈음 우리가 묵을 사막 한가운데 캠핑장에 도착했다. 저녁으로는 낙타 몰이꾼이 준비한 모로코 전통 음식인 타진이 나왔다. 사막이라 그런지 아니면 정말로 맛이 좋아서 그런지 내가 여태껏 먹어본 타진 중에 가장 맛이 좋았다.

식사를 마치고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함께 여행하는 언니가 사라져 버렸다. 그녀를 찾아 캠핑장을 나와 모랫길을 걸으며 이름을 불러보았다. 그리고 모래 위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를 발견했다.

나도 덩달아 그 옆에 벌러덩 누워버렸다. 그곳엔 모래, 바람, 달, 별, 그리고 우리 외엔 아무것도 없었다.

잠시 분위기에 취해 있는데 검은 그림자 두 개가 우리 시야를 가렸다. 낙타몰이꾼 두 명이 우리와 모래언덕을 올라가기 위해 찾아온 것이다. 딱히 할 것도 없고 현지 사정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아는 이둘과 동행이 나쁘지 않을 것 같아 따라 나서기로 했다.

가장 높은 언덕으로 올라가는 길은 모랫길이라 쉽지는 않았다. 오르면 오를수록 바람이 거세 눈을 뜨기 힘들었다. 낙타몰이꾼은 달랐다. 사막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모래바람에도 눈을 뜰 수 있었다.

그들을 의지해 올라갔다. 먼저 언니와 한 낙타몰이꾼이 앞장섰다. 깜깜한 밤하늘 안에 둘은 영화 속 아니 동화 속 주인공 같이 빛났다. 낙타몰이꾼이 입은 모로코 전통 의상 때문인지 그는 책 속의 주인공 '어린왕자' 같았다.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구분이 안갈 정도로 현실 세계와 동떨어진 다른 공간 같기까지 했다.

언덕 꼭대기에 도착한 우리는 사막 안쪽이 아닌 사막 바깥쪽 마을의 불빛을 볼 수 있었다. 아름다운 모습에 한참 넋을 잃었다. 캠핑장 근처로 도착했을 때 이미 다른 사람들은 깊은 잠자리에 든 상태였다. 우리는 사막까지 와서 텐트 안에서 자고 싶지 않았다. 조용히 들어가 담요만 들고 빠져나왔다.

밤하늘을 보며 야외에서 잠을 청했다. 이 아름다운 밤을 그냥 보내긴 싫었지만 너무 힘든 일정 탓에, 그리고 이미 너무 늦은 시간이었기에 곧 잠에 빠져 들었다.

시끄러운 소리에 잠을 깼다. 이미 어두컴컴한 밤이었지만 아침 일몰을 위해 다들 짐을 싸고 있었다. 낙타를 타고 가기 위해 모여드는 곳에 우리가 자고 있었던 것이다.

김신형.jpg
주섬주섬 짐을 챙기고 일행들을 따라 낙타 위에 올랐다. 어두운 밤길을 다시 낙타를 타고 이동했다. 주변이 점점 밝아지며 꿈만 같았던 사막의 밤이 끝나고 새로운 아침이 오고 있었다.

/김신형(김해시 장유동)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